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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명 이영주 Oct 22. 2019

피아노교습소

그녀는 세일러복 차림의 여고생이었다. 얼마 뒤 그녀는 어느 대학교 음대를 응시했으나 낙방하였고 이내 피아노 교습소를 냈다. 그녀의 부친은 제법 부를 축적한 이로 골목 어귀의 첫 집이 그의 집이었다. 대문부터 커다란 집으로 사랑채와 본채가 있는 제법 번듯한 집이었다. 그녀는 사랑채 쪽에 피아노 몇 대를 놓고 아이들을 가르쳤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어머니는 나를 그녀에게 배우게 하였는데, 이유는 알 수 없다. 어쨌거나 그녀는 무서운 선생님은 아니었다. 아마도 나는 한 해나 혹 두 해쯤 그녀에게 드나들었고, 실력은 절반은 선생 탓 나머지 절반 혹은 그 이상은 내 재능 탓으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선생으로서든 동네 규수로서든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이런저런 경로로 내게도 전해졌다. 그녀를 쫒았다니는 남자가 있는데 그녀의 모친이 결사반대해서 그녀는 식음을 전폐했다느니 혹 그 반대로 그녀가 목을 매는 남자가 생겼는데 부친이 그녀를 가택 연금하였다느니 그런저런 이야기들이 무성하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녀의 피아노 교습소는 그럭저럭 잘 운영되었다. 처음에는 간판도 없었다가 얼마 뒤 골목 어귀 담벼락에 작은 플라스틱 안내판이 붙었고 나중에는 제법 큰 철제 사인보드가 세워졌다. 


나는 그녀가 결혼을 일찍 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녀는 서른을 넘긴 뒤 조용히 결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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