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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야 Jun 29. 2022

대안교육의 철학을 논의할 시기

<교사, 대안의 길을 묻다>를 읽고

기존의 학교교육이 고질적으로 지니고 있는 획일주의적 억압과 권위주의 그리고 무차별한 경쟁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정반대로 원칙과 체계가 분명하지 않고 지적인 역동성도 사라진 듯한 대안학교들이 종종 눈에 띈다.


 서문에서 대안교육이 마주한 한계를 알 수 있었다. 내가 만난 대안학교 졸업생들은 기존 학교교육보다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하지만 지식교육의 부재, 장애학생 입학 불가능성, 내부 갈등 해결 시 공동체성만 강조 등 이념에 대한 집착이 학습을 방해한 사례들을 이야기해주었다. 대안교육 운동은 교육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질적 확산과 진화를 목표로 시작되었다. 대안학교가 생겨난 지 약 30년이 지난 지금, 잠시 반성의 시간을 가지고 운동 방향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대안교육이 언급된 것은 1970년대 이후 사회운동이었다. 한국 대안교육 운동은 전통적인 학교와는 목표, 내용, 방법 등이 완전히 다른 새로운 형태의 학교를 설립하여 운영하고자 하면서 시작되었다. 1990년대는 급격한 사회변화에 대한 가능성이 줄어들고 안정기로 들어갔다. 대안교육에 대한 실천적 작업이 소규모 집단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교육 운동가들은 획일화된 교육내용과 방법, 학생 각자 개성, 능력을 도외시한 채 오로지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에만 주력하는 기존 학교교육에 대한 해결 방향을 모색했다. 1997년 하반기 인성교육 중심 특성화 고등학교가 법제화되었다. 교육부의 학교 중도 탈락자 종합대책 과정이었다. 당시에는 정부가 나서서 대안학교 설립을 도왔다. 당시 정부는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성공적으로 재적응시키고 있던 영산성지고등학교를 모형으로 대안학교를 제도화했다. 다음 해 신학기에 최초 대안학교 6개교(간디, 성지, 양업, 원경, 한빛, 화랑)가 문을 열었다. 이후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 2005년 3월 이전의 미인가 대안학교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한다는 내용의 법률 개정이 이루어졌다.

  
 대안학교들이 나타나게 된 과정을 살펴보면 대안교육을 뒷받침하는 이론적 바탕이 사회에 익숙해지기 전에 대안학교가 먼저 설립, 운영되어왔다. 학생, 학부모, 교육자마다 대안교육에 대한 개념과 기대 수준이 혼재되어 있다. 대안교육 실행 방식에는 다양성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외치는 정의만큼은 동일한 것이 ‘운동’으로서 역할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안교육은 1990년대 학교 모습의 대안이다. 대안의 의미를 현재에 맞춰 재구성해야 한다. 공교육 내에도 혁신학교라는 새로운 형태가 생겨났고 사회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 세대도 많이 바뀌었다. 새로운 국가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현재 시점과 새로운 사람을 통해 살펴보고 다시 대안을 찾는 활동이 필요하다. 대안교육은 교육방식에 대한 끊임없는 반성 및 변화로부터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기존 학교교육과의 간극을 줄여나가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근대교육의 시작이 교육에 이바지한 부분은 평등에 있었다. 학생 각자의 발달과 환경을 무시하는 처참한 결과가 생겼지만 교육기회의 보편화를 실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현재 대안교육은 소수를 위해 움직인다. 여러 특성상 특수한 상황, 특별한 환경의 학생들만의 경험으로 느껴진다. 학생을 일일이 품는 것만큼 사회에 대안교육 운동의 관점을 설득하는 시간도 중요하다. 

  이 책은 제목처럼 교사를 중심으로 대안교육 운동을 설명한다. 지금까지는 대안학교를 학생으로서 경험해보지 못한 기성세대가 대안을 고민하고 연구해왔다. 교사는 인간관과 세계관, 교육관을 정립한 후 교수방법론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중심이 되는 대안교육 운동가, 교사진은 학교교육만 경험한 세대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학생들에게 언제든지 깨어지며 깨우쳐야 한다. 대안교육의 장점은 교육에 대한 역할 장벽이 허물어지는 데에 있다. 대안교육의 대안이 필요하다. 대안교육은 다양한 이념을 가졌지만 교육철학은 빈약하다.(한국 대안교육의 교육철학으로서 비판교육학 논의 – 허창수 2021) 지난 30년이 제도적 안정성과 대안학교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시기였다면, 이제는 교육철학을 끊임없이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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