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윤희에게’를 보고
겨울 같은 영화였다. 엔딩 크레딧 마저 끝나고 잠깐의 시간보다 조금 더 흐른 뒤 누군가의 생각이 났다. 우리 둘 중 누구도 영화와 같지 않았지만. 어느 하나 우리 이야기 같지 않았지만.
가끔 ‘지금 이건 꿈이야’라고 인지한 채로 꿈을 꿀 때가 있다. 그때 꿈에서 위험한 상황에 닥치면 아주 이상한 기분이 든다. 아무 탈 없이 끝날 머릿속의 일이라고 생각해 안도감을 느끼지만 당장엔 너무 무서운 기분. 몇 년 전까지 누군가를 생각할 때면 그랬다. 나조차 믿기지 않지만 매일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매일, 하루 중 대부분은 그와 관련된 생각이었는데 ‘언젠가 분명히 그칠 것’이라 확신하면서도 막상 그 순간엔 ‘평생 이러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했다. 우습지도 않을 정도로 가당찮지만, 사실이다.
시간이 흘렀다. 생각의 주기는 매일에서 가끔으로, 그리고 이제는 어쩌다가 됐다. 따뜻한 방 안에서 창밖 너머 내리고 쌓이는 눈을 보는 기분으로 누군가를 생각하는 나를 본다. 내 이야기지만 남의 이야기인 기억들, 기억의 부스러기들, 기억이라고 우기는 환상 같은 것들, 기억에 붙은 먼지 같은 것들까지 눈 밑에 있다.
보고 싶지 않은데 생각이 날 땐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생각마저 눈에 묻히겠지. 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