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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퀸스드림 Jan 15. 2022

아이를 꼭 낳아야 하나?라는 질문이 들 때 읽어보렴.

내가 지금까지 한 일중에 가장 잘한 일. 하지만 선택은 네 몫이다.


안녕? 딸!

오늘은 엄마 지인이 엄마에게 한 질문을 나눠 볼까 해.

여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요즘 날씨처럼 매섭기만 한 현실 속에서 ‘아이를 꼭 낳아야 하나?’라는 질문이 나왔단다.


여성의 경력 단절, 그리고 무섭게 오르는 아파트 가격, 한 사람의 급여로 한 가족이 살기에는 부족한 현실. 다양한 부정적인 생각들이 오가는 속에서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엄마도 했었단다.’ 육아라는 게 정말 쉽지 않거든. 그렇기 때문에 아이를 낳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여성들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단다.



30년 뒤라면 우리 딸도 이들과 같은 고민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때 엄마로서 뭐라고 말해주면 좋을까? 엄마도 지금의 생각과 30년 뒤의 생각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겠지. 엄마도 사람이니까 말이야. 40대 초등학생 엄마의 이야기보다 30대 후반에 이제 막 아이를 낳아 2~3년 양육해 본 사람의 이야기가 훨씬 더 도움이 될 것 같구나.



그래서 엄마가 몇 년 전에 썼던 글을 찾아봤단다. 그때도 골드미스들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더랬지. 그리고 그날 일기처럼 쓴 글이 있었단다. 지금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오히려 디테일한 부분에 있어서 30대 후반의 글이 더 와닿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때의 엄마 마음을 전해 본다.




육아(育兒)는 육아(育我) 다라는 말을 어느 육아서에서 봤다. 나는 그 말에 정말로 공감한다. 육아는 아이만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육아를 하면서 나 자신을 키우는 것이다. 육아를 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육아라는 것이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참을성을 요구하는지... 얼마나 많은 인내와 인격적으로 성장을 요구하는 것인지 해 본 사람만 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육아의 경력은 이력서 한 줄도 되지 않는다. 어느 CF 광고의 카피처럼 '태어나서 가장 많이 참고 배우며 해내고 있는데 엄마라는 경력은 왜 스펙 한 줄 되지 않는 것일까?'라는 말이 가슴에 절실하게 와닿는다.




나는 내가 육아를 하는 것을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위해서도 엄마인 나를 위해서도 육아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육아를 하면서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정말 많이 착해졌다. 착해졌다는 말이 이상하긴 하지만,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틀들이 많이 깨진 계기가 된 것 같다. 그전에는 내가 생각한 대로 하지 못한 면 상대편이 잘못한 것이라 생각했다. 네가 게을러서 그런 것이고, 네가 잘못한 거야! 라며 강하게 밀어붙이는 유형이었다면, 지금은 그런 틀이 완전히 깨진 것이다. 이제는 '그럴 수도 있겠다...'라며 상대를 이해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게 육아랑 무슨 상관일까?




내가 직접 육아를 해보면서 느낀 것이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없구나... 상황이 내가 원하는 대로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아무리 노력하고 열심히 하려고 해도 잘되지 않는다는 것도 있구나를 육아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이다. 그전에는 결혼 후 화장도 안 하고 다니는 친구들을 보며 게으르다고 생각했고, 뛰는 아이를 컨트롤하지 못한 엄마가 이상한 엄마였다. 하지만 내 아이를 양육하다 보니 그 모든 것이 다 이해가 갔다. 오히려 그렇게 생각한 내가 미안할 정도였다. 그렇게 나는 육아를 하면서 남을 더 잘 이해하는,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갔다.




두 번째로는 육아를 하면서 내 부모를 이해하는 사람이 되었다. 엄마와 나는 맞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늘 나를 이해해 주지 않는 엄마가 야속하기만 했다. 막냇동생부터 결혼하고 둘째까지 결혼하니, 그다음부터 모든 초점이 나의 결혼이 쏠려 무슨 일만 생기면 결혼과 연결하는 엄마와 사이가 좋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내가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다 보니 이제야 엄마가 조금씩 이해가 되려고 한다. 물론 나이 드셔서 힘 빠진 엄마의 변화도 있었지만, 내 아이가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우리 엄마도 나에게 이렇게 대하셨겠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해가 된 것이다.



