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HC
초등(국민) 학교 때부터 축구를 잘했다. 중학교에서도 축구부 선수를 했고 고등학교 때도 축구를 했다. 성적도 좋은 편이어서 인기가 많았고 수재들과 어울렸다. 여러 번 같은 반이 되었지만 아주 가깝게 지내지는 않았다. 혹은 못했다. 나는 운동 신경이 늘 둔했다. 오죽했으면 대학 4학년 여름 내가 운전면허를 따자 한 선배는 굼벵이도 기는 재주가 있다는 게 사실인 모양이라고 놀리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각각 대학을 따로 가면서 만나지 못했다. 삼십 대 중반쯤 그러니까 기열이가 죽어버린 그 해 동기 모임에서 들은 바로는 B시에서 와인 수입상을 열었다고 했다. 와인병을 볼 때면 간혹 그의 얼굴이 떠오른다. 언젠가 우연히 본 앨범에서도 그는 당찬 얼굴로 미소 짓고 있었다. 나는 중학교 때 100미터 달리기를 보통 16초 정도에 뛰었다. 그는 12초나 13초에는 끊었을 것이다. 여러 번 연락을 받았지만 나는 동창회 모임에 나가지 않았다. 가끔은 일이 생겨주었고 대부분은 자의로 결석했다. 그는 아마도 개근하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