입체 초음파 & 올리바인 산전 마사지 후기
배 속의 아이를 보는 방법은 초음파검사 딱 하나밖에 없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우리나라는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초음파검사를 하게 되는데 공학도의 얕은 상식으로 생각해 봤을 때 사실 그렇게 달갑진 않았다. 스쿠버 다이브를 하다가 머리 위로 지나가는 보트의 소리에도 그렇게 날카로워지는데 아직 모든 신체 부위가 제대로 생성되지 않은 세포 덩어리 상태의 태아에게 초음파를 때린다는 것이 걱정이 되었다. 학계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분분하지만 여하튼 모든 이들이 크게 문제없이 진행하는 방법이다 보니 나도 그냥 시류에 편승하기로 하였다.
28주 (임신 8개월)에 접어들면 3D 입체 초음파를 할 수 있다는 제안이 들어온다. 이 정도 주수가 차면 아기 얼굴에 살이 통통하게 붙어 실제 얼굴과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기에 아이의 태어나기 전 모습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병원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보는 초음파는 특정 주파수를 이용해서 투과/반사 효과로 측정된 센서 값을 화면상에 보여주기 때문에 센서로부터 멀어지는 단면들을 확인할 수 있고 외형적 기형과 신체 발달과정을 살펴보기엔 적당한 방식이다. 하지만 입체 초음파는 한 번에 다양한 음파를 쏴서 입체적으로 스캐닝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한테 안 좋을 것 같지만 짧게 한 번 정도 하는 것은 괜찮다는 병원의 말에 힘을 얻어 우리도 진행하기로 하였다. (호기심의 노예가 만들어낸 자본주의의 필요악 정도로 마음속엔 새겨두기로 하였다.)
첫 시도에서는 라임이가 척추 쪽으로 바라보고 엎드린 자세로 쉬고 있어서 얼굴을 확인하는 것은 실패하였다. 라임이의 자세를 변경하고 활동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아내는 의사선생님의 지시에 따라서 밖에 나가서 걷고 계단도 오르락내리락 하고 두 번째 시도를 하였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엎드린 자세에서 손만 내린 자세. 대 실패였다.
세 번째 시도는 콜록콜록 기침하기, 옆으로 돌아눕기. 허리 들어 올리기 등을 시도하였고 드디어 라임이가 살짝 고개를 돌려주어 옆모습과 앞모습을 살짝 볼 수 있었다.
총 30분 정도가 소요되어서 생각보다 긴 시간 고생한 라임이와 아내를 위해 의사 선생님이 통 크게 컬러 3장에 10컷을 뽑아 주셨다고 한다. (원래는 컬러 2장 정도만 주신다... 은혜로운 아란태 산부인과... 야쓰!)
정말 너무 사랑스러운 라임이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과 똑같이 생겼다. 걍 똑같이 생겨서 보자마자 와!!! 하고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니 만세를 부르거나 엎드려있는 자세도 아내가 잠을 잘 때의 그것과 닮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양가 어른들에게 사진을 공유드리자 역시 누가 어디를 닮았다는 의견이 분분하게 나왔지만 결론은 라임이가 이미 완성형 미모라고 말해줘서 너무 뿌듯하긴 했다 ㅎㅎ 역시... 예쁜 게 짱이다... 근데 우리 엄마가 진지하게 나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해서 사진을 찾아보니...
입이랑 코 모양이 또 내 어렸을 적 사진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ㅋㅋㅋ 아내와 나의 외모 포인트는 눈과 코를 잇는 T 라인이기 때문에 나와봐야 알 것 같지만 내 눈에는 그냥 내가 제일 사랑하는 아내와 똑같이 생겼기 때문에 이미 마음에 든다. 아직까지 건강한 것만으로도 마음에 쏙 들었었는데 이렇게 외모까지 마음에 드는 라임이라니 ... 짜식... 나오기만 해... 아빠가 사랑해 줄게.
라임이 얼굴을 볼 수 있는 날 + 임당에 지친 아내를 위한 힐링 데이로 산전 마사지도 예약한 하루였다. 우리가 예약한 올리비움 산후조리원에서는 무료로 산전 1회, 산후 3회 마사지를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에 24주~36주 사이에 아무 때나 전화예약을 하고 방문하면 된다. 30주가 넘어가면 허리부터 온몸 구석구석이 붓고 아플 수 있기 때문에 막달에 가까워 마사지를 받는 경우도 많고, 오히려 그때쯤에는 배가 커서 베드에 오래 누워있는 게 힘들 수도 있기 때문에 자기 몸 상태에 맞춰서 적정한 시기에 받으면 좋다.
내 주변 출산 선배님들의 조언에 따라 조리원에서는 1일 1회 마사지를 꼭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며 얼마가 됐든 유료 마사지를 끊어서 1일 1회 마사지를 달성하라 아내에게 권유했지만 아내는 돈이 아깝다는 이유로 계속 거절했었다.
예상대로 이야기는 흘러갔다. 산전 마사지 50분을 즐기고 나온 아내의 첫 문자는 "마사지를 추가해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내가 "근데 조리원에서 2시간마다 아기 수유를 하러 가느라 바쁜데 마사지를 받을 시간이 있을까요...?"라고 물어보니 상담 실장님이 웃으면서 “아마 마사지 안 받으시면 너무 무료해서 조리원에 있는 낙이 없으실 거다“라고 하셨다고 한다. 용기 있는 아내는 추가 유료 마사지 결제 옵션 세 가지 중 두 번째 것을 선택했다 ^^ 잘했어 ^^ 행복하게 1일 1회 마사지 받고! 부기도 빼고! 행복하고! 라임이 아빠는 그 맛에 돈 버는 것이다!
평상시에 내가 아내 마사지를 해줘도 아프거나 느낌이 없거나 둘 중 하나였기 때문에 어차피 전문 마사지사가 아니면 우리 마나님을 만족시킬 순 없었다 ㅋㅋㅋ 여하튼, 라임이의 외모도 굳! 아내의 올리비움 산전 마사지 후기도 굳! 훌륭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