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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진 Jan 16. 2021

16. 눈썹이 하나로 모이면

 찌푸릴수록 진해지는 인상 주름

"또 또 또! 또 인상 쓴다. 어머머 이제 그냥 주름이 가만있어도 잡히네, 잡혀." 엄마는 그렇게 말하며 내 미간을 꾹꾹 눌러서 폈다. 나는 엄마의 손길이 좋아서 장난스럽게 더 찡찡거렸다. 분명 그 찡찡거림이 처음에는 장난이었다. 더 관심을 받으려고, 더 손길을 받으려고 우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짜증 내면 낼수록 속에 있던 속에 웅크리고 있던 복잡한 것들이 더 굵고 진하게 똬리를 틀었다. 그럴수록 내 미간은 점점 하나로 모였다.


나는 피부가 얇았다. 조금 이상한 말이지만 정말 그랬다. 쉽게 살이 텄고, 쉽게 주름이 생겼다. 그 사실을 몰랐다. 조금도 살이 찌면 안 된다는 걸 조금도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면서 인상을 찌푸리면 안 된다는 걸. 허리에서부터 종아리 반쯤까지 하얀 나의 무지가 기다랗게 이어져있다. 하지만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이미 새겨진 것들은 잘 없어지지 않았다. 없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먹으면서 살을 찌웠고, 짜증을 내면서 미간에 인상이 잡히게 했다.


나는 엄마의 무릎에 누워 인상을 풀어보려 했다. 하지만 복잡한 것들은 풀리지 않았다. 엄마는 뭐가 예쁘다고 이런 걸 받아주고 있느냐고 하면서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엄마는 아주 그냥 눈썹이 하나로 모이겠다고 했다. "꼭 그 여자 같아. 그 여자 누구지?"하고 말했다. 내가 누구를 말하는 거냐고 하자, 엄마는 이제 나이가 들어서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그 있잖아, 그 화가"라고 말했다. "아아, 프리다 칼로?" "맞아. 꼭 그 여자처럼 눈썹이 하나로 모이겠어. 그러니까 인상 쓰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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