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군자 Apr 01. 2021

사람에게 다친 마음 치료 1단계, 나뿐만이 아니다.

내 잘못이 아닌 일에 자책하지 않기

Photo by Caleb George on Unsplash

회사, 학교, 친구, 가족, 어우러지며 살다 보면 꼭 한 번은 사람에게 상처를 받게 된다. 그중에서도 유독 나에게 뾰족하게 구는 사람을 오래 곁에 두다 보면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든다.


'저 사람은 왜 나만 보면 저렇게 행동하지?'

'다른 사람한테는 안 그러는 거 같은데'


생각은 종종 이렇게 연결된다.  


'내가 그때 대처를 잘했어야 하는데'

'그때 이렇게 말했으면 안 그러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자꾸 하다 보면 스스로를 자책하는 마음을 키우게 된다. 물론 여러 관계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상처 입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나의 관계 방식을 점검해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첫 번째 진실은 관계는 함께 만든다는 점이다. 그러니 타인과 함께하며 일어난 문제의 답을 내 안에서만 찾으려는 것은 좋은 해결법이 아니다. 무엇보다 누군가의 일방적이고 반복적인 괴롭힘에 힘들어하고 있다면 나에 대한 자책은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자신의 마음에 괴로움을 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누군가를 괴롭히는 사람의 경우 대게 모든 사람에게 같은 행동을 하고 그 사람 때문에 괴로운 건 나뿐만이 아니다. 


회사에서 관계가 유독 힘들었던 사람이 있다. 뒤에서도 앞에서도 종종 나를 도마에 올려 원치 않는 주목을 받게 만들었다. 괴로운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사무실에서 앉아있을 힘마저 사라졌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없는 답을 고민하다 보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스스로가 답답하고 나에게 화가 났다. 상사에 대한 불만이니 주변에 쉽게 터놓지도 못하고 속앓이만 계속했다. 결국 팀을 옮기고 나서야 괴로움에서 벗어났다. 그런데 놀랍게도 다른 팀에 들어가자마자 귀신같이 그 사람의 과거 이야기가 하나 둘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 


'그 사람 원래 팀에서 가장 어린 사람 괴롭히기로 유명하잖아.'

'예전에도 팀 바꾼 사람 한 둘이 아니야.'


나에게 옆에서 지켜보기에도 문제가 있어 보였다고 뒤늦게 전해주는 다른 팀 사람도 있었다. 회사라는 공간에서 겉으로 표현하지 못했지만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모두 알고 있던 것이다. 하루하루 자신의 삶이 바쁘다 보니 타인의 삶에 관심을 끄고 살아서 미처 의식하지 못하거나 공유할 일이 없었을 뿐이다.  


지금 괴로운 시간을 지나고 있다면 당신 역시 스스로가 잘못해서 이런 상황에 놓였다는 자책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 사람이 그냥 나쁜 사람일 뿐이다. 몸과 마음, 관계가 건강한 사람은 굳이 남을 괴롭히는데 시간을 쏟지 않는다. 자존감이 낮거나 폭력적 관계에 물든 사람, 남을 괴롭히지 않고는 행복감을 느낄 수 없는 공허한 사람은 괴롭힘을 선택한다. 당신은 운 나쁘게도 교통사고처럼 그를 만난을 뿐이다. 더 적극적으로 찾아보면 같은 상황에 놓였던 피해자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사람은 모든 회사나 학교에서 비일비재하고 너무나 흔한 이야기이다. 


내가 힘든 순간에 빠져있을 땐 주변을 돌아보기 어렵다. 거기에 자책이란 굴레에 빠지면 스스로 더 깊은 어둠으로 빠져버린다. 이때,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같은 일로 고통받았다는 것을 알면 많은 위로가 된다. 당신의 태도나 행동이 잘못된 게 아니다. 그 이전 사람이 그러했듯이 당신도 타깃이 되었을 뿐이다. 자책을 내려놓자. 그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것을 끝내고 일어나는 회복의 힘을 가지는 첫 단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