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꿉니다, 유튜버의 꿈을
은행에 외화 계좌를 만들었다.
하루 뒤, 달러가 입금되었다.
보낸 이는 GOOGLE ASIA PA (구글).
유튜브를 시작한 지 어언 3년, 처음으로 수익을 정산받았다. 이게 얼마 만에 내 손으로 번 돈이지? 나도 이제 매월 통장에 고정적으로 꽂히는 수익이 생기는 건가? 입가에 배시시 미소가 번진다. 아직은 소소한 용돈 수준이지만, 수익 정산 기념으로 나의 유튜브 도전기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
유튜브를 시작하던 2019년, 당시 둘째 아이는 네 살이었다. 나는 육아를 위해 퇴사를 하고 오롯이 아이만 키우고 있었다. 워킹맘이던 시절 첫 아이를 너무 어린 나이에 어린이집에 보낸 것이 아쉬웠던 터라, 둘째 아이는 네 살 까지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다. 아이와 나는 취미생활을 함께 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쿵짝이 잘 맞는 파트너였다. 텃밭에서 농사를 짓고,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길고 긴 육아의 시간이 마무리되고, 아이는 곧 다섯 살이 되어 유치원에 입학할 예정이었다.
'이제 나에게도 자유 시간이 생기는구나.'
기뻐할 겨를도 없이 다음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아이가 없는 그 시간에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
갑자기 주어진 자유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순간 멈칫했다.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빨리 생각해내야 할 것 같아 마음이 분주했다. 밤에 자려고 누워서도 정신이 또렷해져 왔다. 눈만 껌뻑이며 깜깜한 밤을 보냈다.
다시 일을 시작해 볼까?
아이가 오후 1시면 집에 올 텐데,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을 한다는 것은 어려웠다. 전문 자격증이나 기술이 있다면 프리랜서로 일해볼 수 있을 텐데 그저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했던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며칠간의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생뚱맞게도 유튜버였다.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 유튜버가 핫하다는데, 까짓것, 나도 유튜버가 되어 보자! 아이가 유치원에 가는 오전 시간을 이용해 영상을 만들고 아이가 돌아온 오후 시간에는 다시 엄마로 돌아갈 수 있으니 꽤 괜찮아 보였다.
그렇다면 어떤 주제로 유튜브를 할까?
어차피 매일 음식을 만드니 요리법을 소개하는 유튜브를 해보기로 했다. 요즘 웬만한 것들은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배울 수 있으니, 그곳에서 정보를 찾아보며 뚝딱뚝딱 채널을 만들었다.
요리를 할 때마다 삼각대에 핸드폰을 거치해두고 영상을 촬영했다. 삼겹살, 닭갈비, 떡꼬치, 소고기 뭇국 등, 새벽잠을 줄여가며 영상을 편집했다. 편집 기술이 병아리 수준이니, 영상 하나 만드는 데 며칠이나 걸리곤 했다. 안 그래도 심했던 다크서클은 잠을 못 자는 날이 늘어가며 더욱 존재를 드러냈다.
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요리 채널은 곧 접었다.
가족, 지인들이 구독을 눌러준 것 외에 더 이상 구독자도 늘지 않았고, 무엇보다 내가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했었다. 다시 원점이었다.
유튜브에 채널을 만들고 영상을 편집하는 방법은 충분히 익혔으니 주제만 변경하기로 했다. 꾸준히 하려면 좋아하고 잘하는 주제여야 한다. 당시 일주일에 1~2번 텃밭에 들러 농사를 지어오고 있었으니, 농사 일상 채널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꼬마농부의 텃밭이야기
처음엔 아이들과의 텃밭 일상을 영상에 담았다. 채널명은 <꼬마농부의 텃밭 이야기>로 정했다. 밭에서 꽃을 따다 화전 만들기, 감자 심기, 병아리 관찰, 토종닭 관찰 등. 영상의 주 시청자는 우리 아이들이었고 이번에도 역시 구독자는 늘지 않았다. 그럼에도 꾸준히 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누군가 ‘영상이 100개 정도 쌓일 때까지 꾸준히 영상을 올리다 보면 차츰 구독자도 늘고 반응이 온다’고 했던 말을 위안 삼았다. 어차피 농사는 계속 짓는 것이고 나도 초보 농부로서 공부하는 것들을 영상 기록으로 남기는 의미가 있었다. 조회수가 많지 않아도 크게 동요치 않고 꾸준히 영상을 만들었다. 반응이 없었던 것은 비슷했지만 요리 채널과 달랐던 하나는 내가 농사를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기록으로 남기며 공부까지 하게 되니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2020년, 코로나로 온 세상이 멈추었다. 제한된 생활을 해야만 했던 그 시기에 식물을 가꾸고 농사를 짓는 인구가 증가했다. 덩달아 꼬마농부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도 늘었다. 외출을 삼가던 시절, 페트병으로 화분을 만들어 집안 창틀에서 상추를 키우는 방법을 소개한 영상이 큰 관심을 받았다. 한 순간에 조회수가 솟구치고 구독자가 늘었다. 누군가 내가 만든 영상을 보고 있구나! 비록 집 안에 갇힌 처지지만, 유튜브를 통해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구나.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마음이 살랑였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채널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내가 만들고 싶은 영상을 만들었다면, 이제부터는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주제는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다.
