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끼장미 Jan 10. 2023

교직의 보람

25년 차 사회교사의  종업식날  풍경


중등교사인 나에게 2022년은 어떤 한 해였을까?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느낀 한 해였노라 말할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새로운 교육환경에 적응하느라 분주했던 건 교사도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학교 현장은 온라인 수업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협업이 이루어졌으니까.

덕분에 교사 간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그러나 교사와 학생 간은 어떠했나?

마스크 벗으면 알아보기 힘든 서로의 민낯을 어색하며 데면데면하게 굴었던 서로의 관계

실시간 수업이 하나의 대안이 될 거라는 기대와 달리 하루종일 지속되는 실시간 수업의 피로감

작은 화면 속에서 만나던 학생들과의 비현실적 관계 속에서 2년을 표류했던 우리들.

길고 긴 표류 끝에 드디어 교실에서 만났다. 


11.2㎡의 작은 공간에서 새롭게 중학교 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들과 함께 했다. 

25년의 교직 생활 중 20여 년 만에 처음 맞이한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은 그야말로 꽃과 같았다.

교과교실에 불이 켜져 있는 쉬는 시간이면  '선생님'하고 반갑게 부르며 들어온다. 


 선생님을 돕고 싶은 아이, 친구의 만행을 고자질하러 온 아이, 심심한 아이, 배고픈 아이, 외로운 아이 등등 사회교실을 찾는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나를 찾아온 아이들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어주고 싶지만 늘 시간은 부족하고 할 일은 많다. 그래도 꼭 눈 맞추고 이야기 들어주고, 조언해 주는 나의 일을, 나는 사랑한다. 


학기말이 될수록 점점 더 분주해진다. 교과 지도는 기본이고, 학년말 자율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기획한 마을 연계 교육과정이 줄줄이 사탕이다. 심리정서 회복 지원을 위해 지원된 예산 덕분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교육활동을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었다. 세계시민으로 성장해 가길 기대하는 마음을 담은 [나는야 세계시민 공정무역 프로그램], 마을의 청년 예술가와 협업한 문화예술 체험활동 [예술아 놀자], 학생주도 프로젝트로 함께한 마을 행사 [송산으로 와락] 참여 및 마을 보육시설 기부활동까지...... 정신없는 12월을 보내고 나니, 종업식이 코앞이다. 


종업식을 앞두고 생각해 본다. 

사회교사로서 나는, 아이들이 사회교과를 암기해야 하는 지루한 과목이 아닌, 삶을 위해 꼭 알아야 하는 중요한 과목으로 기억하길 바란다.  자신이 배운 지식의 쓰임을 알고, 당면한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필요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한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이어온 학생주도 프로젝트 활동수업이  [사회참여활동]이다. 이 활동을 진행하다 보면 크고 작은 고비가 많다. 더불어 함께하는 활동을 위해 모둠구성은 필수다. 모둠을 구성하고 함께하는 활동은 모둠구성원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이 발생한다. 협동이 잘되는 모둠은 격려하고, 난항을 겪는 모둠은 지원하다 보면 때론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한 여정을 포기하지 않고 10년을 이어온 이유는,  가르치고자 한 것을  적확하게 배운 학생들의 마음이 전해진 순간의 감동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종업식을 맞이하며 보내온 아이들의 손 편지


사회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이에요. 선생님 1년 동안 사회수업 감사했습니다. 제가 시회를 못하는데 1학년 사회는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저는 선생님의 사회 수업이 굉장히 좋았던 것 같고, 사회참여활도 ㅇ때도 힘들었는데 많이 도와주셔서 잘할 수 있었어요. 2학년 돼서도 잊지 않을게요. 감사합니다~!!  


사회 선생님

저 **이에요. 사회참여활동을 하면서 좋은 추억을 만든 것 같아서 감사해요. 그리고 선생님 덕분에 작가님도 실제로 만나보고 작가님에게 질문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선생님에게 궁금한 것이 있어 물어보면 항상 진심으로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사회 선생님이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1년 동안 사회에 대해 많이 못 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덕분에 1년 동안 감사드려요. 


종업식날 귀한 선물을 받았다. 

수줍게 내민 편지봉투 속에 진심을 담아 건네는 손 편지를 받았다. 가르치고자 했던 것을  적확하게  배운 아이들의 마음이 느껴져 코끝이 찡해진다. 그 귀한 마음이 고마워, 아이들을 꼭 안아 주었다. 


바쁘고 분주한 순간이라도 눈 맞추고 이야기 들어주길 잘했구나.

절대적으로 힘든  순간이 많지만 포기하지 않고 사회참여활동을 지도하길 잘했구나.

아이들의 다양한 활동을 위해 분주히 오고 갔던 지난 시간들이 보람찼구나. 


교직의 보람이 무엇이냐고 25년 차 교사인 나에게 묻는다면, 

배움을 감사히 여기고, 더 큰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갈 준비를 하는 꽃과 같은 아이들을 만나는 기쁨이라고, 나는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사회참여 활동 # 교직의 보람 # 종업식 # 나비 같은 아이들 # 손 편지 #중등샘의 일상




작가의 이전글 슈퍼우먼이 되고 싶었던 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