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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퀸스드림 Dec 16. 2021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 읽어보렴

네가 먼저 행복해지기를 결심한다면 그때부터 행복해질 거야.

벌써 12월도 중순이 지났구나. 시간은 나이의 두 배 속도로 흐른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는가 보다. 코로나 때문인지, 코로나 덕분인지 올해는 조용하게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올해는 여행도 제대로 못 가고, 어디 외출도 못하고, 지인들과 잡았던 약속들도 대부분 취소하면서 많은 시간들을 집에서 보냈었더랬지. 그런데 이놈의 코로나는 왜 점점 더 활기를 띠는 거니?



늘 확진자 최고를 찍었다는 뉴스에 이제는 놀라지도 않는구나. 그래도 올해는 코로나 종식이라는 희망을 안고 살았었는데, 내년에는 코로나가 종식될까?라는 물음표를 던지다 보니 한숨부터 나온다.



설마 했는데 설마가 진짜 된 느낌? 엄마는 올 한 해는 코로나 종식 후 비상을 위해서 공부하는 한 해로 삼았거든. 그래서 기쁨이라는 것도 있었어. 사람이 희망을 가지면 기쁨이 생기잖니. 우리가 신호등을 기다릴 수 있는 이유가 곧 바뀔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네. 그래... 엄마한테 코로나는 신호등이었어. 새 출발을 위해서 지금 잠시 기다리는 거야. 신호는 곧 바뀔 거니까 이 시간은 공부하면서 기다리면 돼.



그래서 새로운 공부를 하는 게 재미있었어. 엄마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것들도 공부했단다. 너무 빨리 변화되는 세상이라 공부 안 하면 절대로 쫓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미래학자들이 쓴 책들도 열심히 읽었지만, 실제로 이렇게 빨리 바뀔까 했단다. 하지만 역시 학자들이 예측한 대로 비슷하게 ‘세상은 급변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드니 숨부터 막히더라.







코로나 확진자가 8,000명이 가까워지더니, 가족들 중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초등학생인 조카가 갑자기 코로나가 확진되었다는 말을 듣고 회사에서 모든 것을 스톱하고 코로나 검사소로 달려갔단다. 집 근처는 이미 검사소에 사람들이 넘치고 있다는 얘길 듣고 직장 근처로 갔던 것이지. 여의도 공원 안에 설치된 검사소로 가니 내 앞에 804명의 대기자들. 12시 반에 갔어도 5시 반에 오라는 말을 듣고 정말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날도 추운데 혹시나 하는 생각에 어딘가 들어갈 수도 없고, 여의도 공원 벤치에 앉아서 가방 속에 있던 책 한 권을 읽기 시작했단다. 요즘 날씨가 많이 풀어졌다 해도 겨울 날씨이고, 밖에서 계속 있다 보니 온몸에 한기가 들더라. 지금 내 상황을 생각하니 엄마에게도 코로나 블루가 오더라.




추위에 약한데 어딘가 들어가지도 못하고, 내 앞에 기다리는 사람은 804명.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코로나. 끝없이 반복될 것 만 같은 현상들. 빠른 변화에 적응 못하고 있는 나.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발전은 없고, 자꾸 반복되는 현실들. 누군가를 원망할 수도 없고, 현실을 부정할 수도 없는 사실. 만약 확진이 된다면 내 아이는? 함께 있는 노부모님들은?? 대책도 없이 계속 문제들만 생각이 나더라고.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몸은 춥고...



이때 걸려온 친구의 전화.


“좀 걸어보는 건 어때?”



불행 중 다행인 것이 대기표를 나눠줬기 때문에 그 시간에 맞춰 다시 가면 되는 것이었다. 대기표를 받아 든 사람들은 근처 커피숍이나 가자! 했지만 그것도 무책임한 행동인 것 같더라. 그래서 3시간 정도 진료소 주변을 걸었단다.



걷다 보니 마음도 차분해지고, “지금 이 상황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야”라며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게 되더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놓고 내가 뭐라고 할 수 없더라고. 차라리 그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는 게 낫지 않을까?



최근에 엄마는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 아니 행복할 수가 없더라. 그런데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니 그게 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지. 좀 나아진 듯하다가 다시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교회도 못 가고, 마음을 위로받을 곳도 찾지 못했던 거지. 계속 스스로에게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지냈다가 뉴스에서 봤던 일이 내 일이 되면서 괜찮지 않게 된 것이다.



