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산맥이라고 하면 보통 스위스를 먼저 떠올리게 되기가 쉽지만, 사실 그 웅대한 산맥은 무려 일곱 개의 나라에 거쳐 너르게 펼쳐져 있다. 그중 하나이자 빼쪽한 기암괴석이 유명한 북부 이탈리아 돌로미티 여행 중 발견한 깜찍한 표지판.
주인이 잠시 일을 보고 돌아올 동안 기다리는 강아지를 배려한 공간이다. 꼬리를 살짝 들고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의 모습도 강아지 주차장이라는 표지판을 달아둔 센스도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는 강아지 '복지'의 현장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레스토랑들 앞마다 산책하다 목이 마른 강아지들이 목을 축일수 있도록 물그릇을 내어 놓는다거나 하는 것들이 그 예이다. 애완동물을 동반할 수 있는 식당들도 많고, 백화점에서도 대형견의 목줄을 끌고 쇼핑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매일 정해진 시간마다 강아지들을 산책시켜주는 아르바이트가 꽤나 많은 보수를 주기도 한다.
군터 3세라는 강아지는 1992년 주인이었던 백작부인이 사망하면서 한화로 약 989억에 달하는 유산을 상속받았다고 한다. 이후 군터 3세가 사망하면서 전 재산은 군터 4세에게 상속되었고 이후 군터 4세는 84억에 이르는 마이애미 별장을 구입하고 12억원 어치 트러플을 구입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재산관리인들이 재산을 잘 불려주어서 현재 자산은 상속 당시의 다섯배쯤에 달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런 '개부자'들의 예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부잣집 강아지들의 삶을 보면 인간으로써 오히려 부러운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모쪼록 저 표지판 아래에 머물다 간 돌로미티의 강아지들도 알프스의 맑은 공기와 물과 함께 오랫동안 행복하기를.
*부족하나마 제가 직접 찍은 사진들 입니다. 허가 없는 사용을 삼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