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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Feb 17. 2024

아니 우리 금방 분위기 좋았잖아?

우연히 너를 만나버렸다

밝은 곳에서 만난 그는 생각보다 더 잘 생겼다.

클럽 안에서 봤을 때보다 더 잘생겼고, 단정히 날씬한 몸에 적당히 낮은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그리고 웃으면 보이는 그의 가지런한 치아에서 나는 이 남자가 왜 나에게 말을 걸었는지 의문이 생겼다.

욘석 생각보다 더 잘생겼는걸

자신감을 조금 잃었다.


나는 그를 꼬시기로 마음을 조금 내려놓았다.

이렇게 잘생긴 외국인이라면 정말 나랑 친구를 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나와 친구를 하고 싶어 했던 나의 건전한 외국인 친구들을 떠올렸다.

다들 춤을 웃기게 추고, 엉뚱한 영어라도 그들과 대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는 한국인을 원했다.

아 이번엔 내 취향으로 엄청 잘생긴 외국인 친구가 생기는구나.


이 생각은 그와 이야기할수록 더 확신에 차게 되었는데

이 남자는 한국에 살고 있지도 않고 여행을 온 것이었다.

호주에 살고 있고, 심지어 착실하게 커리어를 만들어 가고 있고, 자신의 친한 친구의 여자친구가 한국사람이라 한국에 여행을 왔고, 이제 곧 동남아로 여행을 간다고 했다.


마음을 내려놓으니 이 남자가 하는 이야기들이 너무 재미있었다.

한국에서 봤던 재미있는 것들을 이야기했고 서로의 친구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명확하게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계속 웃었고, 나는 이야기가 정말 잘 통하는 외국인 친구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계속 흐르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이대로 이 남자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 남자를 보내지 않으면 우리에게 다음이 있나?

나는 머릿속으로 찬찬히 나의 최근 연애들을 되돌아보았다.

전 여자 친구를 잊지 못해 나를 더 좋아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사귄 지 2달 만에 나를 찬 녀석

내가 좋다며 만나보자며 따라다니다가 막상 사귀니 자신이 연애할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며 1달 만에 나를 찬 녀석

음.. 조금 더 되돌아가 봤다

17년도, 그래 그때는 길에서 남자의 번호를 땄었지.

나보다 한참 어렸던 20살의 남자를 만났다.

밝고 귀엽고 좋은 친구였지만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친구였다.

장거리를 하기에는 우리의 나이 차이와 성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졌었다.

그전에는..?

대학교를 다니며 만난 남자친구들을 떠올리자 한숨이 나왔다.

아마 내 인생에 남자는 없는 것이 낫지 않을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남자도 썩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아마 오늘 이후로는 점점 연락이 뜸해지며 결국 만나지 못하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계속 연락을 이어가더라도 우리에게 미래가 있나?

의문이 들었다.


그때 이 친구가 왜 자신이 이야기를 나누자고 할 때 따라 나왔는지 물었다.

될 대로 돼라 싶었다.

"너무 잘생겨서 나왔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친구가 정말 크게 웃었다.

자기가 잘생겼냐고 되물었다.

참내, 자기가 잘생겼는지 모르는 컨셉인거냐고.

어쩜 잘생겼는지 모르는 것까지도 내 취향인 것인지.

앞으로도 영영 자신이 잘생겼는지 몰랐으면 좋겠다.

어디서 이런 ideal boy가 튀어나온 것인지 행운의 날이었다.


너는 왜 나랑 같이 춤을 췄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내가 너무 예뻤다고 이야기해 줬다.

순간 머릿속에서 행복회로가 돌아갔다.


그래 내가 호주에 가면 되지.

나는 이제 곧 자유의 몸인데, 뭐가 문제지?

술기운과 알 수 없는 용기가 샘솓았다.

이 남자가 하룻밤을 보내자고 하면 기꺼이 응하리라.

다짐도 끝냈다.


그때 나에게 이 남자가 갑자기 반지를 건넸다.


"이 반지 나에게 정말 소중한 반지인데, 나 이걸 너에게 맡길게.

나는 너랑 더 알아가고 싶은데, 내일 만나서 나한테 이걸 돌려줄래?

꼭 내일 나에게 DM을 보내줘."


아니 그냥 오늘 밤을 보내자고 하지 왜 내일 보재?

지금 분위기 좋았잖아?

이 녀석 다 좋은데 눈치가 조금 없구나..


꽤나 당황스러워서 이 남자가 끼워주는 반지를 손에 끼며 반지와 남자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러다 그냥 내가 키스를 해버렸다.

요즘 말로

키스를 갈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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