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을 채우려고 하면 그 결핍 때문에 힘들어진다.
안녕! 딸!
오늘은 누군가의 댓글에 엄마의 마음이 간다.
전혀 모르는 분이지만, 그 마음 알 것도 같고, 혹시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 글을 써볼까 해. 엄마도 오지랖이 점점 커지는 것 같구나. 이건 너를 낳고 나서 생긴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삶에 전혀 눈길조차 주지 않았는데, 아이를 낳고 나서는 주변 아이들이 보이고, 그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들이 보이고, 그 가정들이 눈에 들어오더라. 정말 오리지널 아줌마 오지라퍼가 됐나 봐. 하하하
“너무 외로워서요. 그냥 결혼이라도 할까 봐요.”
솔직히 글쓴이의 앞뒤 사정을 모르다 보니, 어떤 마음으로 이런 말을 했을까? 한참을 들여다봤단다. 혹시나 그 글에 다른 마음이 묻어날까 하고.... 만약, 우리 딸이라면...
그래... 내 딸도 그럴 수 있겠지. 요즘 또 세상이 얼마나 살기 힘드니.
코로나 확진자가 7천 명이 넘으면서, 다시 거리 두기 강화가 시작되었고, 사람들은 더욱 각박해진 것 같더라. 마스크 안 쓴다고 두들겨 패는 사람이 있지 않나, 거리 두기를 강화하면서 또다시 약속들은 다 취소되었고, 연말이라 혼자서 있는 것이 정말로 외로울 것 같기도 하다.
그래... 외로움을 견디는 게 쉽지 않지. 내 상황이 좋아져야 외로움도 즐길 수가 있는데, 상황이 좋지 않으면 외로움은 극한 우울증까지 동반하더라. 글을 쓰다 보니 그분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엄마 친구들 중에서도 결혼을 일찍 한 친구들을 보면 혼자 사는 친구들이 결혼을 빨리하는 경우가 더 많았단다. 학교 때문에 서울에 와서 혼자 오랫동안 살다가 부쩍 외로움을 느껴서 그때 만나고 있었던 남자 친구와 결혼까지 하게 되는 경우였던 것 같구나. 따로 살다 보니 부모님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또 늦은 시간까지 놀다가는 남자 친구에게 차라리 이럴 바에 결혼해서 빨리 돈을 모으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서 결국 그렇게 결혼을 한 친구들이 많았었지.
그런데 참 웃긴 건 결핍이 있어서 그 결핍을 채우려고 하는 경우는 그 결핍 때문에 또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외로워서 결혼했는데, 결혼하니 더 외롭더라.”라는 친구의 말이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았단다. 금정적인 문제 때문에 결혼한 친구도 마찬가지란다. 둘이 합해서 벌면 떠 빨리 벌 수 있을 것 같고, 뭔가 더 빨리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했는데, 결혼하면서 아이도 생기고 결국에는 남편의 외벌이와 양가까지 챙겨야 하는 사정에 오히려 더 쪼들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렸었지.
필요에 의해서 한 결혼은 결국 결핍을 부르게 되어있더라. 결혼하면 그 남자가 나하고만 놀아줄 것 같니? 오히려 결혼하면 일하는 곳에서 인정받아야 한다며 집에 더 늦게 들어올 수도 있고, 주변에서 일찍 들어가는 남편을 팔불출이라 놀리며 못 가게 하는 외로운 유부남들이 꼭 있단다. 그녀는 외로워 결혼했는데 결혼하고 나서 더 외로운 것이지. 혼자서 외로움을 잘 견디는 법을 배웠어야 했는데, 그 해답을 사람에게서 찾으려고 했으니 실망감이 커지면서 내가 이러려고 결혼했나?라는 자괴감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나에게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면 내가 채우면 된단다. 그것을 굳이 남편에게로부터 채우려고 하면 본인이 가장 힘들어진다. 남편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완벽하게 나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결핍이 있다면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좋단다. 그 결핍으로 인해서 자존감을 낮출 필요도 없고, 자신을 못난 사람이라고 여길 필요도 없다. ‘지금 이 남자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도 버렸으면 좋겠다. 안타깝게도 엄마의 낮은 자존감은 아이에게도 영향을 끼친단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부족한 남자를 내가 채우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로 인해서 이 사람이 변할 것이라는 생각을 절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끔 그런 친구들이 있더라. 이 사람 내가 원하는 조건을 다 가진 남자인데 아픔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그것이 가정환경이던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그렇든 간에 여자는 이 남자의 단 한 가지의 단점을 자신이 채워주길 기대한다. 그리고 그 남자가 자신으로 인해서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이 사람이랑 결혼을 하는 사람도 있지.
