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능력이 여자에게도 힘이다.
안녕! 딸!!
오늘은 여직원들과의 대화 2탄이다.
역시나 여성들과의 대화에서는 육아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 것 같구나. 아무리 대통령이 바뀌어도, 시대가 바뀌어도 여성들에게 육아는 큰 부분이니까 말이야. 아무리 남성들이 가정적으로 변했다고 하더라도, 남성 육아휴직 제도가 생겼더라도 결국에는 엄마인 우리가 육아에 대해서 더 많은 관여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모두가 다 다른 상황에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조언하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그리고 솔직히 정답은 없는 것 같구나. 아이의 성향들이 다 달라서 무엇이 맞고 틀리는지는 육아를 담당하는 엄마가 가장 잘 알 거라는 것이 엄마의 생각이다.
30년 뒤, 우리 딸도 똑같은 고민하게 될까? 제발 너희 때에는 이런 고민이 쓸데없는 고민이 되길 바라는 게 엄마의 바람인데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 지금 엄마는 다시 일하고 있고 아이도 큰 상태여서 지금의 엄마 생각이 너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도 예전에 엄마가 경력 단절 시절에 썼던 글을 찾아봤단다. 아이가 어려 엄마 손을 많이 타는 아이를 육아하는 엄마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30년 뒤 너도 분명 이럴 때가 올 텐데, 그때의 엄마 생각은 어땠는지 알아두면 좋을 것 같구나.
내가 육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외벌이가 되었다. 그전까지는 모든 것을 내가 다 해결해야 했다. 내가 돈을 벌어야지만,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사고 싶은 것도 사면서, 나에 대해서 투자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육아를 하면서 처음에 그나마 위안(?) 받을 수 있는 것은 내가 굳이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 돈이 만족할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세 식구가 그냥 그냥 살아갈 정도는 되기 때문에 전처럼 목숨 걸고 생계를 위해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걸로 인해서 더 큰 문제들도 많지만….) 그런데 남편 돈 받아서 좋은 건 딱 몇 달뿐이다. 차라리 내가 나가서 일하고 말지….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만큼 육아는 쉬운 일은 아니다.
처음 남편의 급여를 내 통장으로 받게 되었을 때는 내가 일하지 않고도 버는 불로소득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육아와 집안일을 하면서 그 일들에 대한 노동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도 많다. 그래도…. 사회생활하는 남편보다는 덜 스트레스받는 것이겠지…. 하며 스스로 위로한다. 그리고 한동안은 남편을 불쌍하게도 생각한다.
그도 총각 때는 자신만을 위해서 쓰며 살다가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 안쓰러워서 그가 벌어온 돈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 내가 돈을 벌었으면 쓰는 돈의 단위가 틀렸을 것이다. 조금 비싼 것이라도 매달 들어오는 월급을 생각하며 아마도 질렀을 것이지만, 내가 경제생활을 하고 있지 않으니, 물건을 구매할 때마다 머릿속에 계산기를 달고 다닌 것 같다.
나 자신을 위해 돈을 쓰게 되면 “다음에 사지 뭐…. 급한 것도 아닌데….” “좀 더 저렴한 것은 없나?”하며 인터넷 쇼핑으로 시간을 투자해서 결국 가장 저렴한 곳을 찾아 구매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이러고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도 하면서 “그래도 아까 사이트보다 1,000원 싸잖아.”하며 스스로 만족하며 위로하기도 한다. 그 사이트를 찾느라 한 시간 버린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그리고 내가 경제생활을 하지 않으면서 참는 것을 많이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어떤 것이건 바로바로 사는 것은 없다.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구매한다. 길 가다 음료수 한잔 사 먹고 싶어도 ‘집에 가서 마시지….’로 바뀌게 되고, 매번 밖에서 외식했던 지난날과는 달리 집밥을 선호하게 된다. 엄마들과 밥을 먹으면서 “기분 좋게 내가 쏠게.” 하는 말은 쏙 들어가고 더치페이를 기본으로 하게 되며, 뭔가를 하나 사더라도 늘 계산기를 옆에 두게 되는 것 같다.
한 번은 갑자기 돈이 필요로 하게 되었는데, 내 이름으로는 이 정도의 돈도 대출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었다. 내가 일할 때는 제발 좀 대출해 가라며 문자며 톡을 보냈던 은행들이 내가 직업이 없다는 이유로 내 서류가 아닌 남편의 서류를 가지고 와야 한다는 말에 자존심도 상했었고, 나는 남편 없으면 대출도 못 받는 사람이구나…. 하며 자존심 상했던 경험도 있다.
가끔은 더럽고, 치사하게 느껴질 때도 많고, 내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자격지심을 느끼기도 한다. ‘사람들이 내가 집에만 있다고 무시하나?’라는 생각으로 혼자서 힘들어질 때도 있다.
가끔 골드미스들이 말한다. “결혼하면 직장 그만둬야 할까 봐요....”
오우~ NO!!! 굳이 결혼과 동시에 일을 그만둘 필요는 없다. 그리고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도 일을 그만둘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전업주부가 아이를 더 잘 키우는 것도 아니다. 워킹맘으로서 육아도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 때문에 내 일을 쉽게 포기하다가는 아이에게 모든 것을 다 걸게 된다. 유치원까지 잘 버틴 엄마들도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일을 그만두게 되는 경우도 많다. 유치원보다 일찍 끝나기도 하고, 또 이때부터 아이의 학업에도 신경 써야 하며, 학원으로 돌리려면 중간에 간식도 챙겨줘야 해서 이때 가장 일을 그만두게 되는 것 같다.
