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이진 Jan 06. 2021

6. 운동하고 싶어

살고 싶어

1월 1일, 내가 새해 아침에 가장 먼저 한 일은 해를 보거나 산에 오르는 일이 아니라 떨리는 마음으로 체중계 위에 올라가는 일이었다.


몸무게를 안 잰지도 거의 세 달째였다. 체중계 위에 올라갈 엄두가 안 났기 때문이다. 2020년엔 코로나로 인해 운동을 제대로 못 했고, 그러는 와중에도 먹는 건 많이 먹었다. 몸무게를 재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살이 쪘구나, 근육이 빠졌구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는 거라며 스스로를 달랬다. 그리고 마침내 새해가 되었다. 경건한 마음으로 체중계 위에 올라갔다. 분명 60킬로는 넘겠지, 63킬로쯤 되려나. 올라가면 뻔히 나오는 숫자를 미리 예측하면서 충격받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나의 예상과 달리 몸무게는 57.0이었다. 그 숫자에, 60킬로가 안 넘는다는 사실에 기쁘다기보다 의아했다. 이상하다 그럴 리 없는데, 예전보다 운동도 안 하고 군것질을 많이 하는데 왜 더 살이 빠졌지? 거울로도 잔뜩 부은 얼굴만 가득 찬 나는 체중계가 고장 난 게 아닐까 싶어, 엄마에게 몸무게를 알렸다. 그러자 엄마는 아주 귀찮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근육이 빠졌군."


그러고 보니 얼마 전부터 뚝 - 하는 소리가, 무릎을 필 때마다 그런 소리가 났다. 나는 애써 관절을 잡아주던 근육들이 몽땅 물로 변했다는 사실을 외면하려 했다. 하지만 무릎이 이 정도라면 허리는 말할 것도 없었다. 몇 달 전부터 허리는 조금만 걸어도 아프고 발이 저린다. 그랬다, 지금 내 몸은 고장이 나기 직전이었다.


나는 재작년 운동을 시작했다. 그 전엔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을 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실패였다. 그러다 1:1 필라테스를 하게 되었다. 물론 이때도 다이어트가 목적이었다. 인스타 피드에서 본 동작들을 할 거란 예상과는 달리 나의 필라테스 선생님은 기초 체력에 집중했다. 왜 갑자기 스쿼트를 시키시죠? 그게 싫었다. 난 스쿼트를 5개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못 하는 건 싫어하는 사람) 그렇게 찡찡대면서도 어떻게든 했다. (돈 냈잖아) 처음엔 10개, 30개, 50개, 100개. 개수가 늘어나는 사이 자존감도 같이 늘어났다. 그때부터 내 스케쥴엔 항상 운동이 있었다. 1년 동안, 매일매일. 이것도 다 코로나 전의 이야기이다.


정말 운동이 하고 싶다. 이러다 온 몸이 망가질 것만 같다. 왜 나는 돈을 내야만 운동을 하는가. 왜 홈트와는 맞지 않는 인간인 건가. 왜 하필 지금은 겨울인가. 날이 추워 나가지도 못하게. 그동안 비싼 시간과 오랜 돈을 쳐들여 만든 근육을 잃어가는 중이다. 남은 근육이라도 지키려면, 살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5. 여자는 서포터나 하라는 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