 나는 사랑받고 자란 사람이 아니라 생각했었는데, 내가 아이를 키워보니 아이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엄마와의 응어리가 저절로 풀리게 된 것 같다. 나는 이것도 성장이라 생각된다. 자식이 부모를 이해하게 되었을 때 인격적인 성장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로 나는 딸아이 하나만 낳았는데 많은 아이가 눈에 들어온다. 딸아이를 3월 15일에 낳아서 병원에 일주일 있다가 산후조리원에 들어갔다. 그리고 친정집에서 친정엄마의 보살핌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날이 4월 16일인 것이다. 나는 아직도 그날의 일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집에 와서 아이를 재워놓고 텔레비전을 틀었는데 세월호 사건이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그날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이제 겨우 엄마 된 지 한 달 된 나도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16년간 아이를 키워온 엄마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그전 같았으면 그냥 많은 뉴스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내가 분만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아 호르몬 수치가 높아서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그 뉴스가 그냥 뉴스가 아니었다. 그 부모의 마음이 전달되어서 나도 가슴 아프게 뉴스 상황을 지켜봤던 것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영화를 보거나 드라마를 봐도 아이가 불행해져서 아파하는 모습은 아직도 보기 힘들다. 어린이집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그렇고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가슴이 너무 아프다. 식량이 모자라서 굶어 죽고 있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도 마음이 동요되어 주머니를 뒤지게 되고, 수술비가 없어서 수술받지 못해 후원을 요청한다는 글을 읽을 고는 기부금을 내기도 한다. 내가 엄마가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분들의 마음을 알고 이해가 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다.




네 번째 받는 사랑보다 주는 사랑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되었다. 그전에는 사랑받기만 했다. 그리고 그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되었다. 세상에는 당연한 일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러다 보니 너무 뻔뻔하게 살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끄러운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보니 달라졌다. 아이가 너무 예쁘다. 딱히 나에게 무엇을 해줘서가 아니다. 아이는 나에게 무엇을 해 준 것이 없다. 오히려 너무나도 당연하게 요구만 한다. 기저귀 갈아 달라, 밥 달라, 씻겨달라는 등등 어느덧 나는 그녀의 몸종이 되어있다. 하지만 그런 신분 하락은 아무렇지도 않다. 오히려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냥 이 녀석 자체로 행복하다.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사람에게 이 기분을 전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녀석은 나를 그렇게 만든다. 응가를 해도 예쁘고, 밤새 울어서 잠 못 자게 해도 예쁘다. 내 아이이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참고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이가 아프면 내가 잠을 못 잔다. 남편이 아프면 약만 챙겨주고 잠도 잘 자는데, 아이가 아프면 내가 아픈 것보다 더 힘들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이 조그만 아이가 나를 그렇게 만든다. 딱히 내게 해 준 것도 없는데 이 녀석의 미소 한 방이면 몸종 일로 힘들었던 나에게도 함께 따라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아이에게 뭔가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전에 옷을 사러 가면 내 옷만 봤다. 작년에도 옷을 샀는데 왜 매년 옷을 입으려고 할 때마다 옷이 없는지 모르겠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아이 옷만 보고 다닌다. 길 가다 예쁜 머리핀만 봐도 아이 생각이 나고, 내 옷은 안 사 와도 아이 옷은 잘도 산다. 예쁜 옷을 사 와서 아이에게 입혀보고 그것이 아이에게 잘 어울리면 만족감이 크다. 내 옷 하나 사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잊게 되고, 그 녀석의 행복에 나 또한 행복해진다.




아직은 아이에 대한 감정이 그렇다. 내 아이가 나보다 더 잘 되었으면 좋겠고,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보다 더 잘 되길 바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인간으로서 성장한 것이다. 인간으로서 성숙하고 싶다면 육아만 한 것이 없다. 아무리 좋은 책은 읽고, 좋은 분에게 교육받더라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 허물이다. 육아?? 진짜 힘들다. 하지만 그래도 한번 해 볼 만하다. 육아로 인한 보람은 그 무엇보다도 크고, 아마 내가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 될 것이다.







30대 후반의 엄마는 이렇게 생각했단다. 딱 네가 이 편지를 읽을 때쯤 그 나이지.

엄마는 아직도 이 생각에 변함이 없어. 그 이후로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갔고, 더 많은 돈과 더 많은 엄마의 에너지가 들어갔지만, 그만큼 더 감사하고 더 성숙한 엄마가 된 것 같아서 아직도 엄마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




이제 40대 중반이 되니 육아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을 솔직히 기억에도 남아있지 않구나. 그냥 너와 보냈던 즐거운 시간만이 엄마 머릿속에 남아 있을 뿐이야. 물론 엄마의 경력에는 5년이라는 경력 단절된 시간이 있지만 돌이켜 보면 그 시간이 있었기에 엄마는 책도 충분히 읽고, 그동안 경험했던 것들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했기 때문에 전혀 단절된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경력 전환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지. 앞으로 엄마가 얼마나 더 살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간이 없었다면 아직도 회사 생활만 했을 것이고, 똑같이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익숙한 사람이 되었을 것 같아. 다시 회사에 들어갔지만, 엄마는 독립을 꿈꾸고 있단다. 꿈을 꾸는 엄마가 행복해.




그리고 너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엄마가 좋단다. 네 덕분에 내 삶에 더 풍성해졌고, 하고 싶은 일들이 더 많아졌어. 엄마로서, 그리고 같은 여성으로서도 우리 딸과 같은 여성들에게 좋은 멘토가 되고 싶구나.



너에게 강조하지는 않을 거야. 너의 인생인 만큼 네가 충분히 생각해서 잘 정하리라고 생각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엄마는 너와 함께 성장할 수 있어서 정말로 정말로 감사하다. 다시 태어나도 너의 엄마가 되고 싶단다. 그만큼 사랑하고, 고마워.





엄마가 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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