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에 걸친 BSO와의 라흐마니노프 3번 협연
2월 15일 목요일부터 오늘 2월 18일까지 4일 연속으로 보스턴 심포니와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한 임윤찬.
조금 전 오후 2시 공연을 보고 와서는 글을 쓰려고 앉았네요. 얼마나 기다린 연주였는지.
반 클라이번 실황중계를 식탁 옆에 쪼그리고 보면서 두근두근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실제 그의 공연을 보니 그 감동이 가시질 않네요.
저의 감동과 현지 반응을 압축해서 몇 단어로 이야기하자면...
"기립박수와 환호, 먹먹함과 벅참, 뿌듯함과 자랑스러움, 기특함과 대견함"으로 표현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절제되고 진실한 그의 연주 스타일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음악의 힘:
다양한 음색, 저음과 내성의 풍부함, 뛰어난 페달 테크닉
음악적인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그야말로 임윤찬 혼자 피아노로 오케스트라의 모든 음색을 거의 다 만들어내, 오케스트라 안에 피아노가 어우러지는 그 화합이 놀라움을 금할 수 없을 정도였고, 베이스나 이너 보이스들(내성)을 강조하면서 들리는 중후한 소리들은 라흐마니노프 음악 자체가 주는 풍성한 화성에 영혼을 살려 넣는 것 같았으며, 페달도 너무 잘 써서 강력한 베이스를 끌고 갈 때나, 아주 작은 음 하나하나도 울림을 놓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들으면 누구나 감동받는 라흐마니노프 3번을 연주자 본인이 대놓고 감정을 표현하지 않아 더더더 관객들이 그의 절제되고 진실한 연주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3일 뒤 2/21 수요일엔 뉴욕에서 쇼팽으로 꾸며진 독주회
커튼콜을 몇 번이나 했는지, 그리고 보스턴 심포니와 4일 연주 여정의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진보라 꽃도 받고, 끝없는 기립박수에 앙코르를 연주합니다.
" 아 이곡이 뭐였더라?" 생각하다 보니 금세 쇼팽 에튀드 A flat major, Op.25 No.1로 넘어갔네요.
집에 와서 찾아보니 새로운 3개의 연습 곡 (Trois nouvelles etudes, Op. posth )중 2번이었어요.
짤막한 두 곡이 둘 다 A flat major여서 그 둘을 연결해서 앙코르로 친 그의 센스가 돋보였네요.
앙코르가 끝나고 또 기립박수가 끊이지 않았는데, 제 마음 한편엔 앙코르는 이젠 그만하고 이젠 들여보내주자. 너무 고생 많았다, 임윤찬! 하면서 눈물이.... 주륵 흐르더라고요.
3일 뒤 수요일에 뉴욕 카네기 홀에서 쇼팽 연습곡 전곡으로 독주회가 있기에, 앙코르로 쇼팽곡을 쳤나 봐요.
비록 수요일 독주회는 가지 못하지만, 언젠가 다시 또 볼 날을 기대하며 뛰는 심장을 안고 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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