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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넷째 주, 오늘의 BAT

무모하게 일단 시작하는 BAT와 그 언저리의 이야기들  

오랜만이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오랜만에 페킹익스프레스 글을 쓴다. 그동안 귀찮아서 쓰지 않았다. 그러다 알바를 시작하게 됐고, 중국과 간접적으로나마 관련된 일이라 이 프로젝트(ㅋㅋㅋ;;)를 재개할 환경이 만들어졌다.


'뭘 쓸까~~~~'를 고민하는 데만 한참이 걸렸고, 그러고서도 딱히 이렇다 할 주제를 정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제 고민하는 것도 정말로 지겨워져서 제일 만만한(=소식이 많은) BAT와 그 주변 바닥(IT, 이커머스 등등)에  관련한 이야기들에 대해 모아보기로 했다.(놀랍게도 여기까지 쓰는데 삼십 분 걸렸다. 상태가 심각하군)


첫 번째 주제는 아마존차이나에 대한 이야기다. 원래 아마존차이나 이야기 다 쓰고 진짜로 BAT 관련해서도 간단하게나마 쓰려고 했는데 아마존차이나만 해도 너무 길어졌기에 그냥 아마존차이나만 쓰기로 했다.

이렇게 될 줄 나도 몰랐음;;


아마존 떠난 중국,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이달 17일, 아마존이 중국 내 전자상거래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정확히는 7월 18일부터 중국 아마존 사이트 운영을 중단한다는 것.(직구 서비스인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유지)


현재 아마존의 중국 사업 규모는 전 세계 사업의 6%에 지나지 않고+최근 몇 년 동안 아마존은 중국에서 이커머스보다 클라우드 서비스나 킨들(Kindle)에 집중했기에 이커머스 부문 철수가 아마존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라 보긴 힘들다.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놀라는 눈치는 아니고, 다만 향후 행보와 관련해 직구에서 존버하다가 다시 확장할 것인지 혹은 자본투자 형식으로 갈 건지 등등 이런저런 추측 정도가 나오는 상황이다.    

아마존의 중국 내 시장점유율은 2008년 16%정도였다가 10년 만인 2018년엔 0.6%으로 낮아졌다. 근데 0.6이면 안 밝히고 접었어도 모를 정도 아닌ㅈㅣ..?


이렇듯 시장에 큰 충격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주체가 아마존이다 보니 여러 포털에서 '아마존은 어쩌다 중국에서 실패하게 되었나'라는 주제의 글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아마존의 패착 요인으로 지적되는 점을 한 마디로 정리해보면, 과도한 본사 중심 체제가 현지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결과론적인 분석이고(외국계 기업이 다른 나라에서 사업 접은 건 당연히 현지화를 실패했으니까지), 설득력이 없어 보이는 이유일 수도 있다(일본에서만 해도 잘 나가지 않는가!). 아마존엔 너모나 많은 인재, 수재, 천재들이 있을 테니 단순히 아마존이 멍충이 같아서 실패했다고만은 보기는 힘들다. 여러 가지 환경들(죽기 살기로 달려드는 경쟁자들이나 현지 소비 심리, 중국의 정책 등)도 꽤나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다만, 이 글은 현지 매체들이 아마존차이나의 퇴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쓴 글이니, 통찰력 있으신 누군가가 이 내용과 관련해 더 좋은 분석이나 의견이 있으시다면 부디 친절하게 댓글이라도 달아주시면 진심으로 정말 감사할 것 같다.


사공이 미국에 있으면 배가 느리게 간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걍 일반인인 나는 아마존 본사가 어떻게 글로벌 지사를 관리하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중국 매체에선 아마존 미국 본사가 아주 세세한 부분에 관한 의사결정까지 관여했다는 내부직원의 증언이 인용됐다.(가령 중국 사무소의 방문자 출입까지 미리 본사에 알려야 했을 정도라는 예시) 이러한 체제 하에선 업무의 복잡도를 높아지고, 아마존차이나의 자율성이 제한되어 결국 현지 시장에 맞는 전략을 펼치기 힘들었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이 분석을 반대로 생각해보면, 중국 시장에 대한 아마존차이나의 분석과 그에 맞춰 짠 전략이나 의견을 본사가 수용하지 않았다는 뜻도 된다.


느림의 미학은 아마존차이나 사명의 변천에도 나타난다. 2004년 아마존은 7500만 달러를 들여 조요닷컴(zoyo.com;卓越网)*이라는 현지 업체를 인수하며 중국에 입성했다. 당시는 아직 이베이가 중국에서 아둥바둥할 때라(ㅠㅠ), 그때 빠르게 치고 나갔어야 했는데  조요-아마존 간 합병 작업은 2007년이 돼서야 마무리되어 '조요아마존'이란 간판을 달 수 있었다. 그리고 2011년이 돼서야 '아마존차이나'가 정식 명칭이 됐다.

