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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Feb 17. 2024

우리 한 번 더 만날 수 있을까?

우연히 너를 만나버렸다

상당히 굳어버린 나의 얼굴을 본 그가 정말 당황하며 바로 말을 정정했다.

"아냐 아냐 장난이야"

집에 도착해서 막 내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나는 별다른 말은 하지 못했지만 표정이 풀리지 않았다.

"정말로 아니야"

그는 나를 놀라게 해서 너무 미안하고, 장난이고, 자신은 정말 여자친구가 없다며 해명을 했다.

그의 해명을 들으며 어이없는 장난을 친 것에 사과를 받았고,

다시는 이런 장난을 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내가 더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는데 정색한 내 얼굴에 그가 너무 당황해 허둥대는 것이 꽤나 볼만했다.


사실 어이없고 황당했는데, 그의 당황스러운 얼굴과 너무 미안해하는 얼굴을 보며 나는 곧 풀려버렸다.

아 잘생긴 남자를 만나면 얼굴을 보고 화가 풀려버린다더니

이렇게 화가 풀린다고?

정말 어이가 없다.


아직도 이런 장난을 쳤는지는 의문이다.

나 잠깐 인생 처음으로 세컨드가 되는 건지 고민했다고.

세컨드는 처음이니까 내 양심과 타협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나를 달래는 그의 손을 잡고 집으로 갔다.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친구들도 한 번 와보지 않은 내 아파트에 오늘 처음 만난 외국인이 들어왔다.

요상한 기분.

그가 내 집에 들어오자 내 모든 동작이 어색해지기 시작했다.

어서오십쇼.

잘생긴 남자는 처음이라 제가 좀 삐그덕되니 이해해 주십시오.


그런 나를 보며 그는 크게 웃었고, 나는 우리가 사 온 티를 친히 우려 주었다.

그리고 조그마한 내 소파에 앉아 우리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연애는 몇 번을 해보았고, 이전에 다른 나라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는지 묻고

따뜻한 차를 나눠마시며 이야기를 하는 내내 너무 행복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이 날 서로의 결혼관과 아이는 몇 명을 낳고 싶은지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한참 얘기를 하다 보니 동이 텄고,

우리는 씻고 잠이 들었다.


기대했던 것들은 없었지만 만족스러웠다.

이게 무슨 감정일까.

조금 혼란스러웠다.


다음날 아침 그는 친구들과의 일정에 맞춰서 나가야 했다.

나는 그를 보냈다.


그를 보내기 전에 DM을 많이 보내도 되는지,

전화를 해도 되는지,

시시콜콜 너의 하루를 물어도 되는지,

그에게 물었고 그는 그래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하지 않았다.

또다시 이성과 감성이 싸웠다.


그는 곧 떠날 것이고, 나는 여기에 있다.

우리는 장거리를 하게 될 것이고, 내가 호주에 가더라도 5월일 텐데?

그 시간을 우리가 잘 버틸 수 있겠니?

이 남자가 여행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도 지금과 같은 감정일까?

많은 고민이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1월 1일 새해가 되었다.

이제 그가 한국을 떠날 때까지 단 며칠밖에는 남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너무 보고 싶었다.


어떻게 되던지 한 번만 더 만나고 싶었다.

나를 보면서 환히 웃는 그 얼굴이 그리웠다.

그래서 그에게 DM을 보냈다.


"우리 한 번 더 만날 수 있을까? 네가 한국을 떠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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