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우울해할 필요가 없더라. 그 안에서 감사하며 기쁘게 살자.
딸!! 2021년이 곧 마침표를 찍는구나.
2019년 12월에 시작된 코로나가 벌써 3년 차가 되어간다. 2020년에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어영부영 그냥 흘러갔고, 2021년에는 조만간 끝나겠지? 하는 희망으로 보냈던 것 같구나. 그런데 언젠가부터 희망은 보이지 않고, 진짜 끝은 날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 우울함 감정이 들더라.
지인들 중에서 코로나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 개인 사업하는 친구들은 ‘겨우 하루하루 연맹해간다’라는 말을 하더라. 아침에 만난 중국집 사장님은 하루 배달료가 17만 원이라며 직접 배달을 하시더라. 씁쓸하게 인사를 마치고 돌아서는데 날씨는 왜 이렇게 추운 거니? 맨손으로 잡은 철가방이 정말 차가워 보이더라.
코로나로 인해 나 또한 계획한 것들이 많이 무너졌단다. 새롭게 해보려고 했던 계획들이 진행이 되지 않았고, 될 것 같다가도 또 무섭게 번지는 코로나 상황에 의해 가라앉고 말았지. 이런 일들이 나뿐이었을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2021년은 희망을 품고 있다가 거품처럼 사라져 버린 경험들을 반복했을 것 같구나.
그런데 또 뒤돌아보면 그렇게 나쁜 일들만 있었던 건 아닌 것 같아. 생각해 보니 유난히도 공부를 많이 했던 한 해였었거든. 너무나 무섭게 변화되고 있어서 공부하지 않으면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 것 같더라. 신용어들이 얼마나 많던지... 내가 과연 이런 것들을 공부해서 써먹을 수나 있을까? 하면서도 안 할 수가 없더라. 그래... 코로나만 끝나면... 한 번 날아보자!!!라는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더 이상 주저앉아 있거나, 환경만 탓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
엄마가 진짜 힘들었을 때는 5년 동안 운영했던 ‘내 인생에 다시없을 1년 살기’라는 모임도 이제는 접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였어. 내 마음이 약해지다 보니 부정적인 생각이 가장 먼저 들더라. 포장해서 말하면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소중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흐지부지 헤어지기는 싫었거든. 그래서 가장 좋을 때, 아직 좋은 감정이 남아 있을 때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서로를 위해서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더랬지.
그랬는데, 신은 나와 반대의 생각을 가지셨나 보더라. 다시 사람들을 통해서 그 모임을 계속하게 해 주셨어. 엄마에게 2달 방학을 줄 테니 좀 쉬다오라고 하며 나 없는 동안 서로 도와가며 이끌어 보겠다는 분들이 계셨어. 엄마 대신 2022년 모임 운영 계획표도 짜 오신 분이 계시고, 그것을 다시 수정해서 보기 좋게 올려주신 분도 계셨지. 이것을 놓고 오랫동안 기도했는데, 이렇게 응답을 주시더라.
어쩌면 엄마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는지 모르겠다. “우리 다시 해봅시다! 다시 시작해 봐요!” 내가 먼저 외치고 싶었지만, 나조차도 힘이 없어서 힘내자는 말을 하지 못했는데, 누군가 엄마의 손을 잡고 외쳐주었어. 너무 힘들 때는 그 흐름에 맡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네가 기도한 것들이 응답되지 않아 속상하지? 엄마도 그런 적이 수없이 많았단다. 이번에도 그랬단다. 모임을 잘 운영하기 위해서 지혜를 달라고 그렇게 기도했는데, 아무런 답변이 없더라. 정말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기 때문에 차라리 이쯤에서 그만둬야 하나보다 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지.
기도 응답이 없을 때는 정말 원망도 많이 했었더랬지. 왜 나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으시지? 왜 나는 늘 늦지? 왜 나는 이렇게 노력해도 되지 않지? 나에게 있어서는 늘 억울하기도 했고, 내가 노력한 것에 비해 결과는 너무나도 초라하게 느껴진 적들이 많았단다. 노력하지 않았으면 내 탓이라도 하겠는데,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답이 없을 때는 세상 억울하기도 했었지. 그런 적들이 너무 많아서 언젠가부터는 기도하지 않게 되기도 했단다.
