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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진술 코칭과 진술분석

아동의 피해 진술에 있어 신뢰관계인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저는 더러운 여자이지만 엄마입니다."



  
‘세 母子' 성폭행 조작 사건

   


3년 전 인터넷에서 시작되어 떠들썩했던 사건이지요. A 씨가 자신과 두 아들이 남편과 친척으로부터 상습적으로 성적 학대를 당해왔다는 내용의 글과 동영상을 올리면서 언론과 네티즌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사건입니다. 사건이 알려지고 얼마 되지 않아 A 씨는 이혼 소송 마지막 공판이 끝난 이후 양육권 싸움에서 승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터뷰 현장에서 카메라가 꺼진 줄 알고 A 씨와 두 아들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의심스럽게 하지 마”, “너는 잘했어, 설득력 있었어”)이 방영되어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도 A 씨의 거짓말이 드러나고 A 씨가 맹목적으로 따르던 무속인 B 씨가 세 모자에게 무고하도록 교사한 것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반전을 맞게 됩니다. 결국 지난해 3월 대법원은 아동복지법 위반, 무고 등으로 A 씨에게 징역 2년을, B 씨에게는 징역 9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위 사건과 같이 이혼 과정에서 아이의 엄마 또는 신뢰관계에 있는 제삼자에 의해 아이에게 거짓 성폭력 피해 사실을 주장하게 하는 경우를 간혹 보게 됩니다. 
반대로 아이의 아빠가 지인이었던 아내의 내연남으로부터 성추행 피해가 있었다고 진술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고, 사이비 종교인과 상담사가 개입하여 허위 진술을 종용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허위 진술과 신뢰관계인의 영향: 실제 사례



                "아빠가 나를 만지고 깨물었어요."



오늘은 그중 한 사례를 간단히 소개해 볼까 합니다. 

첫 대면에서 이 아동은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붙임성 있게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면담실을 둘러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등 호기심이 많아 보이는 아이였습니다. 

라포 형성 후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를 묻자, 여전히 웃는 얼굴로 ‘아빠가 **와 **을 만지고 **를 깨물었다’는 말을 반복해서 하더군요. 몇 차례의 추가 질문에도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거나 꼬집었다’는 말을 추가할 뿐 어떤 맥락도 없이 동일한 패턴의 주입된 진술만 반복했습니다. 마치 녹음기를 틀어놓은 것처럼 연습한 내용의 진술만 반복하여 말하는 것이지요. 

진술능력 파악을 위해, 피해가 있었다고 한 비슷한 시기의 다른 에피소드에 대해 물었을 때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과는 전혀 다른 패턴이었습니다. 경험한 것을 기억했다가 진술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지만, 주장하는 피해 경험에 대해서는 제대로 진술하지 못한 겁니다. 

그래서 그때 일이 기억나냐고 물었더니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상기 이미지는 사건과 관계가 없습니다.            





아이는 기억나지도 않는 이야기를 어떻게 하게 된 것일까



아이에게 피해 진술을 어떻게 하게 된 것인지를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해맑은 표정으로 엄마에게 들었다고 하면서, 엄마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하라고 하였는지 그때 상황에 대해 말해주었습니다. 이와 함께, 시키는 대로 이야기를 잘하면 엄마가 피자를 사준다는 약속까지 했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아이의 어머니가 아동에게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는 미처 연습을 시키지 못하였나 봅니다. 
   
진술분석을 할 때 피해 진술 내용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사건 기록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진술의 진실성을 의심케 하는 외적 동기가 발견된다면 이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사건 기록에서 확인할 수 없는 정보라면 질문을 통해 정보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때 분석가는 질문의 의도를 숨기고 정보가 잘 드러나도록 어떻게 질문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해야 합니다. 

또한, 구체적 조작기*에 해당하는 초등학생과 같이 일정 연령 이상이 되면 비록 허위진술이라고 할지라도 비교적 구체적이고 풍부한 진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분석에 더욱 주의를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이 되었습니다. 이런 사건을 접하고 나면 왠지 마음이 씁쓸해지는데요, 그나마 무고한 사람이 처벌받지 않아 다행이라는 위안을 갖습니다. 




구체적 조작기: Piaget가 제시한 발달단계 중의 하나인 구체적 조작기는 6~7세경부터 11~12세경의 시기로, 초등학교 연령에 해당함. 이 시기의 아동은 여러 형태의 조작에 의해 과학적인 사고와 문제 해결이 가능하게 되어, '전조작기'의아동과 인지발달에 있어서 차이를 나타냄. (교육심리학용어사전,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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