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lissa Jul 22. 2023

유엔에 들어가기 위해 회계사가 되다

꿈이 구체화되는 과정

난 내가 정말 유엔에서 일하게 될지 몰랐다. 아니 사실은 들어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내가 생각했던 유엔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우선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서 살았으며 외국어도 몇 개씩하고 외교관의 자녀들이나 탑스쿨에서 공부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주변사람 사돈의 팔촌을 찾아봐도 유엔에서 일하는 사람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세계를 무대로 세계 여러 나라사람들이랑 일하고 싶은 막연함 꿈은 어렸을 때부터 있었지만 그 꿈이 점점 구체적으로 변한 것은 대학교 때부터였던 거 같다.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다가 시간이 나면 가끔씩 유엔 커리어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어떤 채용공고가 나와있나 읽어보곤 했다. 그러다가 Auditor라는 포스팅이 눈에 띄었다. 자격요건을 보니 회계사 자격증이 필수였다. 우선 회계사 자격증을 따면 그래도 지원이라도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때 당시 왠지 정치 외교 이쪽을 공부하면 경쟁도 심하고 박사까지 따지 않는 이상 오히려 유엔에 들어가기 더 어려울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들어와서 보니 그건 나의 직감이 맞았다. 정말 그쪽을 선택하지 않은 건 다행이었다.


학창 시절 아마 2009년 2010년쯤이었을 것이다. 친구 중 하나가 넌 졸업하고 어디서 일하고 싶어 하고 물어봤는데 그때 나는 정말 부끄러워하면서 기회가 되면 유엔에서 일하고 싶다고 고백했던 기억이 있다. 고백이라는 표현이 맞다. 아직 학생이었고 회계사가 되지도 않았고 변변한 경력도 없었고 유엔에 어떻게 들어가야 되는지 몰랐지만 나에게는 비밀스러운 큰 목표였기 때문이다.  그때 이후부터 2018년 제네바로 떠나기 전까지도 아무한테도 유엔에 들어가는 것이 내 꿈이라고 말하지 않았던 거 같다. 그저 회사 다니면서 묵묵히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왠지 꿈이랍시고 말만 하고 다니면 더 멀어질 거 같아서 그랬다.


그 이후 10년이 지난 2019년 1월, 제네바에 온 지 4개월 만에 유엔에서 합격 이메일을 받았다.

“In refer to your application to the above-mentioned Job opening, we are pleased to inform you that the Head of Department has selected you for the position.”


그 이멜을 받고 그 작고 컴컴했던 제네바의 기숙사 방에서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나도 모르게 외치고 울었다.

비가 어두컴컴하게 내리던 나의 유엔 첫 출근날
첫날 내 사무실 모니터 앞에서 퇴근전에 찍은 사진 - 컴퓨터 화면에 2/1/2019 6:05PM 이라고 찍힌게 보인다.


나의 출근 첫날 퇴근길
매거진의 이전글 굿모닝, 굿애프터눈, 굿이브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