그때는 호르몬 때문에 우리는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한단다. 내가 봤던 장점들이 이 사람의 단점이 될 수도 있어. 과묵한 성격에 내 모든 것을 포옹해 줄 것 같은 남자가 결혼 후 말도 안 하고 혼자만의 굴속에서 나오지 않는 남자가 될 수도 있단다.
시어머니가 지금까지 바꾸지 못했던 것을 네가 사랑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것은 정말로 엄청난 착각이란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단다. 죽을 고비를 겪거나, 엄청난 고난에 종교의 힘으로 깨달음이 있어 거듭나기 전까지는 쉽게 바뀌는 것을 여태 보지 못했다. 그의 부족함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결혼해야지 그 부족함을 내가 채우거나 바꾸려고 결혼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도전이란다. 하지만 아직도 이런 여성들이 있는 것 같더라. 제발 이런 착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다가 네가 지칠 수도 있고, 상대방이 지쳐서 나가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나 또한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에 부족한 면을 그대로 인정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구나.
마지막으로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의 결혼은 다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가치관은 그 사람의 삶의 지표이다. 방향은 맞지만 도달하는 지점이 틀리다면 그것도 힘들다. 평소에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가치관을 충분히 공유했으면 좋겠구나. 가치관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의 가치관과 나의 가치관이 다르지만, 애를 낳고 지내다 보면 달라질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단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특히나 결혼관이나 인생 가치관은 정말로 변하기가 힘들단다. 꼭 결혼 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너의 인생관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인지 판단했으면 좋겠다.
가치관은 종교의 영향도 많이 받는단다. 그래서 종교관 하고도 연결이 되는 것 같더라. 사람들은 종교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데, 주변에서 보면 의외로 많은 부분에서 부딪치는 것을 봤단다.
두 집안의 종교가 다르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크게 오산이더라. 결혼하기 전의 약속은 정치인의 공약과 다름이 없다. 결혼하기 전에만 같이 다녀주는 것이지 진정으로 그 종교에 심취하기는 쉽지 않지.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종교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믿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해는 하지만, 종교 생활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는지 모를 것이다. 어떻게 잘 되겠지...라는 아니한 생각으로 후회할 일들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가 결혼에 대해서는 정말 별말을 다 하는 것 같구나. 그래... 결혼이라는 것이 그렇더라. 내 인생을 한번 뒤집어 놓는 행위? 고급 지게 말한다면 내 인생을 성숙하게 숙성하는 단계? 인 것 같더라. 그래서 말이 많은가 봐. 엄마가..
엄마도 처음이라서 너무 어설펐고, 잘 몰랐고, 그래서 너무 많이 힘들어서 더 그랬나 봐. 엄마 인생도 한번 뒤집어졌었고, 또 그 이후로 성숙되고 숙성되었기 때문에 이런 글까지 쓰게 되는 것 같네. 한동안 내게 결혼이라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든 거지? 왜 이런 고난을 신은 나에게 허락하신 걸까? 생각한 적이 있었단다.
그런데 어느 책에서 보니까 이런 말을 하더라. 신이 고난을 허락한 것은 도울 마음을 준비시키위한 거래. 가만히 그 글을 곱씹어 보니까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 엄마가 결혼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할 말이 많은 것도, 골드미스들에게 더더욱 오지라퍼가 되는 것도 엄마에게 이미 그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준비되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더구나.
딸아... 엄마가 몇 번을 말하지만 너는 엄마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야. 이 편지글을 읽는 다른 누군가들도 마찬가지 일게다. 우리는 다 누군가의 소중한 딸이지. 그런 소중한 사람이 가장 행복해야 할 결혼생활로 힘들어한다면 보고 있는 엄마도 정말 힘들 거야. (그렇다고 엄마를 위해서 참아라 하는 말은 절대 아니란다. 알지?)
그렇기 때문에 너의 결혼이 결핍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엄마가 아주 길게 말했구나.
딸아!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결핍에 의해서 한 결혼은 결핍을 부른다. 그러한 결핍을 사람으로 채우려고 하지 마라. 그 사람이 채워 줄 수도 있는 것이 아니고, 나 또한 그 사람을 채울 수 있거나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아니란다. 제발 그 사실만은 인지해 줬으면 좋겠구나.
너의 행복을 위해 늘 기도한단다.
너보다 더 너의 행복을 더 바라는
엄마가
PS. 결혼에 대한 긴 편지는 정말 잔소리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미안! 딸!!! 이제 진짜 잔소리 안 한다!! 약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