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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다운 Sep 08. 2022

'아빠'라는 사람


  초등학생 때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학교에 갔다. 아빠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회사에 갔다. 일요일이 되면 아빠는 텐트와 버너, 낚시가방을 챙겼다. 나와 동생은 일찌감치 자동차 뒷자리에서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있었다. 


  낚시 가게에서 미끼를 천 원어치 사고 슈퍼에서 신라면 두 봉지를 샀다. 목적지는 주로 우거진 숲 옆에 맑게 흐르는 강이었다. 아빠가 텐트를 치고 낚시할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동생이랑 숲에서 나뭇잎이나 열매를 채집했다. 부지런히 모아 두고 집에 갈 때는 늘 잊어버렸다. 


  숲 놀이가 지겨워질 때면 강물에 들어갔다. 물놀이할 때는 꼭 아빠 시야 안에서 놀아야 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아빠가 낚시 의자를 옮겨가며 우리를 시야 안에 두었던 것도 같다. 아무튼 서로의 시야에서 안전하게 놀았다. 


  숲 놀이와 물놀이가 끝나면 버너에 물을 끓이고 신라면 두 봉지를 넣었다. 야외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신라면은 매콤한 냄새를 풍기며 입안에 침이 고이게 만들었다. 뜨끈하고 매운 라면 한 그릇을 먹을 때면 아빠가 잡은 물고기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은 피라미만 잡힌다”든지 “통통한 붕어를 네 마리나 잡았다”라고 말하는 아빠의 얼굴은 밝게 웃음 짓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어차피 집에 갈 때 다 풀어줄 거면서 왜 저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싶었지만 아빠 웃음 따라 저절로 웃고 있었다.


  참 좋은 아빠다. 여전히 아빠가 참 좋다. 그런데 아빠도 알까? 좋은 아빠라는 걸.


  지금은 내 아빠 말고 내 아이들의 아빠와 같이 살고 있다. 이 아빠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회사에 가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종종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거나 함께 요리를 한다. 그리고 틈만 나면 온갖 장난으로 아이들을 깔깔 웃겨준다. 자기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고 좋은 아빠가 되려고 에너지를 끌어 모아 쓴다. 이 아빠의 눈밑 다크서클이 짙어진 날에는 좋은 아빠가 되려고 애쓰는 모습이 측은하다. 충분히 좋은 아빠인데 정작 본인은 잘 모른다. 이미 충분하다고 말해주어도 손사래를 친다. 내 아빠도 그랬을까. 아빠들 머릿속에는 좋은 아빠와 나쁜 아빠 사이에 얼마나 무수한 현실의 아빠가 들어있는 것일까.





Photo by Markus Spisk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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