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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Feb 17. 2024

호주에 여자친구가 있어..?

우연히 너를 만나버렸다

감성이 또 이성을 이겨버렸다.

냅다 키스라니.

지금 생각하면 나도 참 대책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키스를 하고 나니 확신이 생겼다.

나는 오늘 이 녀석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겠다.

아주 정말 긴밀한 대화를 해야겠다.

그래서 물어봤다.

"우리 집에 갈래?"


그의 대답은 당연히 YES였다.

아마 거절당했다면 나는 이 글을 쓰지 않았겠지.

아니 거절당한 나의 역사로 글을 썼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남자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서 놀러 간다는 메시지를 남겼고,

나는 내 친구에게 맡겨두었던 짐을 찾았다.

이 남자의 얼굴을 본 내 친구의 첫마디는 

"무슨 일이야 진짜 잘생겼네"였다.


그래 내 눈이 잘못되어서 잘생겨 보이는 게 아니지?

정말로 네 눈에도 잘생겨 보이지?

그런데 이 남자는 자기가 잘생겼다는 말을 그냥 해주는 말이라고 생각하더라니까?

그렇게 우리는 집으로 가기 위해 홍대 거리로 나섰다.


새벽 3시에도 홍대 거리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 사이를 지나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손을 잡았고,

나보다 큰 손에 내 심장은 정말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길을 걷고 있는데 이 친구가 갑자기 집에 차가 있냐고 물어봤다.

차....?

tea?


"너네 집에 차 있어? 우리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하자."

정말 이렇게 물어봤다.

그리고 편의점에 들러서 차를 샀다.

진짜로 tea만 샀다.


조금 기대하셨다면 미안하다.

나도 정말 기대했다(?)

아니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은 아니야, 오해하지 말고 들어봐.

그런데 오늘이 우리가 보는 마지막일 수도 있잖아.

나, 기대 조금 해도 되는 거 아니야?

집에 가자고 했는데 tea를 산다고?

다른 게 아니고?

왜?


내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가득 떠다녔지만

집에 가자는데 티를 사자는 해맑은 남자라니.

이게 컨셉이라면 너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남자다.

이게 진심이라면 나는 너를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렇게 이 남자는 녹차를, 나는 핫초코를 샀다.

우리는 내 집으로 가는 택시를 함께 탔고, 택시를 타고 가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조잘조잘


그러다 갑자기 그가 나에게 "나 호주에 여자친구가 있어"라고 말했다.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순간 내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너무 당황해서 옆에 앉은 그를 쳐다보려 돌리는 내 목에서 삐그덕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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