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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에 대한 어떤 것

대만에 다시 가고 싶은 이유 중 하나

지난주(벌써?) 대만여행, 정확히는 타이베이에 여행을 다녀왔다. 워낙 유명한 여행지라 별 다른 준비 없이 숙소와 비행기표만 예약했다. 비수기라 모두 손쉽게 구했다.


내가 대만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일국양제, 일본과 비슷한 분위기(겠거니라는 추측), 그리고 ‘말할 수 없는 비밀’ 뿐이었다. 그마저도 재밌게 보진 않았다. 그럼 왜 대만에 가기로 했느냐? 내가 낼 수 있는 예산과 시간 안에서 갈 수 있는 곳이 대만 뿐이었다. 요는 정말 별생각 없이 갔다는 것. 하지만 생각 없이 가는 것이 뭐 어떤가? 한국에서도 별생각 없이 살고 있는데 말이지.


애초에 3박 4일짜리 짧은 기간+빡빡한 관광을 좋아하지 않는 내 여행 서타일 때문에 큰 감명을 기대하진 않았다. 거기에 중국말도 통하니 과장을 좀 더 보태면 ‘낯선 도시로 여행 가는 설렘’ 정도만 느꼈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높이서 보면 모든 것이 작고 작아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아둥바둥 하는 우리.


이토록 대만에 대해 무지했던 만큼 여행 내내 개인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은 타이베이 사람들의 ‘친절함’이었다.


가령, 언제였는지 아니지만 길거리를 걸어가다 두어 번 정도 현지인과 부딪힌 적이 있었다. 한 번은 아주머니였고, 다른 한 번은 할저씨 연배의 사람이었다. 어깨를 부딪히고 난 뒤에 모두들 하나같이 ‘미안하다’고 말하며 사과의 제스처를 했다.(물론 나도 함) 그때의 충격이란! 어느 정도 충격이었냐면, 사과를 받고 난 뒤에 감동받아서 몇 초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을 정도였다.


부딪혔는데 사과를 한다고?!!!?!?!!? 중국어(보통화)가 통하는 곳에서?!?!!?!?!!!?!?! 지역과 사람에 대한 내 편견과 무지함 등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너무나 놀랐으므로.


타이베이의 모습들. 누군가 타이베이의 모습을 ‘일본과 홍콩의 중간’이라고 말하는 것을 본 기억이 있는데, 그 말이 이해가 갔다.


친절함에 놀란 가슴이 채 진정되기도 전에, 또 한 번의 친절함을 더 겪었다.(손나코토,,,,타이베이 시민들,,,,당신들은 대체,,!)


이번 여행을 빡빡하게 계획하지 않았지만,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들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우육면이었다. 다만 여행 기간이 짧고 아침 일찍부터 돌아다니지 않았던 탓에 먹을 기회는 한 번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름 고심한 끝에 평이 좋은(구글과 현지 어플에서 모두) 우육면 집을 하나 골랐다. 한 푸드코트 안에 있는 ‘恩记牛肉面’라는 곳이었다.


우리나라 푸드코트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이 푸드코트에는 맛집들이 많았던 것인지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선 곳도 두 군데 정도 있었다. 아마 중국식 전병과 일식집이었던 듯.


우육면의 국물이 맑고 고기가 아주 부드러웠다. 참고로 나와 일행 입맛에는 비빔우육면이 더 맛있었다. 전형적인 간장 비빔면 느낌으로. 오이반찬도 나쁘지 않다.


정해진 자리가 없는 푸드 코트라 주문한 뒤에 자리를 찾아야 했다. 다만 같은 푸드코트 내에 여러 맛집들이 있어 빈자리를 찾기 좀 어려웠다. 겨우 2인석을 찾아 앉았는데, 의자는 2개뿐이었다. 각자의 짐가방은 품에 안고 조금 불편하게 앉아야 했다.


그때 바로 뒷 테이블에 있던 대만 청년이 내게 ‘의자가 더 필요하냐’고 물었다. 영어로 물어와서(chair라는 단어가 있었음) 어떻게 대답하지 어버버 하는 사이에 자신의 의자를 내게 주었다.


띠용!?!?


