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도시2>, <경쟁단편2, 5>
올해로 44번째를 맞는 서울독립영화제(Seoul Independent Film Festival)가 열렸다.
2018. 11. 29일 부터 12. 07일까지 CGV 아트하우스 압구정,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진행된다.
오랜만에 독립영화제를 찾았다. 12월 3,4일 이틀간 3번 총 16편의 영화를 만났다. (6일에도 하나의 장편을 예매해두었다.) 그 간략한 감정과 평을 늘어놓으려 한다.
재독철학자 송두율 교수가 37년만에 귀국을 결심하면서 벌어진 일들을 다룬다. 그는 과거 여러번 북한의 노동당 입당 경력이 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에 의해 구속된다. 2003년 그는 귀국과 동시에 빨갱이, 간첩,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힌다. 그의 아내와 동문들의 계속된 법리적, 대중적 항거에 의해 결국 송두율 교수는 9개월 만에 자유의 몸이 된다.
다큐멘터리의 질문은 과거를 넘어 현재를 관통한다. 2003년, 대한민국의 언론과 국민들은 빨갱이로 송두율 교수를 재단했고 정치 권력은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얼마남지 않은 총선에 이용했고, 법원은 낡아빠진 국가보안법을 들이밀며 그를 철창에 가두었다. 그 날카로운 이분법 속에 경계인이 낄 자리는 없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변함 없다. 2017년 개봉해 독립영화계를 뜨겁게 달궜던 정윤석 감독의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는 아직 유보된 국가보안법의 무지를 신랄하게 까발리며 <경계도시>의 의문을 잇는다. 아직까지도 '북한'은 다양한 도구로 사용된다. 정치 진영의 존립을 위해, 국민들의 불안감 조성을 위해, 개인의 마녀사냥을 위해 '북한'은 사용된다.
언제쯤 이 지리멸렬하고도 캐캐묵은 프레임이 사라질지, 사라질 수 있기나 한건지? 의문이 무겁게 남았다. 하나의 질문을 묵직하게 던졌다는 것 만으로 성공적인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 별다른 인터뷰 없이 한 발자국 떨어져 사건과 인물들을 응시하는 카메라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지만 이야기의 구성과 네레이션은 빈약한 느낌이 들었다.
평점: 6.8점
<코스믹 칼레이도스코프>
감독 : 박민하
우주와 빛, 화염에 대한 실험영화. 혹은 영상미술. 얄량한 내 깊이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추상의 세계.
평점 : 2.4점
<463 poem of the lost>
감독 : 권아람
기억이 복원되는 과정. 타국에 있는 또 다른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가 시와 버무려지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비춘다.
평점 : 6.2점
<인서트>
감독 : 이용수
얕은 의도, 얕은 호흡, 얕은 설정, 긴 러닝타임. 인서트가 중요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평점 : 1.5점
<표류>
감독 : 연제광
표류하는 이혼 가정 재수생 소녀의 감정을 뒤에서 바라본다. 답답한 감정을 전달하는게 목표인 것 처럼 보였던 영화. EBS 다큐멘터리를 보는게 더 와닿을 듯.
평점: 3점
<시체들의 아침>
감독 : 이승주
전주영화제, 미장셴 에 이어 세 번째 관람.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재치 있는 설정과 입담, 달콤씁쓸한 메시지까지. 이게 단편영화지! 하게 만드는 명작.
평점 : 9점
<셔틀런>
감독 : 이은경, 이희선.
인물의 내밀한 감정을 '셔틀런'이라는 육체적 행위로 표현했다는 점이 인상깊었던 영화.
하지만 주인공의 감정이 동경 하는 어른에 대한 인정욕구와 동성에 대한 사랑이 뒤섞여 있어 다소 모호하다라는 느낌이 든다.
평점 : 6.2점
<여름내>
감독 : 김준희
시원한 영화. 내리쬐는 태양이 가시고 서늘한 여름 바람이 불어오며 들리는 나뭇잎 소리. 어느 여름, 단란한 한 가족의 시간을 떼어 스크린에 옮긴 듯 하다. 스토리와 철학보다는 묘사에 집중한 영화.
뒤로 걷는 가족, 헤드셋을 낀 채 전동휠을 타고 거리를 배회하는 의문의 학생 과 같은 코드는 문학적이기도 하다.
평점 : 6.8점
<춤추는 개구리>
감독 : 김진만
철학적인 에니메이션. 일단 만듦새로 관객들의 눈을 압도한다. 다채로운 시각적 요소들과 속도감 있는 연출이 돋보인다. '모든 것은 연결되있다'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평점 : 7.7점
<컨테이너>
감독 : 김세인
한 소녀의 비극적인 성장담. 내가 좋아하는 말 '성장은 비극이다'에 딱 들어맞는 또 하나의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 비극성을 강조하기 위해 어른 캐릭터를 과장해서 사용한다는 점이 작위적이다.
소녀와 소녀가 만나 친해졌다가 다시 상처를 가지고 흩어지는 플롯도 이미 너무 익숙해 감흥이 없다.
감흥이 있는 것이라면 살수차와 컨테이너를 동원해 내비치는 스펙타클 뿐.
평점 : 6점
<민상>
감독 : 이승현
엄청나게 담백하다. 아픔을 지닌 채 제주도로 온 민상. 그는 우연한 계기로 지홍을 만나 함께 여행한다.
그 과정을 다큐처럼 거칠게 담아낸다. 타인을 통해 각자의 아픔을 마모시켜간다는 뻔하지만 정말 맞는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 (근데 조금 뻔한게 많아서 아쉬웠다.)
평점: 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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