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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과 Jul 06. 2022

쉼표

쉼표를 찍는 이유는 한숨 쉬어가기 위해서이다. 글에서만큼이나 삶에서도 쉼표가 중요한 법, 그래서 나는 삶의 이곳 저곳에 쉼표를 찍곤 하는데, 올해 나는 삶에서 가장 기다란 쉼표를 찍게 되었다. 


그리고 그 쉼표는 어제를 기점으로 완전히 하나의 점으로 찍혀졌고, 오늘이라는 시간에는 어제의 그 쉼표의 흔적이 아닌 새로운 삶을 시작이라도 한다는 듯 굴어댔다. 그렇게 회사라는 공간에 다시 발을 들였고, 이내 내가 왜 쉼표를 찍을 수 밖에 없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쉼표를 찍기 전까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던 날, 이대로 한숨 돌리지 않으면 더 이상의 산소는 내게 남아있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도망치는 듯, 제풀에 꺾인 듯, 아니면 이제 정말 어떠한 산소 한줌도 남아있지 않은 듯 모든 것을 내동댕이 치고 휴직을 했다.


휴직을 하고 나서 내가 가장 많은 시간 공을 들인 것은 휴식이었다. 사람들은 물어봤다. 쉬는 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그런데 어쩐지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치 내가 어떤 것도 하지 않았던 것이 삶을 아깝게 허비한 것만 같은 기분마저 드는데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야 깨달은 점은 내가 바로 그런 시간을 갖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었다. 뭐라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무엇에도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시간. 아깝게 허비한 듯한 시간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었다. 꼬리를 모두 그려내고 나서야 쉼표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오늘의 시작으로 쉼표의 꼬리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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