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모르겠고 재미있게 삽니다' 서평
독자가 한 권의 책을 완독 했을 때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철학적 통찰력이 있어서 삶에 교훈이 된다거나 글쓴이의 삶에 공감하여 스토리에 매료된다거나 아님 글이 재미가 있어 페이지가 빨리 넘어가거나 할 때다.
김분주 작가님이 쓴 '성공은 못했지만 재미있게는 삽니다 '는 제목이 말해주듯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꽉 차있다. 나는 먼저 이 책에 감사를 해야 한다.
내가 이 책과 만났을 때는 병원에 입원하여 지루함과 싸우고 있을 때였다. 올림픽 세대에 태어난 젊은 작가의 글은 행간마다 윗트가 넘치고 수준 높은 유머가 무료한 시간을 잊게 해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간간히 재미뿐만 아니라 이 시대 젊은이들이 안고 있는 고뇌(취직과 결혼. 세대갈등)가 들어 있음을 알았다. 작가는 이러한 시대적 난관을 유연하게 대처하며 실로 재미있게 살고 있었다.
그건 바로 작가의 타고난 긍정적인 성격이 재미있는 세상을 만들어 낸 것이라는 걸 알았다.
작가는 여러 분야의 직종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놓는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업을 통해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강한 정신력을 키웠다고 말한다. 강한 정신력이야말로 현대사회라는 무성한 정글 속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무기가 아닐까?
나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존경한다. 남들이 선뜻하지 않는 일을 하였거나 걸어서 구석구석 탐험하는 여행자. 이처럼 분야가 다른 직종에 근무하여 다양한 경험을 해 본 사람들, 이들의 말은 지혜롭고 글은 진솔하다.
요즘 젊은이들 가운데 비혼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내 주변만 해도 여러 명이 있다. 그래서 나는 '비혼주의지만 연애는 궁금하다는' 쳅터를 더욱 흥미롭게 읽었다.
만남과 사귐, 그 후에 결혼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지만 만남에서 매번 좌절되는 이야기는 뭐랄까... 남들이 만들어 놓은 규격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맞는 상대는 내가 가장 잘 안다. 그런데 대부분의 만남이 주변인들의 소개로 이루어지는 걸 보며 작가의 실망과 좌절은 당연한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작가는 이 또한 유쾌하게 풀어나갔다. 역시 초긍정왕 맞다.
웃으려고 한 이야기에 죽자고 덤비지는 말자고 나를 다독이며 책을 읽었다. 그런데도 웃음뒤에 미묘하게 남는 그 무엇이 있다. 그 어떤 것에도 주눅 들지 않는 강한 심성을 가진 이 시대 젊은이가
자신의 삶을 통해 세상을 풍자했기 때문이다.
바쁘고 복잡한 일상 안에서 미소를 번지게 하는 글을 만난다는 건 행운이다. 웃음에도 색깔이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며 '푸웃' 하고 웃는 웃음은 상큼한 민트색 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읽고 난 뒤 상쾌하다.
병원에서 퇴원을 하는 날. 나는 이 책을 그동안 나를 진료해 주신 주치의 선생님께 드렸다.
"전문서적을 읽다가 머리 아플 때 읽어 보세요"
나의 지루함을 덜어 준 책 ' 성공은 모르겠고 재미있게 삽니다'는 또 한 사람에게 삶의 재미를
더 해주려고 내 곁을 떠났다.
다음에는'재미있게 살다 보니 성공해 있었다'라는
책이 만들어질 것 같다. 꼭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