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준다면 너는 분명 더 행복할거야.
안녕~ 딸!
어제는 우리 딸이 걱정 근심으로 잠 못(?) 이루는 모습을 엄마가 처음 봤단다. 물론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잠들었지만... 후훗
영어 학원에서 스피치 대회 준비로 네가 연습을 많이 했잖아. 학원 가기 전까지는 자신만만하더니 다른 친구들 하는 것을 보고 와서는 걱정 근심에 잠 못 이루더라. 예선전을 치르고 결승에 나가서 일등을 하면 큰 상금이 걸려있는지라 다른 친구들도 정말로 연습을 많이 한 것 같아. 그렇지 않니?
그런데 엄마는 네가 그것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것에 대해 크게 박수쳐 주고 싶다. 진짜 열심히 했잖아. 그럼 됐어. 결과까지 좋으면 더 좋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네가 성실하게 임했다는 것에 대해서 특급 칭찬해~ 그리고 엄마한테 너는 늘 자랑스러운 딸이니까 그 점에 있어서는 걱정 근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딸이 잠 못 (?) 이룰 정도로 고민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 대회에 걸린 상금 때문에? 아이들에게 10만 원은 정말 큰돈이긴 하지. 우리 딸은 그 돈으로 무엇을 하려고 했을까? 물어보니 닌텐도 칩을 사려고 했다는 너의 말에 엄마는 웃을 수밖에 없었단다. 새로 나온 닌텐도 칩으로 게임을 하면 행복할 거 같다는 네 말에 엄마는 두 번 웃었더랬지.
그래... 너에게 행복이란 닌텐도 게임이구나... ^^
갑자기 행복이라는 단어의 뜻이 궁금해져서 찾아보게 되었단다. 그랬더니 국어사전에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라고 정의해 놓았더라. 정말 행복이란 대단하고 큰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국어사전에서 정의해 놓은 것처럼 생활 속 만족감에서 오는 것 같다. 그렇게 보면 네게 닌텐도 게임은 행복일 수가 있는 거지.
그러다 보니 어제 들은 방송 사연이 생각난다. 한 남성이 20살 때부터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20년 동안 매월 20만 원씩만 쓰고 나머지 돈은 투자를 했다고 하더라. 다행히 부동산 경기가 좋아서 본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성과를 얻었는데, 주변을 보니까 아무도 없더래.
주변 사람에게 커피 한 잔 사지 않았던 그의 인심에 사람들이 붙지 않았던 거지. 물론 성실하게 살았고, 착실하게 한 푼 두 푼 모은 그의 노력은 정말로 칭찬할 만하다. 어느 것이 잘 못되었다고는 솔직히 판단이 어렵구나. 다른 사람 인생에 대해서 뭐라고 말할 처지도 아니고, 사람마다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뭐라 할 수 없는 부분은 있단다.
하지만 그분이 인터뷰하는 가운데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참는다"라는 말이더라. 성인 남성이 한 달에 20만 원만 사용하려면 얼마나 많은 절약이 필요했을까? 사람들과의 어울리는 것도 안 했을 것이고, 정말 딱 필요한 것만 사지 자신을 위한 사치는 1도 없었던 것 같더라.
결혼도 참았고,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도 참았고,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다 참았다고 하더라. 그렇게 20년을 살았다고 하니 그 사람이 정말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통장을 보거나 자신이 투자한 것들을 보며 잠시 행복한 느낌은 들겠지. 하지만 그게 진짜 행복일까? 하는 의문이 엄마는 계속 들었어. 그나마 투자한 결과가 좋아서 다행인 거지, 만약 그 결과마저 좋지 않았다면 정말 그 사람은 삶을 엄청나게 후회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에게 행복은 크기에 비례했던 것 같다. 큰 행복을 한번 받는다면 나머지 작은 행복들은 크게 상관이 없었던 것 아니었을까?