그런데 말이야. 사람은 참 이상해... 그렇게 기도하지 않았어도 막상 또 내가 필요할 때가 되면 기도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단다. 사람이란 참 나약한 동물이더구나. 정말로 얄밉게도 내가 아쉬울 때면 내가 필요할 때면 늘 신을 찾는 내 모습을 본단다. 하나님이 보시기에도 얼마나 얄미울까?
엄마는 내 뜻대로 돼야지만 신이 응답하는 것인 줄 알았어. 그런데 이제야 알 것 같다. 기도의 응답은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엄마는 일년살기 모임이 엄마의 뜻대로 잘 되기를 바랐었나 봐. 그래서 온몸에 힘을 주었고, “올해보다 더 나은 내년이 되어야만 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지. 그동안은 뭐가 없었기 때문에 그게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5년 동안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6년 차에 접어드니 “내가 지난번보다 잘할 수 있을까?” “사람들에게 뭔가 더 큰 것을 얻어 갈 수 있게 해야 해!”라는 부담감이 나 스스로를 위축되게 만드는 것이었어. 사람들에게 일을 맡긴다고 해 놓고선 내가 다 알지 않으면 안 되었고, 내가 그들에게 힘이 되어 줘야 한다는 생각에 내 몸에 힘 빠지는 것을 모르고 있었지.
‘이제는 내가 할 수 없겠다’하며 힘을 뺀 순간 그때부터 하나님은 일하시기 시작하셨단다. 엄마가 아닌 엄마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말이야... 엄마가 이번 일을 통해서 느낀 것은 기도의 응답은 너의 생각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 No라는 답변도, 지금 내게 주시는 무응답 또한 기도의 응답이라는 것이지. 내 뜻대로 돼야지만 일이 잘 될 것 같지? 아니! 절대 그렇지 않단다. 오히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가 있지.
이게 정말 단순한 진리인데, 이것을 깨우치기까지 상당히 오래 걸린 것 같다. 그만큼 많이 부러져 봤고, 좌절도 해봤고, 마음고생을 다 해 본 다음에야 느끼게 되는 것 같구나. 아무리 지금 머리로 이해한다 해도 계속 반복되면, 그때마다 같은 실수를 저지르게 되더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담금질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더라.
네가 기도한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속상해할 필요도 없단다. 이건 정말 엄마가 너무나 많은 경험을 해봐서 알아. 그래서 기뻐하며 살 수 없었고, 그래서 우울한 마음 가득 채워 살았던 적도 있었으니까....
네가 간절하게 기도했는데도 불구하고 그게 되지 않았다면, 그것 또한 기도 응답이란다.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거야. 아무리 말해줘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듯이, 네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잖니. 세상에는 그런 일들이 너무 많아. 그러니까 이해할 수 없더라도, 이 모든 것이 다 네 뜻대로 될 수 없듯이 너의 기도 제목들이 다 네 뜻대로 되지 않았어도 그 안에서 감사함을 가져보렴.
지금은 엄마가 하는 말이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을 거야. 하나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네가 기도하는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네가 우울하게 살 필요는 없다는 거야. 엄마는 이제야 그게 뭔지 조금씩 알아가겠더라. 우리 새해에는 기쁘게 살자. 네가 말하는 럭키걸이 되지 않더라도, 엄마의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늘 감사하며 살자꾸나.
새해에는 더 감사하게 살기로
결심한 엄마가
PS. 그래도 속상하지? 억울하고.. 이해 안 되는 일 때문에 목이 메일 거야. 이런 깨달음을 얻은 엄마에게도 그런 일들이 아직 발생한단다. 엄마는 아직도 지인 아들의 죽음에 대해서 이해할 수가 없단다. 엄마에게 일어난 일들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지. 삶은 그렇더라. 그래도 살자... 그래도 기뻐하며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