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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issa Jul 24. 2023

유엔과의 첫 인터뷰

30년 연주한 바이올린이 여기서 빛을 보다


유엔의 Staff (직원) 채용절차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Consultant 나 Individual contractor 가 아닌 이상 모든 Staff (직원) 채용은 공식 절차를 따르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채용절차를 적자면 (자세한 사항은 유엔 웹사이트 참조 - https://careers.un.org/lbw/home.aspx?viewtype=AP) ​

1. 1차 서류전형 통과 - 기본적인 요건이 맞는지 체크한다 (경력기간, 학력, 자격증 등등 필수조건 충족)

2. 2차 서류전형 통과 - 포지션에 맞는 구체적인 지원요건을 확인한다. 예를 들면 Finance Officer면 국제기구에서 재정 쪽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지, ERP와 같은 시스템은 써본 적이 있는지 등등 말이다.

3. Assessment - 서류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들에게는 시험 초대장이 날아오는데 시험은 그 포지션에 관련해서 필요한 능력을 채점한다.

4. 인터뷰  - 시험에 통과한 사람들은 인터뷰 초대를 받는다. 인터뷰는 화상으로 competency based interview가 진행된다.


나의 첫 번째 유엔과의 잡인터뷰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빨리 지나갔다. 지금은 모든 인터뷰가 화상으로 진행돼서 인터뷰 패널들 얼굴을 볼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전화로 인터뷰를 보았다. 그래서 인터뷰 패널들 이름과 목소리만 듣고 수화기에 대고 질문에 답을 해야 했다. 처음에 목소리가 덜덜 떨릴까 걱정했는데 얼굴이 서로 안 보여서 그런지 오히려 긴장도 덜되고 덤덤했다.


인터뷰 패널들이 각자 자기소개를 하고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Hello, my name is Michael, I am the executive officer here at XXX. Next to me, we have Alan and Richard from Finance and Winnie from HR.”


앞서 글에서 언급했듯이 유엔에는 다양한 영어 엑센트를 가진 사람들과 일한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마이클의 영어에는 진한 아이리쉬 엑센트가 섞여 있었다.


북미 영어 엑센트에 익숙한 나는 순간적으로 속으로


”오 마이갓…. 질문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을까 “ 걱정이 앞섰다. 캐나다에 살면서 익숙한 엑센트는 우리가 흔히 듣는 미국식 영어, 그 외의 인도, 중국, 한국 엑센트가 다였기 때문이다. 아이리쉬 엑센트는 아직 내 귀에 익숙지 않았다.  


다행히 내가 못 알아들으면 질문을 친절하게 다시 해주셨다. 자신도 자기 엑센트가 강하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말이다.


그때 어떤 질문이 나왔고 내가 어떻게 대답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다만 공식 질문이 다 끝나고 마지막 질문이 기억이 난다. 나의 보스 될 사람이

“What do you usually do in your free time? Do you have any hobbies?” 하고 물어왔다.


순간 내 머릿속에 여러 답이 지나갔다. 나는 취미생활을 열정적으로 하는 스타일이기에 왠지 내가 하고 있는 것을 다 말하면 나를 일에 관심이 없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대답을 머뭇거렸다.


캐나다에 있을 때는 회사 이후의 삶은 음악으로 가득했다. 일주일에 한 번 동네 오케스트라 리허설, 오케스트라 이사회에서 회계담당, 주말마다 아마추어 뮤지션들과 집에서 챔버뮤직연주 (일요일 아침마다 모여서 연주하는 String quartet이 있었다), 오케스트라 연주회, 가끔씩은 병원이나 양로원 가서 연주봉사, 그리고 매주 바이올린 레슨. 낮에는 회계사 밤에는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의 생활을 했다.


나의 대답은 이렇게 시작했다.

“ Usually, I go for a walk or do yoga. I like to be in the nature and spend time with my close friends and family after work” 아주 두리뭉실하고 모호한 대답이었다. 더 이상 나의 회사 끝나고의 삶에 대해서 묻지 마라 하는 뉘앙스로 말이다.


그랬더니 다음 질문이 훅 들어왔다.


”Anything you do in specific? Like playing the music, doing arts etc.?”


이 질문을 받고 나서는 “아 어쩔 수 없다. 그냥 말하는 수밖에는” 하고는 솔직하게 나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말했다.


“Yes, actually I play the violin. I have been playing the violin for almost 30 years, and before I came to Geneva, I was playing at a local orchestra regularly and I was also acting as one of board members there. “


그러자 수화기 건너편으로 들리는 ”That’s great! So, you are a musician and an accountant”.


나는 떨떠름한 목소리로 “Yes, that’s right.”


그리고 서로 감사인사를 하고 인터뷰가 끝났다.


그리고 몇 주 후에 오퍼레터를 받았다. 나중에 보스랑 얘기하다가 알게 된 사실은 내가 다른 지원자들을 제치고 뽑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내가 바이올린을 연주한다는 것이었다. 회계사들 중에 숫자에 능숙하고 일만 할수있는 사람들은 흔하지만 악기를 꾸준히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하는 예술적 재능을 갖고있는 회계사는 드물다고 하셨다. 그리고 자기가 본 사람들중 예술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잘 맞춰가면서 일도 잘했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바이올린을 연주한 지 벌써 30년이 넘었다. 어렸을 때 취미로 시작해서 학교 다닐 때도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해왔는데 여기서 이런 식으로 빛을 보다니 참 신기할 따름이다.


정말 기회는 어떻게 어떤 식으로 올지 모른다.

제네바로 오기전 비올라 하는 분의 집에서 친구들과 가족들 초대해서 한 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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