간단한 농사 비법을 공유해 볼까?
유튜브에는 전문 농업인이 운영하는 채널이 많다. 그들은 수 십 년간 쌓여온 농사 지식을 바탕으로 광범위한 농사 기술을 알려준다. 나는 이제 고작 5년 차 도시농부로 손바닥만 한 텃밭을 가꾸고 있지만, 나와 같은 처지의 초보 도시농부들에게 초점을 맞춰 쉬운 농사 방법을 공유하자 싶었다.
타깃을 명확히 하자 영상의 내용도 구체적으로 잡히고 조회수와 구독자수 역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수익을 창출하려면
유튜브를 한다고 누구나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구독자 1,000명 이상에 연간 시청시간 4,000시간 이상이라는 수익 창출 조건이 있다. 이 두 조건을 달성하면 영상에 광고가 달리고, 이에 대한 광고비를 받게 되는 것이다. (유튜브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수익은 다양하게 있겠으나, 여기서는 광고비만을 이야기하기로 한다.)
유튜브를 시작하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익창출을 목표로 활동을 시작한다. 처음엔 이 조건이 별 것 아닌 듯 느껴져 쉽게 도전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조건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구독 버튼을 누르는 데에 인색하다. 실제 자신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돌아보면 답이 나온다. 사람들은 웬만해서는 구독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해당 채널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 다음 영상도 놓치지 않고 볼 것이라는 강한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누르는 것이 구독 버튼이다. 그만큼 구독자 1,000명의 벽은 쉽지 않다.
운이 좋게도 나는 유튜브를 시작한 지 1년이 좀 넘었을 무렵 드디어 구독자 1,000명을 달성했다. 당장 수익이 생긴다거나 유명해진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명확한 목표를 정하고 달성하는 것은 평범한 일상에 자극이 되기 충분했다.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면서 아이의 성취를 바라보던 시절을 넘어, 이제는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성취를 경험한 것이다. 이게 얼마만인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변화였지만, 스스로 뿌듯한 마음에 유튜브 어플을 계속해서 새로고침 해가며 구독자수의 변화를 확인하곤 했다. 수익창출 조건을 달성했다는 것은 곧 사람들이 영상을 많이 시청할수록 나에게도 수익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니, 어찌 들뜨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한 가지 재미있었던 사실은 유튜브 구독자수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구독자가 많은 대형 채널은 사람들이 더 쉽게 구독을 한다. 이제 막 시작하는 작은 채널은 영상이 재미있고 유용했을지라도 구독 버튼을 누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 채널도 구독자 1,000명까지는 성장이 느렸지만 그 이후에는 더 빠른 속도로 구독자수가 증가하고 있다. 어느덧 5,000명을 바라보고 있고 이 기세를 몰아가면 1만 명도 도전해볼 만하겠다. 처음엔 상상도 못 했던 숫자이다.
유튜브를 해 보니
밥벌이의 즐거움
지난 1년간 유튜브 광고수익이 차곡차곡 쌓였다. 의도적으로 쌓아둔 것은 아니었는데, 매월 정산받기에 금액이 소소하기도 했고 정산을 신청하는 과정이 복잡해서 하루 이틀 미루다 보니 어느덧 1년이 지나있었다. 구글 본사에서 광고비를 정산받는 것이라 외화계좌가 필요했다. 그동안 외화계좌를 만들지 않아 수익을 정산받지 못하다가, 온라인으로도 계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바로 계좌를 개설했다. 그리고 하루 만에 달러가 입금되었다. 1년간 쌓인 금액은 예상보다 큰 금액이었다. 어느 정도의 수익이 발생했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내 통장에 찍힌 입금내역을 확인하는 것은 또 느낌이 달랐다. 드디어 내 수중에 지난 3년간의 유튜브 활동의 열매가 들어온 것이었다. 성인으로서 스스로 밥벌이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종종 나를 주눅 들게 했다. 마음속 불안이 높아진 시기를 더듬어 올라가다 보면 역시 경제권을 상실한 시점과 맞아떨어진다. 내가 누군가의 수입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은 (비록 그것이 나의 선택에 의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적은 금액이나마 고정적인 수익이 예상된다는 사실은 나 자신을 단단히 세우는 장치가 되었다.