의자를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눈을 마주친 것도 아닌데 자기가 앉은 의자를 내게 주다니!?!? 한국에서도 나도 못 하고, 나도 못 받은 친절을 여기서 받다닛!?!?!!? 으아아아아아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따뜻한 마음이 들었다. 고마움의 표시로 뭐라도 했어야 했는데 그땐 그냥 ‘땡큐, 땡큐’라고만 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이렇게까지 감동받는 것이 너무 오바육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은 아마 내가 북경에서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이게 뭔 개소린가 싶겠지만, 북경에 사는 혹은 살았던 모두는 아니겠지만 몇 명은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줄 것이라 확신한다. 내 머릿속 북경은 회색의 대도시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곳이고, 뭐랄까 대만 청년이 해줬던 것 같은 종류의 친절은 만나보기 힘든 곳이기도 했다. 결코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몇 년 동안 내가 살았던 ‘중국’(일국양제니까하)에서 진짜 이런 종류의 친절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놀란 것뿐이다.  


여턴, 이번 여행에선 친절한 사람들 투성이었다. 단순히 그곳이 아주 유명한 관광지라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유명한 관광지라도 대만 같지 않은 곳은 많을 테니까. 그렇다면 대만이 일본스러운 면을 많이 가졌기에 그런 걸까? 사실 이건 잘 모르겠다. 대만의 역사를 잘 아는 것이 아니고, 겨우 여행만 한 번 가본 터라 그냥 최대한 그럴싸하게 추측해본 것뿐이다. 타이베이 사람들 친절한 이유 아시는 분 좀 알려주세요. 궁금하네 갑자기.


관광객에게는 현지인들의 출근길마저 볼거리가 된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 마냥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만의 11월, 12월은 우기처럼? 비가 오는 날이 많다는 것을 모르고 가버려서 여행 내내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오고, 추웠다. 마냥 따뜻할 줄 알아서 갔는데, 도착한 날 너무 추워서 나는 한국에서 가져온 후리스를 입었고 내 일행은 두터운 가디건을 샀다.




또 여행 마지막 날에 기념품을 사려고 따로 호텔에 빼둔 여행경비가 없어지기도 했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진짜  돈에 대한 것은 웬만하면 다 기억하는 사람이라 내가 분명히 돈이 든 봉투를 책상 위에 올려둔 기억이 또렸하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마지막 날 소소한 과자 같은 살 정도는 돼서 따로 빼뒀는데 그게 귀신같이 없어졌다. 호텔에 문의했는데, 예상대로 청소할 때도 보지 못했다는 답을 들었고 결국은 찾지 못했다. 뭐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이 훔쳤다고 생각하기는 싫어서 더 이상 호텔 측에 따져 묻지는 않았다.


타이베이를 여행하고 나니 일본 여행을 자주 가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조금 이해가 갈 것 같았다. 고등학교 때 잠깐 오사카에 4박 5일? 정도 학교에서 여행을 간 이후로 일본에 간 적이 없어서 뭐랄까 일본 여행의 재미나 묘미, 매력이 와 닿지 않기도 했는데 간접적으로나마 알 것 같았다. 깨끗한 거리와 친절한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낯선 곳이지만 친숙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요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 떠올려도 기분이 좋을 것이고, 언제 가도 즐겁지 않을까. 게다가 물가도 싸다! 이번 여행에서는 내내 택시만 타고 다녔는데도 예산을 초과하지 않았다.


아, 택시 해서 생각난 건데 타이베이의 아주아주아주아주 훌륭한 점 하나 더. 대만 택시는 정말 깨끗하다, 정말 정말로!!!!!!!!!!!!!!!! 북경 택시야 뭐 말할 것도 없고, 가끔 한국 택시서도 잘못 걸리면 담배 쩐내+기타 역겨운 냄새가 나는 택시를 탈 경우가 있다. 3박 4일 내내, 맑을 때나 비 올 때나 추울 때나 덜 추울 때나 택시를 타고 다녔는데(적어도 10번은 넘게 탄 것 같다) 냄새나는 택시에 탄 적이 없다. 아, 딱 한번 있었는데 그마저도 한국 택시에 비하면 은은한 편이었어서(북경 택시에 비교하면 무취인 수준) 참을만했다. 이것도 전혀 예상 못한 것이라 놀랐다.    


재밌는 것은, 대만의 차들도 어디 못지않게 운전이 거친 편인 것 같은데(횡단보도에서 사람이 바로 없다 싶으면 그냥 간다거나, 유턴 아닌 곳에서 유턴하기, 칼치기 등등) 그에 반해 클락션 자주 울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운전 매너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조금 혼란스러웠다.


기본 요금은 현지통화로 70(75?) 정도인 것 같던데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인가. 한국에서 택시를 잘 타지 않으니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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