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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군자 Mar 18. 2021

당신은 어떤 나라에 살고 있습니까

조직의 도덕성은 곧 개인의 도덕성

Photo by PJ Frederick on Unsplash

2021년 1월과 2월 겨울, 유독 연달아 폭설이 내렸다. 작년, 재작년 동안 보지 못한 눈이 잔뜩 오니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 신이 나 SNS에는 각양각색의 눈사람 사진이 올라왔다. 줄지은 눈오리 인증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동시에 출퇴근길에 차를 가지고 나온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교통정체에 큰 고생을 했다. 길가에 잔뜩 쌓인 눈에 출근길을 항상 걷던 대로 무심코 걷다가 하마터면 크게 넘어질 뻔 했다.

매번 지나치던 길이라고 해도 이렇게 눈이 기록적으로 내리는 날에는 조심 또 조심 발자국에 힘을 줘서 넘어지지 않게, 전에는 해본적 없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독일에서는 집 앞의 눈을 치우지 않으면, 내 집 앞에서 넘어진 누군가에 의해 고소를 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 독일에선 눈이 오면 너 나 할 것 없이 빗자루와 삽을 들고 나와 자기 집 앞의 눈을 치운다. 누군가가 나 때문에 다치지 않도록.  어떤 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참 친절한 매너이겠지만. 어느 나라에서는 자신이 해야 할 의무이고, 그 의무를 다해야 타인의 안전과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인식된다.


같은 하늘 아래에 있지만 어느 나라에 있느냐에 따라 나라에 속한 개인의 도덕성의 기준은 이렇게도 달라진다. 흔히 어느 나라의 특유한 문화에 대해 '선진 문화'라고 이름 붙이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선진국에서 온 사람들은 선진문화를 태어났을 때부터 배우고, 이를 내재하면서 성장한다. 선진국 사람이 선진국민이 되는 것이다. 국가가 아주 큰 조직이라면, 회사는 그 스케일을 조금 축소한 셈이다. 그래서 회사의 문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회사마다 가지고 있는 기업문화가 다르고, 이에 따라 조직원 개개인의 의사가 얼마나 존중될 수 있는지 아랫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특유의 문화가 나타난다.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당신은 어떤 나라에 살고 있나?

당신이 자신의 앞마당을 질러갈 때, 부리나케 나와 마당을 쓸고 행여 당신이 넘어지면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음에 사과하고 미안해하는 누군가가 당신의 나라에 살고 있나? 혹시 눈을 치우기는 커녕, 자신의 앞마당에서 당신이 넘어지면 창문을 열고 손가락질 하며 힘껏 비웃는 누군가가 살고 있는건 아닌가?


어쩌면 누군가 넘어졌을 때 자신의 의무를 말하기는 커녕, 자고 있는 옆집 사람까지 깨워 당신을 둘러싸고 소리높여 비웃는 그런 문화 속에 살고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이들에게 당신 자기 앞마당의 눈을 치우는 것은 자신의 의무가 아닐뿐더러. 이에 대한 의식도 없다.'후진 문화' 속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풀리지 않는 때가 있고 좋은 성과가 나서 조직에서 주목받을 때도 있다. 이런 오르내림 속에서 여러명의 사람과 오랜시간 함께 있다보면 그 사람의 본성과 속마음 깊은 곳까지 알게될 때가 있다.

대표에게 리뷰를 하고 난 후 대차게 까였을 때, 어떤 팀장은 자신이 제시한 방향성이 틀렸음을 사과하고 어려운 시기에 함께 노력해주는 팀원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렇게 멋진 상사만 있지 않다.


윗사람의 지적에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고 아래사람을 제물로 던지는 사람

"그러게 왜 A안을 했어? B안을 했어야지!! 제가 B안으로 가자고 그렇게 말했는데..."


자기의 책임을 추궁받을 까 타인에게 흠을 만들어 까내리는 사람

"저는 아닌데요, A안 처음에 가져온 거 000씨 아니었나?"


당신이 살고 있는 회사를 하나의 작은 나라라고 생각한다면. 그 나라의 문화가 어떤지 생각해보아라. 회사에서 일한 시간이 어느정도 이상이 되면 언젠가는 그 문화에 내가 끝까지 속할 수 있을지 스스로 질문하는 시간을 가져야한다. 넘어진 누군가를 모여 실컷 비웃고 있는 사람들 속에 있다면, 스스로의 가치관은 무엇인지 돌아보자.


남의 고통을 고소해 하는게 당신의 본성인가? 누군가 다치치 않게 먼저 나서 눈을 쓰는 노동을 감내하는 것이 당신의 본성인가. 자신의 본성과 맞지 않는 나라에 속해있다고 느껴진다면 이제 이민을 준비할 때다. 그리고 혹시 자신도 모르게 사람들과 동조해 남의 괴로움을 즐거워 하고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자신이 '후진문화'에서 자라 더 좋은 것을 보고 배울 기회가 없었음을 깨달아라. 그리고 앞으로는 내리는 눈 앞에서 자신이 해야할 일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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