어떤 선택을 하건 본인이 하는 것이지만, 나는 너무 쉽게 일을 그만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성에게도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이 남의 주머니에 있는 돈을 내 주머니로 넣는 것이라고 한다. 일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지만, 일을 그만두고 다시 새로운 일을 찾는 것은 더 쉬운 일이 아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만 한다면 뭔가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도 있겠지만, 솔직히 그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웬만한 각오와 목표가 있지 않은 한 그 생활도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사표를 쓰기 전에 정말로 잘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남편에게 받은 급여로 만족하는 것은 딱 몇 달뿐이다. 남자들 또한 자신들만 바라보는 여자보다 함께 경제력을 충족해 주는 여성들을 더 선호한다. 우리 어머니 세대만 해도 직장에서도 결혼하면 일을 그만두는 것이 당연시하게 생각됐던 때이다.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적든 많든 간에 알뜰살뜰 살림 잘하고 아이만 잘 키우면 된다고 생각했던 시대기 때문에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오히려 남성들도 자기 아내가 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정도로 경제가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우리 딸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여자는?” “힘!!!” 우스갯소리이지만, 딸에게 여자도 힘이 있어야 한다고 늘 말한다. 딸 가진 엄마로서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여자도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힘. 꼭 전문직 여성이 되라는 말은 아니다. 얼마를 벌더라도 자신이 스스로 혼자서 살 수 있는 경제적 힘을 갖추기를 정말로 희망한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의지했으면 좋겠다. 스스로 설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예전처럼 돈 때문에... 자녀 때문에 이혼하지 못하는 사는 사회도 아니다. 안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혹시나 이혼하게 되었어도 혼자서 잘 살 수 있는 여성이 결혼 생활도 행복하게 잘하는 것 같다. 남편에게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도 아내에게 의지할 수 있다면 남편도 부담 없이 일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결정을 남편에게만 맡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문제의 답을 남편에게만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함께 의논하고 상의하는 것은 좋지만, 전적으로 모든 것을 다 맡기는 여성들. 남성들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결혼하면서 처음 부동산을 계약할 때 남편을 앞세우고 여성은 뒤에서 있는 경우를 많이 봤다. 물론 신랑 측에서 집값을 더 많이 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요즘에는 집값이 워낙 비싸서 신부와 함께 돈을 모아 집을 마련하는 사람들도 많다. 신랑도 아마 처음 집을 계약하는 거라서 잘 모르지만, 그래도 신부 앞이라 잘하는 척하는 것이다. 그때 함께 계약서를 읽어보거나, 어느 정도 상식이 있어서 의문점을 문의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눈에 보이는 인테리어에만 신경 쓰지 말고, 계약서 작성할 때라든지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때 뒤에 있지 말고, 스스로 해결책을 마련해 보는 습관을 꼭 들였으면 좋겠다.
30대 후반의 엄마 생각이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걸 보면 경제적 능력이 여자에게도 정말 힘이 된다는 게 맞는 것 같구나. 육아를 하면서 일을 한다는 게 정말로 쉽지 않단다. 게다가 아이가 어려서 엄마를 더 많이 찾는 시기라면 마음이 더 흔들리는 것은 사실이지. 하지만 너무 쉽게 일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엄마의 생각이란다.
엄마는 골드미스로 꽤 오랜 시간 있어 봤기에 일 욕심도 많았었고, 거기서 얻는 일하는 기쁨도 느껴봤고, 엄마 스스로에게도 열심히 살았어!라고 말할 정도로 회사 사람으로서도 잘 살아왔던 사람이었단다. 내가 일하는 건 당연하였기에 한 번도 내가 일을 안 할 것이라는 생각 해 보지 못했었지. 20살이 되고 나서부터 바로 경제활동을 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육아는 정말 예측할 수 없더라. 엄마가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왔었고, 내 인생에 있어서 5년이라는 시간 동안 회사에 다니지 않았었지. 육아에 전념하면서 집안일도 해보고 엄마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책도 많이 읽으면서 5년 동안 다시 시작할 준비를 했었단다. 아마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너랑 사이도 좋고, 애착 관계도 잘 되었던 건 사실이야.
그렇다고 너에게 일을 그만두고 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를 보는 게 좋다고도 말하지 않을 거야.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해서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뭐가 더 좋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건 네 삶에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해.
아이가 어리니까, 엄마 손이 더 필요하니까, 내가 번 돈을 다 도우미 이모에게 줘야 하니까 이런 이유보다,
조금 더 네 인생에 대해서 고민해 본 다음에 선택해 보라는 거야. 네가 네 삶에 충실하다면 어떤 선택을 하던 너는 만족할 것이란다. 엄마가 그랬듯이 말이야...
어떤 선택을 하건 엄마는 네 의견을 존중한단다. 그리고 너는 분명히 현명한 선택을 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엄마는 네 곁에서 늘 기도하며 응원해 줄 것이고, 네게 힘이 되는 사람으로 남을 거란다.
어떤 선택을 하건 너의 편인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