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저 감처럼 익어가고 있을까?
강력한 냥냥 에너지를 내뿜던 아깽이들이 집으로 가고..
오후 2시 30분, 들깨는 넋이 나간 상태이다.
지칠 대로 지쳤지만 처리해야 할 행정업무가 많아 마냥 쉴 수는 없다.
하지만 커피 한 잔은 꼭 해야지. 그래야 바짝 집중할 수 있으니까.
들깨는 믹스커피를 컵 안에 쏟아부으며 생각에 잠겼다.
고양이용 믹스 커피가 출시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커피가 고양이들 몸에 해롭다며 금기시되었던 게 엊그저께 같은데
훌륭한 음료 연구가 "맥냥"박사님이 고양이 전용 믹스 커피를 발명해냈다.
카페인은 없지만 고양이의 신경을 깨워줄 수 있는 성분이 있다나?
믹스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수염이 찌르르 떨리고 눈이 번쩍 떠진다. 역시 커피가 최고야.
고개를 돌려 창가를 보니 동학년 선생님이 주신 대봉이 보인다.
슬쩍 만져보니 꽤 말랑말랑하다. 흠, 곧 먹을 수 있겠군.
들깨는 대봉을 보며 고양이들의 냥생을 떠올렸다.
제각기 다른 곳에서 모두들 대봉처럼 익어가고 있겠구나, 하고.
처음 발령 났을 때부터 옆 반이었던 점박 선생님을 떠올렸다.
처음에 점박쌤은 얼마나 까칠하고 속 좁았었나. 아이들이 실수로 꼬리를 밟았다고 몇 시간이고 삐져있었지.
이제는 얼마나 유해졌는지 꼬리를 밟든 말든 허허허 웃고 넘긴다.
그래, 점박이도 나도 고양이들도 시간이 흐를수록 말랑해지는구나.
나도 내일은 더 말랑한 고양이가 되어 아이들에게 사랑을 베풀어야지.
들깨는 가만히 창 밖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들깨 냥스타그램 @DEULGGAE_T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