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명 이영주 Aug 29. 2019

과학

까칠한 과학교사

해괴한 소문이 돌았다. 어느 녀석인가 과학선생 치마 속을 비쳐보려고 거울을 바닥에 놓아뒀다가 걸려서 혼났다는 이야기였다. 삼십 대 중반일까 혹은 그 이상이었을까? 그녀는 수업시간에 고약한 체벌로 아이들 사이에 소문이 자자했다. 대나무 뿌리를 말려 만든 짧은 매로 꼭 손등이나 손가락 끝을 때린다든가, 겨드랑이 여린 살을 꼬집는다는 것이었다. 깐깐한 성격이니만큼 가르치는 실력은 제법 좋았다고 기억한다. 물론 배웠던 내용은 까마득히 잊어버린지 오래되었지만. 까까머리 남자아이들이 말을 잘 안 들으면 체육선생이나 다른 무서운 남자 선생을 불러와서 말 안 듣는 아이들을 혼쭐을 내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대체로 과감한 패턴의 긴치마를 주로 입었었다. 다른 여선생들이 비교적 수수한 차림이었던 반면 그녀는 여러 면에서 돋보이는 패션 감각을 가졌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유독 아이들이 그녀에게 관심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나는 중학교 내내 처녀 음악 선생을 혼자 사모했으므로 과학선생 그녀에게까지 나눠줄 관심은 없었다. 일 학년 때 합창반에 들어갔지만 이학년이 되면서 변성기가 오자 합창반을 나온 뒤 짝사랑도 시들해졌다. 요즘은 여성 교사들이 많은 세상이 되었지만 그때는 어디나 여성 교사들이 인기였고 주목받았다. 이제 그녀들은 모두 은퇴를 했을 것이다. 음악 선생은 나중에 아버지 후배와 결혼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봄소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