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느끼는 죄책감을 해결하는 법
잘 하다가도 고꾸라지곤 하는 게 워킹맘의 일상인 것 같다.
이번주엔 오랜만에 크게 고꾸라졌다. 아야아야.
왜 힘든 주가 됐냐면, 모든 힘든 일이 겹쳤기 때문인데
1) 4박 5일간의 가족여행으로 엄마 껌딱지 모드가 제대로 발동 걸린 일단이
2) 게다가 우리 일단이, 첫 해외여행이 힘들었는지 설사, 열, 콧물로 몸살을 제대로 앓기 시작
3) 하필이면 이번주에 업무 폭탄을 맞은 나. 야간 근무까지 이틀이 잡혀버림.
4) PMS로 호르몬 롤러코스터에 타버리는 바람에 몸도 마음도 상태 안 좋음.
이렇게까지 악재가 겹쳤던 적이 또 언제 있었나 싶다.
물론 있었겠지만 출산 이후 기억력이 급감해 언제나 지금이 제일 힘든 것 같다.
아야아야 아야아야
우리 일단이가 이번주에 제일 많이 한 말.
화요일도 수요일도 목요일도, 일단이가 잠들기 직전에 귀가한 나는 아야아야 아야아야 하는 일단이를 꼭 안고 짠해하다 재우는 것만 할 수 있었다.
3일을 그렇게 헛헛하게 보내고, 목요일 밤.
치고 오른 호르몬 수치처럼 결국 눌러 담은 감정이 터져버렸다. 평소라면 넘겨버릴 수 있는 사소한 대화로, 펑.
T : 일단이가 많이 힘들지. 엄마랑 내내 붙어있다가 떨어졌는데 하필 아프고.
나 : ... 나도 힘들어.
T : ... 일단이가 힘들어서 자기도 힘들다는 이야기지?
나 : 그렇지.
T : 그치. 자기도 힘들지. 나도 힘들고. 주말까지만 잘 버텨보자.
나 :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주지! 일단이 힘들다고 하지 말고.
T : ?????
아주 간략히 요약하면 이런 대화였다.
T 입장에선 이해할 수 없는 급발진이었고, 내 입장에선 죄책감을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내가 없는 시간까지 채워주느라 고생하는 T에게 내 감정도 챙겨달라는 투정을 부려버린 걸 뒤늦게 깨닫고, 많이 부끄럽고 미안했다.
그럼에도 단 1g도 더 미안해하는 걸 견딜 수가 없었다.
T에게,
낮 시간에 일단이를 봐주신 시부모님께,
잠들려는 일단이에게
미안해, 죄송해요, 미안해라고 거듭 말하며 내 마음이 너덜너덜해졌고 더 미안해하지 않아야만 이 상황을 버틸 수 있어서 그랬다고 털어놓았다.
T는 이해했다.
요즘 우리 잘 해왔는데, 이번주가 유난히 힘들어서 그런 거라고. 그러니까 주말까지만 같이 잘 해보자고 다독이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맞다. 이번주가 유난해서 터져버린 게 맞다.
하지만 터질 때까지 차오르지 않고 찰랑대는 죄책감을 애써 무시하며 살아온 지는 오래 됐다. 아마도 복직 직후부터.
"일단이가 엄마 없어서 한참 울다 잠들었어."
"첫 3년이 아기한테 굉장히 중요하다더라. 너 부담 가지라고 하는 말이야."
상황에 대한 공유의 말일 수도 있고,
당부를 위한 격려의 말일 수도 있다.
대체로 웃으며 넘기지만 말끔히 넘기지는 못 한다.
대체로 죄책감, 그러다 가끔은 분노, 자괴감, 자책감...
아기가 세상을 처음 알아가는 시간엔 몸으로 연결되어 있던 엄마가 최초의 안전지대일 수밖에 없다.
배 속에 있던 아홉 달, 모유수유를 하는 수 개월 몸과 몸으로 만들어진 애착이 가벼울 수가 없다.
아기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는데, 엄마는 이제 일터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은 그래서 말끔하기 어렵다. 미안하지 않을 수 없다. 아기는 잘못이 없고, 엄마와 떨어져야 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힘드니까. 죄책감 등등의 감정은 나의 몫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냐.
결국은 애써 노력해야 한다. 덜 미안해하려는 노력.
미안해하지 않을 순 없으니까, 좀 덜 미안해해도 괜찮다는 주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걸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버텨낼 도리가 없다.
아야아야 하는 나를 챙겨야지.
아야아야 아야아야. 내가 나를 챙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