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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우 Dec 17. 2018

세계와 세계의 만남 :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이야기, 삶, 스탠리에 대한 영화.

     

 이야기는 하나의 세계다. 영화도 소설도 시도 노래도 회화도.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는 것은 하나의 세계, 하나의 소우주가 된다. 그래서 이야기는 위대하다. 우리는 이야기를 읽음으로써 타인의 세계로 들어가고 이야기를 만들어냄으로써 나만의 세계를 창조한다. 세계와 세계는 영민하게 얽혀 상호작용하며 서로의 세계에 영향을 끼친다. 삶도 그러하다.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 즉 세계를 지닌 내가 타인이라는 다른 세계를 만나 혼합되고 뒤틀리고 부딪히고 나눠지면서 ‘나’라는 자아를 형성해나간다. 그래서 삶은 이야기, 이야기는 삶이 된다.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는 이야기에 대한, 삶에 대한 영화다. 영화는 교차되는 평행우주의 이야기들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모든 경계를 무너뜨리고 창조해낸 새로운 세계를 통해 복잡한 우리의 세계는 어떻게든 연결되어있다고,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자신들만의 만화책을 가진 주인공들이다. 이를 다른 말로 하자면 각자의 세계를 지닌 자아들이자, 각자의 삶을 사는 우리들이다. 세계들에는 누구나 공유하는 보편성과 그 세계만의 고유한 특수성이 존재한다. 영화는 생명을 불어넣는 (animate) 것을 넘어 우리의 삶을 불어넣는다.     


제각각의 세계관을 지닌 인물들.

 이 영화가 더욱 위대한 점은 <메멘토>, <허트로커>와 같은 영화들처럼 메시지가 정확히 부합하는 형식을 통해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2D와 3D, 에니메이션과 코믹북, 현실과 가상, 세계관과 세계관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들을 흡수시킨다. ‘다채롭다’는 형용사가 부합하는 영화다. 이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시각적 스펙타클과 함께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가히 애니메이션에 획을 긋는 클래식이라 칭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단점도 존재한다. 영화의 설정들은 진부하다. 주인공 아빠의 직업은 경찰이고 반전으로 밝혀지는 삼촌의 정체는 빌런이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 주인공 썸녀의 아빠가 빌런) 최대 빌런 ‘킹핀’은 과거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었다. 주인공은 아버지의 눈물로 말미암아 각성한다. 지당한 말씀이지만 히어로물 특유의 교훈적인 대사가 난무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은 앞서 말한 장점들에 압도된다. 신선한 설정과 매끄러운 플롯 포인트는 장점을 위해 일부러 포기한 듯 보였다. 

영화 말미에 나오는 스탠리의 말

 영화는 스탠리에 대한 추모로 갈무리 된다. 순간 울컥했다.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속에 ‘마블’이라는 거대한 세계를 창조한 이야기 꾼, 인간의 삶을 슈퍼 히어로에 투영한 엔터테이너 스탠리. 이 영화는 그를 향한 레퀴엠 같이 느껴졌다. ‘당신이 만든 세계는 이렇게 멋집니다. 이렇게 멋진 세계들이, 멋진 삶들이 모여 또 다른 세계를, 우주를 창조 합니다’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는 다른 세계로 먼 여행을 떠났지만 그의 세계는 여기 남았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를 이렇게 재정의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는 이야기에 대한, 삶에 대한, 스탠리에 대한 영화다.   


평점 : 9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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