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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다운 Sep 19. 2022

'나'라는 상자 속에


  글쓰기를 시작하고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타지 않는 거죠.


  글쓰기 전 나는요. 깔깔깔 웃으며 대화를 나누다가 누군가의 한두 마디 말에 굳은 표정으로 침묵한다든지, 다 잘 될 거라며 긍정했다가 한두 가지 문제가 떠올라서 망할 것 같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취한다든지, 카페에서 커피 마실 때까지는 명랑했다가 집에 와서는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서 우울해한다든지. 모순된 생각과 태도로 살고 있었습니다. 나는 기분을 자각조차 못하는 약한 바람에도 흔들리는 갈대와 같았어요.


  롤러코스터 타는 내 기분은 주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지만 아마 가장 힘든 건 바로 나 자신이었을 거예요. 실제로 롤러코스터를 보는 사람보다 타는 사람이 숨 멎는 기분을 느끼듯이요.


  아마 글쓰기는 나 자신에게 지쳐서 ‘내가 누군지 알고나 살자’하는 처절한 시도였는지도 모르겠어요. 쓰는 일은 내 안의 고통과 혼란과 변명을 독대하는 일이었으니까요. 처음에는 용기 내어 상황을 적었고 따라오는 감정들을 나열했어요. 한번 쓰고 나면 쓰기 전보다 감정이 격양되기도 했습니다. 더 무겁게 가라앉는다든지, 더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든지, 눈물이 뚝뚝 흘러나올 만큼 우울 해진다든지요.


  한 시간, 하루, 일주일 시간을 두고 같은 상황을 몇 차례 반복해서 새로 글을 썼습니다. 그렇게 글 속 나와 읽는 나 사이에 거리가 생겨났고 그 틈으로 내 안에 엉켜있는 실타래를 발견했습니다. 엉킨 실타래를 한 줄 두줄 글로 풀어내면서 점차 감정의 격차는 작아졌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뚝 떨어지던 감정이 몇 개의 계단을 거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차츰 계단의 수와 높이도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나’라는 상자 속에 기쁨과 분노, 긍정과 부정, 명랑과 우울… 무수한 조각이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모순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이토록 많은 다른 것들이 들어있는 복잡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많은 관점을 가질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자신 안의 무엇을 사용하고 있나요?





Photo by Marcos Paulo Prad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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