브랜딩의 재미
브랜딩이 핫 하다. 이제는 개인도 브랜딩이 필수인 시대라며 서점에는 브랜딩에 대한 책들이 넘쳐난다. 처음 유튜브를 시작할 때의 목표는 수익창출이었지만, 돌아보니 더 큰 수확은 개인 브랜딩이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즐거운 취미생활이었던 식물 생활을 꾸준히 기록으로 남기다 보니 그것이 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식물을 가꾸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얻었다. 주변 사람들은 이제 나에 대해 '씨앗을 심는 사람',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 '아이들과의 시간을 즐기는 엄마'로 인식하고 있다.
직업은 한 단어로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다. 일을 하지 않는 '엄마'로 10년을 살다 보니 내 사회적인 위치가 사라진 듯했다. 이제는 유튜브에 나만의 보금자리가 있다. 정성스레 만든 콘텐츠는 어디 가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 나라는 사람의 브랜드를 견고하게 해 준다. 아이들이 나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나는 나를 쌓아가는 활동의 비중을 키워나가는 중이다.
유튜브를 시작하려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
연습 삼아 가볍게
아직까지 내 주변에는 유튜브를 운영하는 사람이 없다. 20~30대에 비해 40대 이상의 유튜브 도전은 흔치 않은 일이긴 하다. 카메라와 편집 프로그램 등 고가의 장비를 구입할 것도 없이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편집까지 하여 업로드까지 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니, 혹시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유튜브를 시작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허접한 영상을 올리는 것이 부끄럽다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어차피 내가 올린 영상 아무도 안 본다. 이 부분이 슬프기도 하지만 또 부담을 확 낮춰주기도 한다. 처음엔 연습 삼아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고, 반응을 보아가며 보완해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내 영상을 계속 모니터링하며 부족한 부분을 체크하고, 나와 비슷한 주제의 영상들을 찾아보며 아이디어를 얻는 것도 필요하다.
(내 채널에도 유튜브를 시작할 때 서툴게 올렸던 영상들이 남아있다. 편집도, 구성도, 내용도 너무나 허접하지만 아이가 좋아해 종종 함께 시청하고 있다. 여전히 아마추어 편집이지만, 그때와 비교하면 성장했음을 느낀다.)
재미있거나 유익하거나
누구나 관심 가질만한 유명인, 미모, 재력, 학벌 등 특출 나게 내세울 것이 있지 않은 이상, 영상에는 유용한 정보들을 전달하는 것이 좋다. 재미가 있던지 유익한 정보를 갖고 있던지, 누군가가 시간을 들여 보고 싶어 할 만한 영상을 만들어보자.
촬영, 편집, 업로드까지 핸드폰으로 충분
요즘 핸드폰 화질이 얼마나 좋은지, 핸드폰 하나만으로도 고화질의 영상을 찍고 편집할 수 있다. 편집이 많이 들어가야 하는 경우 컴퓨터에 전문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편집해야겠지만, 핸드폰 영상 편집 어플도 충분히 이용해 볼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시간 날 때마다 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나는 아이들을 돌보는 중간중간 영상을 편집할 수 있어 주로 핸드폰 어플을 이용해 영상을 편집한다. 개인적으로는 VLLO 어플을 추천한다. 사용방법이 간단하고, BGM이 다양하며, 목소리 녹음까지 한 번에 할 수 있어 편리하다. 무료 버전도 사용할만하고 유료결제를 하면 조금 더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유튜브는 나에게 '작은 성공'의 경험을 선물해 주었다. 아이들과 함께한 텃밭 생활이 고스란히 남았음은 물론이다. 불가능할 것이라 여겼던 수익창출을 경험하고 나니 다음 스텝을 떼는 것이 조금 덜 두렵게 느껴진다. 다음 스텝은 '식물과 육아에 대한 에세이'다. 글쓰기의 과정도 이리저리 삐걱거리겠지만 계속해서 걸어가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