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뭐했더라 그리고 앞으론 뭐하지
작년 마지막 퇴사가 10월 이었으니 장장 8개월 간 무직자로 지냈다. 약 열흘 전 한 스타트업에서 입사시켜주겠다는 감사한 메일을 받았고, 나름 알차게 놀다가 내일 출근일인 것을 알게 되어 오랜만에 브런치를 켰다. 이럴 때만 괜히 생각나서 머쓱하다. 처음 작가 신청을 할 때 ‘작가만 되면 이것도 쓰고 저것도 쓰고 우와ㅏㅏㅏ 이것저것 다 쓸게용~’했던 알찬 다짐따위 너무 빨리 잊은 것 같아서...호호
+)아, 생각나서 말인데 올해 카카오 채용전환 인턴(?) 채용공고 서류 문제 중에 ‘브런치 활성화를 위해 작가에게 줄 수 있는 리워드’(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든 듯)에 대해 나온 것을 봤다. 당연히 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겠지만, 내 경우엔 ‘숨 쉴 틈이 있을 때’나 좀 브런치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여하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8개월 동안 뭘 했더라 쓰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동안 뭐했더라: 여행 갔다가 책 좀 보다가 겨우 전직의 첫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대충 떠오르는 건 10월 퇴사 후, 두 달 정도는 빈둥거렸고 11월 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여행(대만, 사이판, 이집트)을 좀 다녀왔다. 어쩌다 보니 스케쥴이 저렇게 잡혀서 안일하게 취업준비를 잊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세 번의 여행 모두 아주 즐거웠고, 소중한 기억이 됐다. 여전히 나는 남극에 가고 싶고, 언젠가 꼭 가야지.
그리고 올해 초부터 한동안 안 봤던 책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우울증 등의 후과로 예전보다 책 읽는 속도와 이해력이 떨어져서 같은 곳을 다시 읽고 또 다시 읽는 일이 늘어났지만, 여튼 그래도 읽고 있다. 일주일에 한 권 정도.
책 읽는 것과 관련해 예전과 가장 달라진 점은 책을 거의 전자책으로 본다는 것이다. 내 방이 작아서 책을 둘 곳이 협소하기도 하고+아이패드를 너무 놀리는 것 같기도 하고+종이책이 좀 비싸기도 하고+마침 책 구독 서비스를 한 번 이용하니 괜찮기도 해서 전자책을 보기 시작했다. 밀리의 서재, 리디셀렉트 모두 구독한다. 월 구독의 가장 좋은 점은 독서 ‘동기부여’다. 한 달에 한 번, 어느새 새롭게 결제되는 구독료를 보면 ‘흐미, 하나라도 읽어야지ㅜㅜ’라고 생각하며 허겁지겁 어플을 켠다.
가장 많이 보는 카테고리는 당연히 소설.(언제나 소설이었다, 아마 앞으로도) 10할 중 8할이 소설이고, 다시 그중 9할은 SF소설. 8할을 이외의 2할은 경영경제과 범철학 카테고리 책이다. 비율은 나도 모르겠다. 소설에 비해 보는 진도가 너무 늦어서 집계가 힘들기 때문. 덕분에 2018년 말에 산 필사노트가 빠르게 채워지는 중이다.
이후에도 정신 못차리고 빈둥거리다가, 재정이 급격히 압박을 받게 된 3월 즈음부터 조금씩 언론사가 아닌 곳에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아주 많은 탈락 메일을 받고, 가끔 면접을 갔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여길 붙기 전까지의 면접에서 모두 떨어졌다. 지금 생각해도 흑흑이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웬만한 실력과 자신감이 아니면 자주 쓰고, 좋아하는 서비스에 지원하지 말자’라는 것이다. 그저 그런 수준보다 낮은 급의 언론사에서 쌓은 애매한 경력과 실력으론 전직 자체에서 허들이 좀 있다. 허들과 별개로, 좋아하는 기업으로부터 받는 탈락메일은 보통으 ㅣ탈락 메일보다 공격력이 강하다. 마음의 상처도 더 크고, 까닥하면 서비스 이용을 중지하게 되는 것이다.(물론 멘탈 허약자인 내 얘기) 여튼 실제로 돈도 좀 아낄겸 해서 해당 서비스를 이용을 멈췄다. 순전히 내 선택이었고, 여전히 그 서비스는 훌륭하지만(나 하나 구독 안한다고 망하진 않는단 소리), 난 좀 그래. 다시 생각해도 난 좀 그래. 사람 마음이 이렇다.
그리고 ‘내가 좋아한다는’ 것 자체가 보통 B2C 서비스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내가 사장은 아니지만, 왠만히 탄탄하고 열심히 하는 곳 아니면 버티기가 힘든 시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익률, 경쟁자 유입, 차별화 난이도 등등. 요근래 우후죽순 생겨나는 온라인 교육 서비스(이젠 너무 많아져서 오히려 뭘 듣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부터 위치 기반 데이트 어플 등을 보며 이 생각이 더 강해졌다. 한 컨퍼런스에서 창업자가 한 말이 생각난다. “재밌어 보이는 건 사업하면 안 된다, 재미없는 걸 해야 한다.” 상황과 실력을 포함한 여러 요소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 동의가 된다.
사람인, 자소설닷컴, 워크넷, 원티드, 로켓펀치 등을 부지런히 보고, 잡플래닛과 크레딧잡을 오가며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 가릴 처지가 아니었지만, 좀 가렸다. (내 기준) 반짝하다가 구려진 회사, 이미 구린 회사, 앞으로도 구릴 회사, 사람이 구린 회사, 환경이 구린 회사 등을 다녀보니 다시 같은 종류의 고통을 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최소한의 기준을 정해놓고 좀 가렸다. 돈이 다 떨어지기 전에 합격했기에 망정이었다.
나를 받아준 고마운 회사는 스타트업이다. 전직이지만 글을 쓰는 것이 주 업무고, 기존의 글과는 다른 느낌으로 써야 하기에 오히려 그 점이 마음에 든다. 내가 일에 적응하기 전에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위험요소이자 걱정거리지만. 지금은 좋은 생각만 하기로 했다. 걱정과 불안의 짐 대신 담백한 평화의 힘을 믿기로 했다.
#앞으론 뭐하지: 일 열심히, 돈 열심히
카페에서 글을 쓰는데 테라스에 앉아서 그런지 모기가 날아다녀 아주 간지럽다. 얼른 대충 써야겠다.
일단 앞으로 회사 일을 열심히 해야겠지. 새로운 환경과 업계로 옮겨와서 배울 것이 많다. 아직 출근 전이라 뭐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이 안 오므로 별로 쓸 말이 없군. 앞으로의 커리어까지 생각하기엔 아는 게 너무 없으니 뭐라도 좀 보고 듣고, 배운 뒤에 생각을 하쟈.
더불어 월급이 좀 작으니 돈 되는 일을 좀 해야할 듯 싶다. 5년 안에 독립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내 나이가 벌써 허어...참....이미 캥거루족이지만 하하
무엇보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잘 유지하고 싶다. 내가 겪은 힘듬들을 회사 탓으로만 돌리기엔 양심에 찔리므로. 내 삶의 이루는 행복의 요소를 찾아 적절히 채우고 즐거운 날들을 보내고 싶다. 모기는 좀 덜 물리고 싶고. 아오
++)마지막으로 중요한 또 한가지, 브런치 앞으로ㅣ 어떡하지...? 뭐 쓸지 아직 안 정했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