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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림 Jul 09. 2021

빌보드를 때려맞히다(1) 3명의 여성 제임스 딘

BTS를 이긴 여성 솔로, 올리비아 로드리고를 주목하라!

데뷔 앨범 SOUR 표지

BTS 열풍이 해외에 불어닥치면서 스포티파이나 애플뮤직, 빌보드 핫 100 같은 미국이나 해외 음악 차트를 눈여겨보는 한국 분들이 많아졌다. 항상 그 사이 어딘가에 자리를 지키고 있던 릴 나스 엑스의 'Old town road' 같은 노래나 한국에서도 나름대로(?) 이슈가 되었었던 카디 비의 'WAP' 같은 노래들은 익숙하실 텐데, 어느 순간부터 1위나 2위에 아리아나 그란데도, 에드 시런도, 저스틴 비버도 아닌 올리비아 로드리고라는 낯선 이름이 끼어들어왔다.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한국인에게 눈도장을 찍은 시기는 아마 그때였을 것이다. 웬 올리비아 로드리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다가 디스코그래피도 한 장 없다. 들어보니 노래는 좋다. 그때부터 한국에서도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한국 차트에도 스멀스멀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슈퍼 루키라는데, 과연 그녀는 누구인가? 그를 알고 노래를 들어야 미래의 빌보드를 어느 정도 때려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올리비아 로드리고 (본명 올리비아 이사벨 로드리고 Olivia Isabel Rodrigo)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출생으로 한국 나이 19세이다. 한국 나이로 치면 성인도 채 안 된 나이다. 아버지는 필리핀계로 알려져 있고 어머니는 독일과 아일랜드계 혼혈이다. 또한 연기와 노래 수업을 여섯 살 때부터 받아왔고 데뷔는 연기 쪽으로 했다. 그리고 미국 아역배우 데뷔 계의 등용문인 디즈니 채널 시리즈의 기타리스트 캐릭터 역할을 맡아 미국에서는 인지도가 있는 아역배우였단다.


그리고 마침내 2019년, 미국 디즈니 사에서 만든 스트리밍 사이트인 디즈니 플러스에서 만든 작품 <하이스쿨 뮤지컬; 더 시리즈>에서 직접 작곡해 부른 사운드 트랙이 히트를 쳐서 인정받았다. 트랙의 제목은 'All I want'. 처음 발표한 자작곡임에도 불구하고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2주 동안 살아남았다. 비록 최고 순위는 90위였지만 말이다. 


아마 기분이 엄청나게 좋았을 것이다. 내 첫 자작곡이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2주 동안 살아남다니! 자신감을 얻은 올리비아는 본격적으로 앨범 준비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2021년 1월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데뷔 싱글  'Drivers lisence'가 세상 빛을 보게 된 것이다. 


Drivers lisence는 요즘 유행하는 힙합 사운드도 아니고, 오히려 2010년대 초중반 테일러 스위프트를 필두로 하여 유행했던 컨트리나 알앤비 스타일의 곡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올리비아는 담백한 목소리로 고음을 쭉 뽑고 목소리는 허스키하고 귀에 팍팍 꽂혀 들어온다. 


Drivers lisnce는 등장 그 자체로 센세이션이었다. 이 싱글은 빌보드 핫 100 1위로 데뷔했고, 비 연휴 노래로는 최다 스트리밍 수를 기록하였다. 필자는 이 힘을 일명 '테일러 세대의 힘'이라고 본다. 테일러 스위프트 노래를 듣고 자란 세대들은 자연스럽게 그 노래랑 비슷한 노래를 찾는다. 최근 라이징 스타로 떠오르는 Z세대 할리우드 스타들은 모두 롤 모델로 테일러 스위프트를 꼽는다.


올리비아 로드리고도 마찬가지다. 올리비아는 인터뷰에서 테일러가 아니었다면 가수가, 작곡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테일러에게 인스타그램 DM (다이렉트 메시지)를 받은 이야기를 하며 19살 소녀답게 웃는다. 그리고 그의 노래를 듣는 청자들도 같은 세대인 것이다. 힙합 음악이 범람하는 이 시대에 갑자기 Drivers lisence 같은 장르의 음악이 급물살을 탄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 노래의 후렴구는 어떤가? 나는 이 노래의 후렴구를 듣고 기시감을 느꼈다. 뉴질랜드의 싱어송라이터인 로드(Lorde) 2집의 무드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로드도 실제로 테일러 스위프트와 친분이 있고 테일러에게 영향을 많이 받은 젊은 아티스트 중 하나이다. 그리고 인터뷰를 검색해보니 올리비아가 로드의 팬이라는 인터뷰가 있었다. 이처럼 올리비아의 음악은 로드, 테일러 스위프트, 라나 델 레이 같은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을 듣고 자란 Z세대 어린이라면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담긴 음악이다. 그래서 미국의 10대들이 열광하는 것이다. 


한편, 이 싱글이 성공하자 올리비아는 앨범을 준비한다. 싱글의 엄청난 성공으로 정규앨범을 준비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내놓은 정규앨범은 당당히 성공가도를 달린다. 앨범 제목은 'SOUR'.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은 'good 4 u'다. 역시 요즘 차트에서 찾아보기 힘든 빠른 비트의 락 장르 곡이다. 이 곡은 2010년대 초중반이라기보다는 2000년대로 조금 더 내려가 에이브릴 라빈을 떠올리게 하는데, 10대들에게 이 곡은 외려 완전히 새롭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03년생이라는 것을 기억하시라. 그녀의 음악을 듣는 주 소비층은 그녀보다 어릴 것이다. 에이브릴 라빈을 모를 수도 있다. 아무튼 'good 4 u'는 밴드 사운드를 주로 한 신나는 사운드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사를 끼얹었다. 나쁜 남자 친구, 그리고 꺼져버려! 


그다음으로 필자가 주목한 곡은 Jealousy Jealousy이다. 앨범을 소개하는 인터뷰에서 올리비아는 굳이 10대가 아니더라도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만한 말을 꺼냈다. 바로 SNS와 남들과의 비교들. 내가 어떻게 보일까? 쟤는 저렇게 예쁜데, 난 진짜 못생겼다. 뚱뚱하다. 그 얘기를 우상이 꺼내 준다면, 노래로 만들어준다면 새로운 공감대가 생기기 마련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생각보다 많은 걸 바꾼다.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인터뷰에서 이 앨범은 나와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했다. 이 노래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 노래가 개인적인 노래이기도 하다고 했다. 우리가 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그조차도 질투를 느낄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이 10대들을 매료시킨 게 아닐까? 더 이상 우리는 결점이 없는 안드로이드를 원하지 않으니까. 무결점인 로봇은 너무나도 대체품이 많다. 대체품이 없는 것은 개성을 가진, 우리와 같은 인간뿐이다. 


이제 미국의 음악 산업을 이끌어갈 새로운 세대들은 지금 올리비아 로드리고를 지지하고 있는, 앞으로 소개할 클로이 모리온도와 걸 인 레드를 지지하며 공감대를 쌓아가고 있는 10대 초중반 세대들이다. 미래의 빌보드를 예상하려면,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이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들의 취향에 주목해야 한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백날 뒤져봤자 답 안 나온다. 문화를 함께 향유하고 음악을 들어야 소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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