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국과 함께 어느덧 재택근무 21개월 차
나의 완전한 재택근무는 2020년 2월부터 시작했다.
당시 재직하던 회사는 코로나 전에도 재택이 자유로웠던 회사였어서, 그전부터 한주에 하루 이틀 정도는 재택근무를 하곤 했다.
내 매니저가 미국에서 근무했고, 나의 업무는 랩탑, 핸드폰만 있으면 진행하는데 문제없었기에 재택이 가능했다.
그래도 동료들과 만나고, 점심하고, 이야기하고, 다른 팀 상황도 듣고 하는 그런 재미가 있어서 출근을 했는데, 코로나가 터졌다.
이미 업무는 적응을 완료했었던 터라 재택 하는데 무리는 없었지만, 오피스와 다르게 바로 소통하기에는 어려웠다.
카페에 가서 업무가 가능한 날에는 기분전환을 위해 카페도 가기도 하며 IT노마드란 이런 것인가 하는 기분을 만끽했었다.
그러다가 이직을 하게 되었다.
전 회사에서는 전혀 문제없던 재택근무가, 이직을 하며 걱정이 되었다.
온보딩을 오직 재택으로만 해야 했다는 점!
업무를 이미 다 익힌 상황에서도 팀원들과 소통할 때, 오피스와 달리 재택은 바로바로 답변도 안 오는 답답함이 있었는데, 온보딩을 재택으로만 해야 한다는 것은 고역이었다.
모르는 것을 바로바로 물어보기가 힘들었던 점부터, 팀의 분위기 파악도 어렵고, 다른 동료들은 어떤 식으로 일을 진행하는지 어깨너머로 배울 기회조차 없어서 둥둥 떠다니는 섬이 되는 기분이었다.
간단한 무언가를 확인하기 위해서, 쓸데없는 미팅을 잡아야 하기도 했고.
주변 상황이 눈에는 안보이니, 이런 식으로 풀어가는 게 맞는지 의문인 경우도 많았다.
그렇게 수습기간에는 답답함에 눈물도 나고, 발 동동거렸는데, 그 후부터는 내 세상이었다.
재택근무 장단점을 나열해보려고 한다.
단점은 위에 언급한 대로 답답함이 제일 컸다.
재택 초반에는 집 안에서 생활과 일이 분리되지 않던 게 좀 어려웠고,
그 외로는 너무 바쁠 때, 나는 집에 있지만 집에 가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했고.
재택이다 보니 언제든지 업무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점심시간, 저녁시간, 퇴근시간 상관없이 오는 연락들이 밉기도 했다.
단점들은 시간이 지나며 다 조정되었다.
장점을 뽑자면 너무 많다! 그중 내게 제일 크게 느껴지는 장점들은 이렇다.
아침을 조금 더 여유롭게 시작할 수 있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던, 30분 정도 늦잠을 자고 일어나던, 급할 것 없이 여유롭게 재즈를 틀고 커피를 마시며 아침 멍 때리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멍 때리기 딱 좋은 풍경.
산뜻한 아침을 시작하고, 점심에는 간단한 취미생활을 하거나, 피곤할 때는 남은 시간에 잠시 낮잠을 자서 남은 오후를 더 활기차게 보낼 수 있다.
서류업무가 많을 때는 음악을 틀어놓고 타이핑을 하기도 하고, 답답할 때는 신나게 노래를 한두 곡 부르고 업무를 하기도 한다.
가끔 한가해져서 대기할 시간이 길어질 때는 책을 읽을거나 공부할 수도 있고, 시간만 보내고 싶으면 유튜브 영상을 보며 흘려보낼 수도 있다.
업무적으로는 팀원들과 꼭 필요한 업무들만 소통하니 시간 낭비할 일도 없고, 면대면으로 모이지를 않으니 의미 없는 기싸움이나 눈치 보는 것으로 감정을 낭비할 일도 없다.
재택은 좋다.
이 시기가 지나고, 나중에 완전히 사라진다고 해도, 재택이 유지되거나, 일주일에 한두 번만 출근하거나 재택 자율이 유지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