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자연의 주인 푸른 요정이 살았습니다. 푸른 요정은 모든 생명에게 딱 한 번 큰 선물을 내어줄 수 있었어요. 어느 날 바다가 푸른 요정을 찾아왔어요.
"처얼썩. 나는 너무 오랜 시간 움직였어. 쉴 곳이 필요해. 쏴아아."
"바다야. 너에게 섬을 선물할게. 흙에 부딪혀 느려지면 쉴 수 있을 거야."
어느 날 시간도 푸른 요정을 찾아와 말했어요.
"째깍째깍. 나는 맨날 똑같은 것만 봐야 해서 지루해. 째깍째깍."
"시간아, 너에게 4개의 다른 세상을 줄게. 어느 때는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을 보고 어느 때는 뜨거움을 느끼게 될 거야. 어느 때는 배부르게 먹게 될 거고 어느 때는 고요한 휴식을 만나게 될 거야."
푸른 요정이 계절을 선물하자 시간은 신이 나 쉴 새 없이 움직였어요. 어느 날 사람이 푸른 요정을 찾아와 말했어요.
"흑흑. 나는 너무 약해. 자연이 심술이라도 부리면 굶거나 집을 잃기도 해. 흑흑"
"사람아, 너에게 영리함을 줄게.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거야."
푸른 요정은 사람에게 영리함을 선물했어요. 모든 생명이 평화를 찾자 한참 동안 푸른 요정을 찾는 생명이 없었어요. 어느 날 사람이 다시 찾아왔어요.
"푸른 요정아, 선물 하나만 더 주라."
"미안해, 사람아. 나는 두 번의 선물을 줄 수는 없어."
푸른 요정은 사람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어요.
"너의 소원을 들어줄 순 없지만, 나랑 놀아 줄래?"
사람은 고민하다가 대답했어요.
"그래!"
사람은 영리함과 요정의 힘을 이용해 자연에게 못되게 굴기 시작했어요.
"바다 네가 내 집을 빼앗았지!"
사람은 바다를 향해 마구 쓰레기를 던졌어요. 바다는 너무 아파 엉엉 울었어요. 바다의 눈물이 넘치기 시작했어요.
"더운 거 너무 싫어! 추운 것도 너무 싫어!"
사람은 계절을 뒤죽박죽 바꿨어요. 당황한 시간은 발이 뒤엉켜 자꾸 넘어졌어요. 생채기가 늘어난 시간은 점점 지쳐갔어요. 사람이 자연을 제멋대로 움직이자 푸른 요정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앓기 시작했어요. 사람은 다시 푸른 요정을 찾아가 말했어요.
"푸른 요정아. 사랑하는 나를 위해 너의 생을 선물로 줘."
푸른 요정은 잠시 사람을 쳐다보다가 자신의 팔을 뜯어 내어 줬어요.
"이건 너에게 먹을 것을 줄 생명력 넘치는 땅이야."
다리를 뜯어 사람에게 내어줬어요.
"이건 널 아프지 않게 할 깨끗한 바다야."
얼굴을 뜯어 사람에게 내어줬어요.
"이건 나 대신 널 지켜줄 하늘이야."
사람은 선물들을 한입에 먹어 치우고 입을 게걸스럽게 벌린 채 말했어요.
"푸른 요정아, 넌 날 사랑하지 않아? 왜 너의 심장은 주지 않는 거야?"
푸른 요정이 울먹이며 말했어요.
"이걸 주면 너는 죽고 말 거야."
사람이 무서운 표정으로 소리쳤어요.
"거짓말. 난 영리해서 그런 것에 속지 않아!"
사람은 날카로운 손톱으로 푸른 요정의 심장을 꺼냈어요. 심장이 드러나자 끊이지 않는 장마가 시작되고 계속되는 전염병으로 생명이 사라졌으며 사람들은 서로를 탓하며 마구 다퉜어요. 심장을 쥔 사람이 땅과 바다와 하늘을 토해내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사람의 온몸이 불꽃에 타들어 갔어요. 푸른 요정은 재가 되어버린 사람을 보고 아주 슬프게 울었어요.
작년 쓰고 있던 극본을 위한 창작동화다. 해당 동화가 들어간 창작극(극본으로 참여) <극에 달하다> 홍보영상을 공유한다. 온라인 공연은 아직 관람이 가능하다. 아래는 극 중 배우들의 동화 낭독 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