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음악인으로 산다는 것 #1>
그저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이른바 영재교육을 받으며 예술학교를 나와서 피아니스트로 그냥 사는 게 당연한 줄 알았던 한 여성에게 ‘출산과 육아’는 세상에서 듣도 보도 못한 강도로 다가왔다. 그저 누구나 다 하니까 당연히 받아들이기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기에 미숙하고 서투르기 짝이 없고, 조금 센 비유를 들자면 ‘목 잘린 닭이 미쳐 날 뛰듯’ 내 정신과 혼을 쏙 빼놓는 일 임에 분명했다.
내가 내 의지대로 살 수 없는 삶의 연속이며, 육체적으로 피곤함은 이루 다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지금도 근래 15여 년 동안 8시간 이상을 쭉 자본적이 없다. 또 세계를 돌아다니며 연주를 해야 하는 나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집안에 홀연히 아기와 마주하고 있을 땐, 아기가 주는 기쁨도 잠시, 내가 뭐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주기적으로 반복됐다.
남녀가 공동육아를 한다 하여도, 물리적으로 아이와 엄마가 같이 보내는 시간은 월등히 많고,
또 많아야 하는 것이 맞지만, 미숙하고 어렸던 나는 그저 억울했던 거 같다. 왜 그렇게 억울했을까?
남편은 결혼하고도 자기 커리어를 차근차근 쌓아가는데, 왜 나는 뒤쳐지는가?
왜 나는 자주 하던 연주를 가뭄에 콩 나듯 해야 하는가? 그마저도 부모 혹은 남편의 경제적, 시간적 희생과 지지를 필요로 하는가? 눈치 보는 내 인생이 너무 억울했다.
그런데 이거는 그저 워킹맘의 고통이라고 하기엔 음악인만의 특별한 상황이 있는데,
그래서 기혼 여성 음악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글을 좀 써보려고 한다.
클래식 전공자나 다른 음악 전공자들께서, 혹은 음악 전공하는 아이들의 부모님들께서 진로를 선택할 때 앞으로 미래에 이런저런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걸 미리 알면, 같이 생각하고, 의논하고, 준비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
우선 여성 연주자의 삶이 평범한 가정에 어떤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가 현실적인 시각으로 알아보면,
연주는 곧 여행이자 야간근무이며, 수많은 연습을 필요로 하는 일이 분명하다.
게다가 연주는 티칭과 별개 일 수가 없는데,
꼭 알아야 하는 게....
또 남의 집 아이가 하교해서 나한테 레슨 받을 때,
내 자녀도 학교에서 돌아온다는 사실.
여러 곳을 누비며 연주 여행을 하려면,
누군가가 나의 아이들을 봐줘야 하고,
음악회는 주로 저녁 7-8시에 하는데 그때 연주를 하려 해도,
또 누가 나의 아이들을 봐줘야 하고,
연습을 하려 해도 누군가가 나의 아이들을 봐줘야 하고,
내가 레슨을 하려 해도 누군가가 나의 아이들을 봐줘야 한다.
그러고 보니, 남의 아이를 가르칠 것이냐? 나의 아이를 잘 돌볼 것이냐?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2편에서 계속.
* 번호순으로 글을 읽으시면 흐름을 이해하시는데 더 도움이 됩니다.
* 링크 공유 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 무단 복사나 내용 도용 시,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