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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형 Aug 17. 2018

취향과 유난의 차이

얼음 세 조각의 배려


그들은 항상 내가 일하는 평일 오후에 왔다.

커피를 받으러 올 때면 남자가 꼭 하는 말이 있었다.

 "죄송하지만 한 잔에는 얼음 세 개만 넣어주시겠어요?"

그는 얼음이 들어간 커피를 그녀 쪽에 내려 놓았다.

상대가 좋아하는 온도를 안다는 것,

그녀가 마신 것은 한 잔의 애정과 관심이었을 것이다.

                                                                -허현 「이것이 나의 다정입니다」168p 중


여자친구와 카페에 갔다. 날씨가 더워서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했다.

"일회용 컵에 드릴까요? 유리 컵에 담아 드릴까요?"

카페에서 다 마실 수 있다면 일회용 컵보다는 머그잔이나 유리컵을 좋아하는 나는 

무심코 대답했다. 

"둘 다 유리컵에 주시겠어요?"

그러자 옆에 있던 여자친구가 점원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저 한 잔은 일회용 컵에 주세요."

그제서야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자리에 앉아 여자친구에게 원래 일회용 컵을 좋아했었는지 물어보았다.

"유리컵은 무겁잖아."


번지르르한 말 말고 행동에서 느껴지는 사랑이 좋다고 종종 말하던 네게

그게 무슨 말이냐고 말로도 느껴지지 않냐고 엉뚱한 질문을 했던 나

오늘도 나의 무심함을 발견했다.

아이스크림 하나 고를 때도 맛을 상상해보며 신중하게 고르는 네게

디저트 하나 고르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의아해 했던 나

되는 대로 안되면 말고 식으로 살아온 나는

누군가의  '적정한 온도'를 유난스러움이라 내 멋대로 판단하곤 했었다.

배려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적어도 너에겐 너의 온도를 항상 감지하고 신경쓰는 온도계가 되겠다.




-그녀가 선물해 준 「이것이 나의 다정입니다」 168p를 읽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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