엄마 지인 중에도 비슷한 말을 하신 분이 계셔. 부모에게 받은 땅이 계발이 되면서 300억 부자가 되었다는 거야. 하지만 본인은 300억 땅 위에 컨테이너 하나 놓고, 화장실도 제대로 없는 곳에 산다는 거지. 자식들이 자신의 돈을 가져갈까 봐 자식들하고 연을 끊고 살고 있고, 부인마저 자식들에게 자신의 돈을 줄까 봐 같이 살지 않는다는 거야. 그렇게 가족과 떨어져 혼자서 컨테이너 집에서 살고 있는 그분은 과연 행복할까? 자신 또한 아까워서 쓰지 못한 그 300억 때문에 부인과 자녀들은 이 분이 돌아가시길 바란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안타깝다는 생각만 들더라. 아무리 300억의 재산가라고 하지만 쓸쓸하게 홀로 맞이하는 그는 정말로 행복한지 모르겠다.
20년 동안 참고 살면서 크게 한 방을 기대하는 행복, 300억 원의 재산이 있지만 가족들하고 연을 끊고 사는 그분의 행복, 영어 스피치 대회 우승으로 닌텐도 칩을 구매해 게임으로 행복을 사는 너의 행복, 각자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며 사는 삶인데 이렇게 보니 너의 행복이 가장 멋져 보인다. 그래서 이번에는 네가 열심히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줬기 때문에 엄마가 네게 닌텐도 칩을 사주기로 했어!!
이게 엄마의 행복이야.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나의 행복이지. 엄마는 그게 진짜 행복인 것 같아. 내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니? 이건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요즘같이 뼈 속까지 추워서 벌벌 떨게 되는 날, 누군가가 핸드폰으로 보내준 커피 쿠폰 한 개가 얼마나 사람을 기쁘게 하는지 아니? 무언가를 받아서 기쁜 것도 있겠지만, 그 사람이 나를 생각해 준다는 그 마음이 엄마를 기쁘게 하더라.
엄마는 그런 경험을 자주 해봐. 누군가 나에게 커피 쿠폰 한 개를 보내면 나도 그것을 누군가에게 흘려보내. 기쁨은 그렇게 흘려보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복이 나에게 와서 그냥 멈추게 된다면 그럼 그냥 거기에서 끝나버리는 거잖아. 그 복을 흘러넘치게 해서 누군가에게 보내게 된다면 그 사람도 작은 행복을 느끼겠지. 만약 그 사람이 누군가에게 또 흘려보낸다면, 행여 어딘가에서 끊기더라도 결국 커피 한 잔으로 나 외에 다른 사람들도 행복하게 된 거잖아. 꼭 4100원짜리 행복이 아니어도 돼. 1500원의 행복도 행복이니까. 돈보다는 너의 마음을 그렇게 흘려보내는 것이 핵심이지.
그 복의 근원이 네가 되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 기쁨을 자주 느꼈으면 좋겠다.
행복은 크기의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빈도에 비례하는 것 같아. 작은 행복과 기쁨을 자주 느낀다면, 너의 오늘이 행복해질 것이고, 그렇다면 너의 미래는 분명 행복해질 것이야.
30년 뒤 네가 이 편지를 읽을 때쯤이면 너의 행복도 분명 달라지겠지? 지금이야 닌텐도 게임이지만, 그때는 명품백이 될 수도 있겠구나. 명품백을 들어야 행복할 것 같니? 순간의 행복을 위해서는 그럴 수도 있지만, 엄마는 네가 그보다 진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그럼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명품백 대신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우물을 파주는 일을 했다면 한 사람의 행복이 한 마을의 행복이 되겠지. 우리 그런 멋진 행복을 꿈꿔보자꾸나.
우선 엄마부터 그렇게 할게. 네가 나의 모습 속에서 진짜 행복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나의 삶이 네게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엄마는 진심으로 바래. 잘 하라는 잔소리보다, 큰돈을 물려주는 것보다 네가 엄마의 삶을 보며 스스로 깨쳐서 엄마보다 훨씬 더 멋진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것이지.
엄마가 먼저 실패해 보고, 경험해 본 것들을 네게 남기는 이유도 바로 그런 것이란다. 나의 삶이 정답이 될 수는 없지만, 좋은 참고서가 되길 바라면서...
오늘의 잔소리는 여. 기. 까. 지!!!
네가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라는
엄마가
PS. 엄마는 네 덕분에 진심으로 행복해. 진짜야... 고마워 딸!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