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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호에 맞는 Dec 31. 2023

1. 왕 꼰대 부장과의 강렬한 첫 만남

내가 이런 핏덩이들만 데리고 일해야 해?

내가 이런 핏덩이들만 데리고 일해야 해?

왕 부장 : 내가 이런 핏덩이들만 데리고 일해야 해?

나 : 네?


TF 파견 첫날, TF장을 맡은 왕 부장에게 들은 말이다.


'핏덩이?'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조금 더 쳐서 10년이 다 되어가는 회사 생활 동안 처음 들어본 말이었다.


아직도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회사에 남아 있다니.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말을 현실에서 듣게 되다니.

그리고... 그런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사람과 1년 넘게 TF를 해야 하다니.


아찔했다.


나름 꼰대들을 많이 겪었다 생각했는데 이 정도 강적은 처음이었다.


이 TF... 도망쳐야 하나?




왕 부장, 그는 회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꼰대'다.

소리 지르고 욕하는 건 기본이고, 마음에 상처 입히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해대는 사람이다.


왕 부장 : XX, 너넨 정리도 제대로 못하냐?


놀랍게도 얼마 전 진짜로 들은 말이다


그뿐이랴.

꼰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라떼는 말이야~"를 숨 쉬듯이 하는 사람.

야근을 안 하면 일하지 않는다고 치부하는 사람.

일을 위해서라면 사생활을 포기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왕 부장은 그런 사람이다.


에이, 이런 사람이 요즘도 있냐고?

이런 사람들은 다 정년퇴임하거나 짤린 거 아니냐고?


슬프게도... 지금, 바로 내 눈앞에 있다.


그리고... 난 이 사람과 1년 넘게 함께 해야 할 운명이다.


'하... 인생. 이렇게 꼬이는구나'


가뜩이나 요즘 슬럼프 아닌 슬럼프가 와서 마음이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하필 이런 시기에 왕 꼰대와 TF를 해야 하다니.

진지하게 퇴사를 고민하게 될 것만 같았다.


'나... 잘 버텨낼 수 있을까?'


그렇게 걱정, 불안 함께의 왕 꼰대와의 TF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약 6개월 뒤.


이상하다.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왜... 이 '왕 꼰대, 왕 부장'에게 배울 점이 보이는 거지??


분명 기피대상 1호인데, 왜 이 사람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

대체 왜... 내가 이 사람이 말에 점점 빠져들다 못해 공감까지 하는 거지?


이건 마치... 입에 넣을 때는 콤콤하고 이상한데 한 번 맛들리면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그... 홍어와 같은 느낌...?

그래, 딱 홍어의 느낌이다!


왕 부장, 그에게서 홍어의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 어째 그 홍어에 맛들려 버린 것 같다.


그리고 이 콤콤한 왕꼰대의 맛을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어졌다.


나만 알기에는 너무 아쉬운 왕꼰대의 맛, 그 콤콤하고 아찔한 왕 부장의 맛을 함께 느껴보시라.



* 이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일들을 재구성한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이나 회사 이야기는 실제와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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