*조요닷컴은 현 샤오미 CEO 레이쥔(雷军)이 설립했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추구하는 바는 아주 단순하면서 확실하다. 기본적으로 사업의 중심을 '소비자'에 두고, 소비자의 수요를 만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마존 프라임 무료배송이라던지, 최저가 중심의 상품 노출, 자세한 소비자 후기 노출 등등이 그래서 나온 것이고(https://www.hbrkorea.com/magazine/article/view/1_1/article_no/207), 중국에서의 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마존차이나가 소비자의 수요 만족을 위해 애쓰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지만, 경쟁자들과 비교했을 때 만족시키는데'만' 집중한 것은 문제가 됐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이트에 접속하는(유입되는) 사람이 많을수록, 또 그들이 머무는 시간이 오래될수록 그들이 물건을 살 확률은 높아진다. 일찍이 중국 내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이 논리에 따라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수요를 만족시키는 것을 넘어 소비자의 소비욕을 자극시키고, 판매 페이지의 체류시간을 늘려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사소하게는 예쁜 모델샷을 추가할 수 있게 하는 것과 같이, 상품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허용했던 것이 대표적이다.(그리고 이런 콘텐츠 전략? 마케팅 전략?은 현재 타오바오에서 '내용화(内容化)' 전략이라고 불리는 것의 기초가 됐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온라인 쇼핑이라는 불에 기름이 들이부은 또 다른 큰 계기엔 쇼핑데이의 탄생도 있다. 2009년 타오바오가 처음 쌍십일(aka 광군절) 행사를 시작한 이래 매년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광군절의 대박적 성공을 본 다른 플랫폼들도 같은 방식을 쓰기 시작해, 징동닷컴(6월 18일), 쑤닝이거우(8월 18일) 같은 역시 자신들이 '만들어낸' 쇼핑데이를 나름 잘 활용하고 있다.

당연히 당시 아마존차이나의 인력들은 이런 흐름을 파악하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위와 같은 방식들은 기본적으로(중국 플랫폼들에서 흔히 사용됐던 허위 거래, 평가 조작, 상품 뽀샵과 같은 얍사비 기술은 더더욱) 아마존이 추구하는 운영의 리듬과 달랐다. 회사 방문자도 본사에 미리 얘기해야 하는 판에 저런 정책을 허가 할리가 있나.


사태가 심각해진 나중에는 광고 정책을 개편하는 등으로 반등을 꾀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미친놈들 사이에서 한 번 삐끗하면?


아마존차이나의 중국 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이 극적으로 낮아지기 시작한 건 2008~2012년 사이다. 15.8%였던 것이 불과 4년 만에 2%대로 추락한다. 아무리 사람 일은 모른다지만, 어케 4년 만에 저렇게 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가진 게 나뿐은 아니었던 것 같다.


검색 실력이 매우 비루해서 정확한 플랫폼 숫자 통계를 못 찾았...지만, 어느 글을 보니 2010년을 기점으로 3~4년 동안 중국 내 이커머스 시장이 '전국시대'로 비유됐다. 타오바오, 징동, 이쉰(易迅), 당당왕(当当网)과 같은 기존의 플랫폼에 더해 직구 플랫폼이나 화장품 전문 플랫폼 등도 성장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쑤닝, 궈메이 같은 전통 오프라인 업체들도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 한 마음으로 저가 경쟁에 뛰어들었다.


당시 아마존차이나의 심정이 아닐까


그리고 2014년 알리바바와 징동이 미국에 상장하며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하게 됐다. 2014년 말 즘에 이미 타오바오는 중국 내 거래 분야에선 넘사벽이 되어 있었는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직구 상업에도 뛰어들어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늘려 2016년에 티몰 글로벌과 타오바오 글로벌이 해당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 2위를 차지했고, 징동글로벌, 왕이카오라(网易考拉)라 그 뒤를 이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 아마존차이나는 도리어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데, 저마진의 상품 대신에 고마진의 비교적 고오급 상품을 유통하는 전략을 내세운다. 당연히 이는 이익률은 올라가지만 유입 트래픽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이 내용을 보면서 중국에서 고오급화한다고 들어가 소리 소문 없이 한국으로 철수한 몇몇 브랜드가 문득 생각났다)


여기에 우리나라와 달리 PC 시대를 빠르게 지나가 모바일 시대로 접어든 중국에서 모바일 편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이에 대해 익명의 아마존차이나 유통 부문 출신 직원은 "아마존 앱에서 기능 하나를 개선하기 위해선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전체와 관련되어 손봐야 하기 때문에 한 달, 심지어 몇 달의 시간이 걸렸다"는 인터뷰가 나오기도 했다.

  

뭐 기사라는 게 이미 하고 싶은 말이 정해지고 난 뒤에 쓰는 거고 그래서 나마저도 저 인터뷰에 대한 신뢰도는 그닥이지만,,, 어쨌든 정황을 보여주는 예시 정도로 생각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듯싶다.


아마존차이나의 존버는 결국 이렇게 끝났고(그.나.마. 직구 쪽에선 5위 정도 하는 듯), 이 글도 별 내용 없이 시시하게 끝나가고 있다. 수정할 선을 넘겨서 이젠 내가 뭘 썼는지도 사실 모르겠다....


+) 이거 쓰면서 빡쳤던 이야기 하나. 나 같은 이야 원체 빠가라 이 정도 수준의 글을 쓰는데도 이것저것 찾아보느라 시간이 꽤나 걸렸는데, 한국 쪽에서 나온 기사는 정말 거진 도움이 안 됐다. 나야 뭐 돈 받고 쓰는 것도 아니니 통계나 근거 집어치우고 쓰고 싶은 대로 쓴다고 하지만(이것도 문제긴 하지), 기사에서 '가능하면 토종 업체들을 이용하고자 하는 중국인들의 애국적 소비 행태도 아마존의 발목을 잡았다' 이딴 문장을 보고 있자니 매우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럼 바이두(啊商城, 乐酷天)랑 텐센트(拍拍网, 易迅)가 운영, 투자했던 애들은 왜 망한 것임? '한국이랑 별 상관없는 이야기니까 가능하면 대략적인 추측으로 갈겨쓰고자 하는 기사 작성 행태'인가?


*참고한 글들

https://www.jiemian.com/article/3055735.html

https://www.huxiu.com/article/295218.html

https://www.huxiu.com/article/295118.html

https://www.nytimes.com/2019/04/18/technology/amazon-china.html

https://www.huxiu.com/article/294958.html

https://baijiahao.baidu.com/s?id=1617262113998543543&wfr=spider&for=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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