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이진 Jan 22. 2021

21. 어쨌든 이 집에서 계속 살아야 해

엄마의 방 청소

지난 토요일 외출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먹고 싶은   있느냐고 사가겠다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전화를 받자마자 "~  ~~이씨"라고 하는  아닌가. 엄마는 평소에도 내가 밖에서 전화를 하면 심심한데   오냐고 하기 때문에(막상 집 가도 따로 논다) 나는 엄마의 반응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과자와 맥주와 오징어를 사서 집으로 돌아간  앞엔 도둑이  것처럼 모든 물건들이 끄집어내진 방이 있었다.

엄마가 방을 전부 뒤엎은 것이다.  방은 베란다에 있었다. 동생이 외국으로   원래  방을 드레스룸으로 만들고  동생  베란다에  책상과 책과 짐들을 모두 쳐박아 놨다. 그리고 동생 방을 내가 썼다. 그런데 동생이 돌아오자 자연스럽게 나는 거실 생활을 했다. 소파와 식탁 위에  노트북과 새로  책들 다이어리를 잔뜩 올려두고 살았다. 그리고   , 동생이 독립을 했다. 엄마는  때마다 언젠가  책들을  치워 버릴 거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게  날이었을 뿐이다.

"대체 지금  하는 거야?" 내가 말했다. 방에 있던 온열기는 거실로 쫓겨나 있었다. 베란다에 있던 책장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가지런히 꽂힌 책들을 보며 엄마는 뿌듯해했다. 내가 외출하고부터 돌아올 때까지 하루 종일 정리를 했다고 힘들어 죽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그게 짜증이 났다. 대체  아무도 시키지 않을 일을 벌여서  방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자꾸 힘들다 힘들다 말하는 것이. 특히나  물건을 함부로 만지고, 서른인  방을 치워주는 엄마가.

나갔다  나는 같이 정리할 마음이 없었다. 맥주를 엄마에게 건네며 제발 그만하고 쉬라고 나중에 내가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멈추지 않았다.  서랍까지 전부 털기 시작했다. 나조차 엄두가 안 나서 열지 않는, 최소 20 가까이의 짐과 쓰레기가 있었다. 엄마는 그걸 보더니 오늘은 그만 해야겠다며 방문을 닫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20. 어떤 여리여리한 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