아마 올 한 해 동안 차곡차곡 쌓아왔던 것들이 연말이 되면서 한꺼번에 폭발한 것 일 수도 있어. 아마 그전부터 예고는 있었던 것 같아. 감사함을 잃었거든. 감사함을 잃으면 사는 게 재미가 없잖아. 감사가 넘칠 때는 숨만 쉬어도 감사, 코로나 걸리지 않아서도 감사, 회사에 출근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 급여가 매월 나온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데, 감사가 없어진 다음에는 살아있어도 짜증 나는 현실에 불만, 코로나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에 대한 불만, 반복되는 회사일이 지겨워서 불만, 늘 부족한 급여가 불만이 되더라고.



어떻게 똑같은 상황이 이렇게 변할 수가 있는 거니!!!






코로나 검사 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에서 격리되어 있었다. 밤에 잠도 안 와서 유튜브를 봤는데, 알고리즘이 나를 이상한 곳으로 안내해 주더라.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서 누군가 오디션을 본 영상이었지.

예쁘게 생긴 평범한 여성이 자작곡을 들고 나와 부르는 노래였어. 그런데 그 이후 이어지는 인터뷰가 감동이었어.


“인생이 쉬워질 때까지 기다릴 순 없어요.

내가 먼저 행복해지기를 결심해야 해요.

저는 생존할 확률이 2%입니다.

하지만 2%는 0%가 아니에요.

2%가 대단하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 “





그녀는 생존율 2%의 병을 앓고 있었던 거야. 유독 짧은 머리, 너무나도 마른 그녀의 몸이 이해가 갔었더랬지. 화장기 없는 얼굴이었지만, 그녀의 얼굴은 그 누구보다도 빛났었단다. 인생이 쉬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던 그녀는 2%의 확률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나아갔었단다.




2%는 0%가 아니에요. 2%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인터뷰 말에 엄마는 마음이 먹먹해지더라. 왜 하나님이 나에게 이 영상을 보게 했는지도 알 것 같았어.



“세상에 2%의 희망을 가지고도 저렇게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는데, 너는 그녀보다 더 큰 희망과 확률을 가지고서도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사니? 네 인생이 쉬워질 때 가지 기다리지 마라. 네가 행복하려면 네가 먼저 행복해지기를 결심하렴.”



그녀는 인생 도전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다음 영상들을 보지 못해서 그녀가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한 편의 영화 같은 짧은 영상은 대한민국의 한 여성의 의지를 바꿔놓기 충분했단다.







엄마는 행복해지기로 결심했어. 모든 상황들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릴 수 없겠더구나.

조금 전에 뉴스에서는 이달 중에 코로나 확진자가 1만 명이 넘을 것이고, 1월에는 2만 명이 넘을 수도 있다는 예견을 했더구나.



언젠가 ‘코로나는 종식될 것이다’라는 1%의 희망을 가지고 엄마는 내년에도 올해처럼 준비하는 한 해로 살 것이다. 나의 2022년은 2021년보다 2% 나아질 거야. 그리고 나의 50대는 분명 40대와 다를 것이고!!!



30년 후 엄마가 이 편지를 다시 읽게 되었을 때 어떤 생각을 하며 읽게 될까? 30년 전 2%의 희망을 가지고도 희망을 품었던 미국의 어느 소녀 덕분에 나도 희망을 잃지 않았고, 그 희망으로 이제는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읽게 된다면 엄마는 진짜 진짜 행복할 것 같다.



와... 이런 상상만 해도 행복해지는구나. 역시 행복은 크기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빈도였어. 올해와 다른 내년에 대한 상상, 30년 후의 행복한 내 모습, 오늘 봤던 감동 영상, 그리고 감동에 더불어 네게 쓰는 편지까지... 작은 행복들이 모이니 오늘 하루는 우울함이 아니라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딸아, 분명 너도 엄마와 같을 때가 있을 거야. 너 스스로 불행하다는 생각. 더 이상 행복을 찾을 수 없을 때가 올 거야. 네 인생이 꼬이고 있어서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 때라도 더 이상 네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렴. 엄마에게 가르침을 주었던 그 소녀처럼 네가 먼저 행복해지기를 결심해 봤으면 좋겠다.



엄마가 예언가는 아니지만, 네가 결심한다면 너는 분명 다시 행복해질 거야.

엄마도 늘 너의 행복을 위해 기도 하마.

밤에 자기 전에 엄마가 너의 기도 제목을 물으면 “럭키걸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데, 

그건 네가 어떻게 결심하느냐에 달려있어. 너는 충분히 행복해할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거 알지?



너의 행복을 위해

늘 기도하는 엄마가





PS. 이런 글을 쓸 수 있어서 감사하다. 덕분에 엄마 기분이 너무 좋아졌고, 마음에 감사가 흘러넘치는 것 같아. 엄마 편지를 받아주는 딸이 있어서 엄마는 너무 행복해!!! 고마워!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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