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떠나간 너를 그리워했다.
슬퍼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허무하고 헛되다 느꼈다.
그리고 때로는 그런 네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나간 네가 부럽다는 뜻이 아니다.
내 마음속에 좋은 기억만을 남기고 떠나간 네가 부러웠다.
왜냐면 난 누군가에게 그럴 자신이 없다.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더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먼저 떠나간 너로 인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한 가지를 더 배웠다.
이별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언젠가는 반드시 나에게도 그 순간이 찾아올 것이라는 것.
하지만 그것은 영원한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것도.
그러기 위해 난 좀 더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조금씩 누군가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간다면
어쩌면 언젠가 찾아올 영원한 이별을 조금 더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넌 나에게 꽤 오랜 기간 동안 아무 소식 없이 불현듯 먼저 떠나갔지만
난 너의 생전 그 어느 기간보다 널 기억하고 너로 인해 깨달았다.
나도 누군가의 가슴속에서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
삶이 조금은 덜 두려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