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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8주차 리뷰: 신뢰는 어디에서 오는가

불신과 불신과 불신 사이를 잘 메우려면

보통은 내용을 다 쓴 다음 제목을 붙이는데, 오늘은 제목을 먼저 썼다. 글로 써보려고 메모해 둔 일들을 보고 있자니, 모두 다 ‘믿음’에 관한 이야기기 때문이다. 제목을 보고 혹시나 뭔가 답이 있는 내용이 이어질 것 같다고 느꼈다면 아니올시다. 전혀 몰라서 의문형으로 썼다.


#나의 경우: 언젠가 생기겠지


이제 성장하려고 하는 회사에 들어갔다. 들어간 것은 나, 여기서 나는 ‘중고(전직한) 신입’ 정도의 포지션이다. 비슷한 일을 하긴 했지만 완전 같은 일은 한 것은 아니었고, 본디 속해 있던 곳에서 구구절절 사연 하나쯤 품고 온 사람. 우여곡절을 맨몸으로 겪은 주니어 매니저를 둔 팀원. 그래서 좀 애매한 지점이 생겨버렸다. 아 물론 덮어놓고 내가 매니저나 리더를 불신한다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단지 그 연차이기에 모자랄 수 밖에 없는 부분이 보이고, 보이니까 좀 답답할 뿐이다. 거기에 현재 업무 특성상 대표는 내가 하는 실무에 깊이 관여되어 있지 않다. 나는 인문따리 업무 특화라서.


오랜만에 써서 상황설명이 아주 거지같이 구린데;;;; 여튼 결론은 한달이 지났는데 매니저와 대표에 대한 신뢰가 별로 없다. 물론 그렇다고 일에 적응을 못한 것은 아니다. 입사교육이 좀 부실하긴 했지만, 순수히 ‘짬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의 힘으로 대충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해야 할지 알게 됐다. 또한 회사에 적응을 못 한 것도 아니다. (도움이 되는진 모르겠지만) 입사한지 얼마나 됐다고 TF에도 두 개나 들어가고, 나름대로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TF덕에 지난달에 연장 많이 했다.이번을 마지막으로 다신 눈길도 주지 않을 생각이다. 줜나 피곤....

  

개인적으로 나에게 있어 업무적인 신뢰의 기준은 아주 단순하다. 그냥 일을 잘하면 된다. 나보다 일 못 하는 리더 밑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물론 돈을 많이 주면 얘기가 달라짐) 성격이 좋든 나쁘든 정말 별로 상관 없다. 나는 최소한 내가 받은 돈만큼의 책임을 해내고 싶은 사람이고, 더 많은 돈을 원하기에 더 많은 일을 할 마음도 있는 사람이니까. 왠만한 성격은 일하는 내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은 신뢰가 생기는 속도가 좀 더딘 상태다. 그래도 언젠가 생길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의 매니저와 리더는 모두 아주 노력하고, 그만큼 성장할 가능성도 큰 사람이기에. 그래서 ‘조금 느린’ 신뢰 형성의 속도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그들과 의견을 나누고 내 생각을 전달할 뿐.


#팀의 신뢰: 뭔가 좀 그래


문제는 내가 속한 팀에 대해 외부의 신뢰가 좀 없어보인다는 거다. 얼마 전, 매니저로부터 ‘내가 이제껏 했던 일과, 하고 있는 일, 앞으로 할 일’에 대해서 리스트업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왜 그런고 하니, 외부로부터 ‘ㅁㅁ팀은 대체 뭘 하길래 그렇게 바쁘냐’라는 식의 반응이 있었다는 거다. 여기에는 관련해 엮인 얘기가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결론은 이거다. 내가 속한 팀이 업무적인 신뢰를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리스트업을 해서 주면 뭐하나? 이미 의심을 품은 사람이 그런 걸 본다고 ‘아, 이렇게 많은 일을 하고 계셨다니 제가 몰랐네요!’라고 대답할 것 같은가? 노노 그저 그 다음 질문으로 ‘그걸 하는데 그렇게 오래 걸린다고요?’라는 말만 들을 뿐.


내가 속한 팀은 약간 서포팅 업무의 성격이 강해서 일 하는 결과나 성과를 단독으로만 측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진행되는 프로젝트 안에 들어갈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므로. 프로젝트의 성과가 좋고 나쁘고가 내가 만든 콘텐츠 때문이라는 인과관계를 가지기가 어렵다. 게다가 ‘하나의 문장을 만들기 위해 11개의 문장을 만든 뒤 10개의 문장을 지워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멍청한 시선과 무례한 표현이 섞이면 화룡정점.(이제 거기다 대고 ‘그 팀은 프로젝트 하나만 신경쓰면 되는데 왜 그 모양?’이라고 말하는 순간 개싸움으로)  


다만 여기에는 매니저의 (부족할수밖에 없는) 리더십과도 관련이 있다. 커뮤니케이션 경험이 많지 않은 데다가 업무량이 많아서 실제로 매니징이 원활하진 않다. 쉽게 할 일을 굳이 어렵게 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물론 개인적으로 내가 겪은 것들과 느낀 빡침이 전부 매니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열심히라 매니저가 좀 걱정된다.(내가 그랬던 것처럼, 번아웃이 올까봐.) 그러니까 결국 이건 그냥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해 제 때에 대처하지 못해서, 결과적으로 마감 때문에 개바쁜데 쓸데없는 일(=업무 리스트업)까지 해야하는 나 같은 얌전한 팀원을 빡치게 한, 대표의 리더십 문제다. 처음으로 돌아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면, 그 사람을 매니저로 세운 것 자체가 문제다. 믿지 않는 사람을, 누군가가 믿어야 할 자리에 배치하다니! 이렇게 될 줄 정말로 몰랐으면 식견이 모자란 거고, 알았다면 회피성 무능이다.

굳이 따지자면 후자가 더 싫다


여튼 좀 그렇다. 사람이 갑자기 늘어난 회사라면 이런 비슷한 일은 모두 겪지 않았을까 싶다. 어쩌면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이 글을 다시 보며 되게 많이 웃게될지도 모른다. ‘와, 정말 이런 쓸모없는 고민을 했었다니! 지금 회사 사람들 모두 완벽하게 한 팀인데 말이야!’라고. 사실 비웃어도 좋으니 제발 회사가 잘됐으면 좋겠다.


믿음을 쌓는다는 게 뭘까? 시간과 노력 모두 필요한 것.



#항상 하는 마지막 다짐인데

그리고 매번 졸려서 급하게 글을 마무리하며 하는 다짐. ‘아, 이번주부터는 진짜로 맨날 있었던 일 잘 기록하고 소재 메모해뒀다가 잘 정리해서 일주일에 한번씩 글을 써야지’라는 결심. 다음주부턴 정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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