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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 Apr 20. 2023

복수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마음이 힘들었던 3년 전 어느 날이었다. 

페북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한 남성으로부터 메신저가 왔다. 

“안녕하세요”라고.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워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그 날은 내가 놓아둔 쥐덫에 뭔가가 걸렸다는 듯이 나는 냉큼 이때다 하며 창을 열었다.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봤어야 할 말이 있었다.

그리고 질문을 했다. 

“똥으로 택배를 보내면 받은 사람은 기분이 많이 나쁠까요?”

갑자기 훅 들어간 똥 질문을 그는 자연스럽게 받아쳤다. 

“택배를 보내려는 이유가 뭔데요?” 

“너무 밉고 싫은 사람이 있어서요. 완전 기분 드럽게 하고 싶어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낼 생각이셨어요?”

“음. 이제 막 생각난거라 이제부터 계획을 짜봐야 해요”

이야기는 꽤나 흥미롭게 이어졌다. 어떤 똥이 효과적일지 양은 또 어느 정도 일지 사람 똥인지 개똥을 모을 것인지 등 나는 아주 진지했다. 그 사람은 내게 파이팅까지 외쳐주었다. 그렇게 메신저 대화는 일단락됐다. 

그의 파이팅을 받고 진짜 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이후부터 마음속으로 온갖 방법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기 시작했다. 

종이봉투에 담아서 몰래 갖다 놓으면 똥의 수분이 흘러나와 종이가 적셔지면 들자마자 똥떵이가 발위로 떨어지겠지. 

똥과 밀가루를 같이 박스에 넣어 똥도너츠를 만들어 먹으라고 하는건 어떨까. 그와중에 죄 없는 택배기사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법도 함께 생각했다.

설사를 모아 김장봉투에 넣어 꽁꽁싸매 스티로폼박스에 넣어 보내면 안전하게 도착하겠지. 혹시 부패해 포장이 튿어질 수 있으니 냉동실에 넣어 놓은 아이스팩을 챙겨놔야겠군. 

이렇게 나는 며칠 동안 내 맘속으로 다양한 똥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그사람에게 보냈다.

3일째 상상의 똥 택배를 보내고 난 후 신기하게도 복수가 성공한 느낌을 받았다.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때 난 똥에게서 엄청난 치유의 에너지가 있음을 깨달았다. 똥이 경이롭게 느껴진 순간이랄까. 온갖 험담으로 나를 힘들게했던 그 사람의 입냄새보다 내 머릿속에서 나는 똥냄새가 숭고하게 강했다. 

사람에게서 입은 상처는 오래간다. 그때 똥과 함께 라면 지독한 냄새로 그 사람의 냄새를 지울 수 있다. 직접 내 손을 더럽히지 않아도 생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뭔가를 드릅힐 수 있다. 

복수하고 싶다면 똥을 보내라. 물론 상상으로. 


아. 그리고 그때 대화를 나눈 사람과는 한동안 친구처럼 지냈다. 심지어 같은 동네사람이었고 

영화제작자로 나만큼이나 똘끼를 경건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나의 똥택배 계획을 진지하게 받아준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다. 

첫만남에 똥튼 관계치고는 참 괜찮은 인생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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