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l Descansador Jul 21. 2018

7. 아름다운 밤을 담은 도시 (1)

과나후아또의 밤과 낮 



비가 적당히 와서 촉촉히 적셔진 도로에 오렌지색 조명이 비출 때 길을 거닐다 보면 나는 새삼 비가 하늘이 주는 정말 소중한 선물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리고 그 소중한 선물을 나는 과나후아또 여행 첫날부터 받았으니 나는 정말 행운아가 아닐 수 없다.  거리의 색감, 습도, 온도, 냄새, 그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되는 밤이었다. 



과나후아또 밤거리



모두다 비가 내리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설레는 표정을 한가득 담고 거리로 나와 있었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의 구름 덮힌 보랏빛 하늘과 저마다의 색을 가진 알록달록한 건물들, 그리고 금요일 밤을 맞아 밝혀진 수많은 조명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내 시신경 속으로 들어왔다. 또한 이러한 아름다운 거리의 모습을 비로 적셔진 물 웅덩이들이 훌륭하고, 또 공평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호스텔에서 만난 크로아티아 사람 한 명과 멕시코 타 지방 사람과 동행하여 거리로 나갔던 나는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고도, 그저 정처없이 걸어다니며 수많은 골목들을 뒤지고 다녔다. 골목마다 각각의 색깔을 가지고 있음에 감탄했고, 그마저 식상해질 때면 성당들과 분위기 좋은 식당들이 다시금 내 눈과 코를 환기해 주었다. 



과나후아또 대학 (Universdiad de Guanajuato)와 시내 한국 식당(?)


성당은 아니지만 왼쪽의 사진은 과나후아또 대학(Universidad de Guanajuato)이다. 근처를 둘러보면서 '여기가 우리 학교였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10번 이상은 했던 것 같다. 밤 시간이라 내부는 둘러볼 수 없었지만 주변 환경과 학교 건물의 고풍스러움은 내 가슴을 뛰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런 학교가 우리 학교와 결연이 되어있다면 참 좋았을텐데.. 


오른쪽 사진은 들어가 보지 않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한국 스타일의 식당 또는 술집인 듯 했다. 그 정도가 과하면 여행의 정취 마저 깨뜨릴 수도 있지만, 외국에서 한국인들의 자취를 발견하는 것은 언제나 반갑고 즐거운 일이다. 무엇보다 나와 같이 단순히 여행 또는 학업을 위해 일시적으로 체류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타지인 그곳에서 터를 잡고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데 일조하고 있는 분들에 대해서는 늘 존경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한 번도 행동에 옮겨본 적은 없으나 그 분들이 이 곳에 정착하게 된 계기와 행간의 이야기들을 심층적으로 인터뷰해보고 싶었다. 그들이 알고 있는 과나후아또와 내가 2박 3일간 느낀 과나후아또의 모습은 어쩌면 많이 다를거라 나는 미루어 짐작했다. 그리고 그 간극을 알게 되는 것은 좋은  기회일 수도, 동시에 없던 실망감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음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생각을 담고 나는 걷고 또 걸었다. 

밤은 길고, 과나후아또의 골목은 수없이 많았다. 

후에 친구들은 2박 3일 동안 내가 과나후아또에만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지루하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동안 단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내게 일주일이 주어졌다고 해도 나는 변함없이 과나후아또에 계속 머물렀을 거라고 나는 어렵지 않게 확신할 수 있었다.  



밤은 길고, 과나후아또의 골목은 수없이 많았다.



다행스럽게도 과나후아또는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라서인지 밤에 거리에 돌아다니는 것이 전혀 위험하지 않았다. 실제로 호스텔 주인이나 현지인들에게 물었을 때도 같은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독자분들 중 중남미를 여행 중이시거나 계획을 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치안에 관련해서는 늘 현지인들의 의견을 중용하셨으면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한 사람의 의견만을 듣고 확신하기보다는 2~3명의 의견 정도는 듣는 것이 좋다. 앞선 포스팅에서 언급한 그들의 문화적 특성 때문인지 몰라도 많은 라티노들은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솔직히 모른다고 하지 않고 정확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알려주려고 한다. 이러한 그들의 잘못된 길 안내 등으로 인해 돌아 돌아 목적지에 도달하는 일은 꽤 익숙해졌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아직 경험하지 못한 과나후아또의 아침을 맑은 정신에서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너무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야만 할 것 같은 강박이 내 발걸음을 이끌었다. 



¡Saludos a mañana!(내일에 안녕)








밤은 길고, 과나후아또의 골목은 수없이 많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6. 과나후아또로 떠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