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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경 May 04. 2023

난 프로 수강러이다.

이른 나이에 사회 생활 시작

지식의 허기였을까.

프로 수강러, 자격증 모집가, 열정대학생, 새벽기상, 열정가득이, 다산콜 센터, 오지랖녀, 팔랑귀, 초긍정녀 등 나에게 붙여진 별명들이다.


위 닉네임을 갖게 된 것은 고등학생 3학년 때가 계기가 되었다. 집안 사정도 어렵고 원하던 교육대학에 들어가서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포기했다.  1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이 시작되었다.      


일본에 가죽제품을 수출하는 무역회사에 개발부 소속 품질관리과에서 일을 시작했다.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에 나름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해 상사들과 동료들에게 인정도 받고 일본 출장도 다니며 재미있게 직장 생활을 했다.     


어느 날 직장 상사이자, 멘토였던 현옥언니가 ‘큰 물에서 놀아야 큰 물고기가 된다.’며 준브랜드 뱅뱅에 추천을 해주었다. 옮긴 직장에선 해외사업부 품질 관리과에 소속이 되어 일을 하게 되었다. 나름 홍콩에 지사를 두고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국내와 홍콩에서 판매를 했다. 중국에서 생산관리와 품질 관리를 할 사람을 지원받았다. 그때만 해도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이고, 대한민국과 수교 전이라 위험 국가로 분리되어 있었던 때이다. 직원들이 지원을 꺼리는 것도 이해가 된다.      


7년의 직장생활에 번아웃이 왔다. 나에게 새로운 곳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때마침 직장 상사의 추천으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홍콩과 중국에 30일간 출장을 갔다.     

위험 국가이고 사회주의 국가라는 선입견으로 중국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에 두려움과 긴장감을 잊을 수 없다. 30일 출장 기간 동안 두려움과 긴장감은 점점 신기함으로 바뀌었다. 학교에서 배웠던 사회주의 국가와 현실은 너무나도 다른 세상이었다.     


경제적, 문화적으로 뒤처져 예의 없고 서비스 정신도 형편없었다. 음식점은 비위생적이었고 강한 향신료로 인해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았다. 중국 내에서 이동을 하더라도 여권 없이는 지역을 자유롭게 이동하기 어려웠다.     

공공버스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허다했다. 잘 씻지 않고 옷도 세탁하지 않았다. 몸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다반사여서 코를 쥐고 다녀야 했다. 공중화장실은 어땠을까? 문이 없어 다른 사람과 마주 앉아 수다를 떠는 풍경은 물론 앞사람의 얼굴을 보며 볼 일을 보는 웃지 못할 상황에 놀라는 것은 나의 몫이었다.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때의 중국은 우리나라 50년대, 60년대와 비슷하다고 했다. 북경 올림픽이 열리고 난 후 다시 가본 중국은 수교 전의 중국과는 많이 변해 있었다. 우리나라도 88 올림픽 이후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많은 것이 좋아졌듯이 중국도 북경 올림픽 이후 문화적,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좋아졌다.     

30일 출장을 마치고 한국에서 생활하던 중 또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2년 정도 중국과 홍콩에서 체류하며 주재원으로 생활해야 하는 거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지원을 했고 바로 홍콩으로 날아갔다.

홍콩과 가까운 심천에 아파트를 숙소로 정했다. 홍콩과 중국을 드나들며 중국 전 지역을 다녔다. 생산 품질 관리와 제품을 한국과 홍콩으로 보내는 일을 했다. 조선족 통역과 한 팀이 되어 심천, 백천, 선양, 대련, 청도 등으로 출장을 다니며 중국인들의 삶에 내 삶을 녹아내는 2년의 시간을 보냈다.     


지금 생각하면 나의 전성시대였지만 참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어,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지만 통역만 믿어 아쉬움으로 남는 시간이다. 2년의 주재원 생활은 나의 삶에 많은 변화를 주었고 결혼에 대한 생각과 평생의 반려자를 선택하는 기준도 달라지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결혼 후, 남편의 사업 실패는 남편만 믿고 살아서는 안된다란 생각을 들게 했다. 친구의 권유와 중국 주재원으로 있을 때 중국어를 배우지 못한 아쉬움은 나를 다시 학생으로 살게 했다. 어쩜 방송통신대 중어중문과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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