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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미영 Dec 21. 2022

중환자실에서 마주 한 엄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왜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난 걸까. 


수술실의 몇 배나 되어 보이는 공간에 엄마만 누워 있었다. 

여러 개의 수액과 수혈받을 피

그리고 알 수 없는 여러 개의 기계장치들 

쉴 새 없이 오고 가는 간호사들 

쉴 틈 없이 보호자를 불러 대는 선생님들 


무슨 말인지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저 할 수 있는 건 서명란에 사인을 하는 것뿐이었다. 


엄마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 것인지 

명확하게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많이 다치셨다는 말뿐.....


MRI, CT, X-ray 촬영, 채혈 검사.. 

도대체 어디를 얼마나 다치신 걸까. 


몇 시간을 응급실에서 서성였을까. 


너무도 낯선 모습의 엄마 곁에 가지도 못 한채

(혹여 감염의 우려도 걱정되어 가까이 가지 않았다)

멀찍이 떨어져 혼자 눈물만 뚝 뚝 흘리며 엄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의 사고는 정말 예상치 못 한 상황이다. 

아빠라면 모를까, 엄마의 사고소식이라니.. 


우리 엄마는 외출이라고는 은행을 가시거나 가끔 아빠와 함께 마트에 가는 것 외엔 거의 외출이 없으시다. 

농장을 하다 보니 주위에 인가가 없는 시골 촌구석에 위치한 부모님 댁

그렇다 보니 지인들이 오며 가며 들리시긴 하지만 부모님이 어디에 잘 가시지는 않는 편이다. 

두 분 중 한 분은 무조건 집에서 가축들을 돌보아야 하기에 늘 항상 엄마가 집에 있으신 편이다. 

차를 타면 멀미가 심하셔서 웬만해서 어디를 가지 않으신다. 


집에서 마트나 은행이 있는 읍내로 나가려면 걸어서 30분 이상 걸어서 가야 하다 보니 가끔 아빠와 함께 나가는 것뿐이다. 

그렇기에 엄마가 사고가 날 것이라는 건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다. 

아빠는 1주일에 늘 고정적으로 대구에도 나오시고 뇌경색이 있으시기에 언제고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 보았지만.. 엄마의 사고라니... 


응급실에서 우선 내가 전달받은 엄마의 상태는 뇌출혈과 여러 곳의 골절 상태였다.

얼마나 부러진 거냐 여쭈니 그냥 "여러 곳이요"라는 답변을 받았다. 


5시간에 가까운 응급실에서의 처치와 검사 후 중환자실로 옮겨진 엄마 




기본 조치 후 잠시 담담 선생님의 면담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필요한 물품을 사다 달라며 물품목록을 받아 들고 오빠와 함께 구매한 후 하염없이 중환자실 앞에서 기다렸다.

우리는 그 어떤 이야기도 나눌 수가 없었다. 


그저 중환자실 문이 열릴 때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 한 기분을 느낄 뿐 


얼마나 지났을까 담당선생님의 면담이 이루어졌다. 


엄마의 현 상태는 말도 못 할 만큼 심각했다. 


여러 검사 결과를 보며 선생님께서 말을 꺼내셨다. 


"음.. 최근 몇 년간 이렇게 심하게 다치신 분은 처음이에요. 일부러 뛰어내리지 않는 한 이렇게 다치 실 수는 없습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우선 가장 먼저 지켜봐야 할 것은 뇌출혈이라고 했다. 

당장 수술을 해야 할 만큼 과다 출혈이 있거나 한 건 아니고 조금씩 스며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 피가 뇌의 반 이상을 덮을 경우 수술을 해야 하고, 그렇지 않고 멈추어 준다면 자연스럽게 그 피가 마르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뇌는 왼쪽을 다치신 상태라고 했다. 

이게 신경과의 소견이었다. 


그리고 중환자실에서 담당하고 있던 과는 흉부외과였다. 

오른쪽 쇄골뼈가 두 동강이 났다. 

X-ray 상에서도 너무 선명하게 보였다. 그러나 쇄골뼈는 수술을 할 수 있는 부위는 아니라서 자연적으로 붙길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갈비뼈... 1번부터 10번까지 모두 모두 부러졌단다. 

앞뒤로 어긋나듯이 부러졌는데, 뇌출혈 상태로 지금 당장 수술을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리고 어긋나면서 등 쪽에 척추 쪽으로 잘 못 건들리면 척추 손상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뇌출혈 상황을 본 후 갈비뼈에는 핀을 박아야 한다고 했다. 


그다음은 정형외과 였다. 

오른쪽 팔에 응급 깁스를 해 둔 상태였는데 팔목에서 팔꿈치 사이의 뼈가 완전히 다 으스러져서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서 깁스가 최선이라고 했다. 

그리고 오른쪽 고관절이 완전히 부러졌다고 했다. 


그래서 우선 지금 움직일 수 있는 부위는 왼쪽 팔, 그리고 오른쪽 다리 쪽 밖에 없다고 하셨다. 


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당분간 중환자실에서 상태를 지켜보아야 한다는 말과 함께 잠시 엄마를 볼 수 있게 해 주셨다.

몸 안이 그렇게 수없이 부러지고 다치셔서 일까.

의외로 겉은 다치신 곳이 없었다. 

찢어진 곳도 없고 피를 흘리고 계신 곳도 없었다. 


발등에 살이 까져 드레싱을 해 둔 것 말고는  너무도 외형의 모습은 깨끗하셨다. 


그래서 처음 발견 한 아빠도 그렇게 많이 다쳤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하셨던 것 같다. 

아무런 의식도 대답도 없는 엄마에게 잘 이겨내시라는 말만 하고 오빠와 나는 돌아서 나와야 했다. 



병원에서 오빠와 함께 나오며 아빠와 통화를 했다. 

지금 몸의 상태가 어떠신지 어떠한 상황인지 설명을 드리고 엄마의 사고 경위에 대해 듣게 되었다. 


그날따라 웬일인지 아빠가 엄마에게 함께 외출을 하자고 했다고 한다. 

평소 어딜 가나 혼자 급하게 다니시는 데다 엄마가 차멀미가 심하셔서 늘 혼자 다니셨는데 하필 그날따라 엄마에게 함께 가자고 했다고 한다. 

아빠가 어디 따라가자고 해도 함께 잘 나서지 않는 엄마가 그날따라 하필이면 또 따라나셨다고 한다. 


코로나 상황으로 관계자만 출입할 수 있는 곳에 가셔야 해서 엄마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때 엄마가 무심결에 던지신 말씀이 


"저기 쑥 많이 나던데"

라는 말씀이셨다. 


우리 엄마의 1년 중 유일한 낙은 봄에 나물을 캐러 여기저기 다니시는 것이었다. 

그러나 몇 년간 건강이 좋지 않아 다니지 못하셨었다. 

컨디션도 많이 좋아지셨고, 아빠를 기다려야 하기도 하니 그곳에서 쑥을 뜯고 있으면 아빠가 일을 마치고 전화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엄마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나오더니 얼마 지나 연결이 안 된다고 나오더라는 거다.

뭔가 잘 못 되었다 싶어 한참을 엄마를 찾아 헤매었다고 한다. 


여기저기 찾아 헤매시다 낭떠러지 아래에 뭐가 꿈틀 하는 게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니 수풀 사이에 뭔가 보이는 것 같아 내려갔다고 한다. 

다름 아닌 엄마가 그곳에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높이가 족히 5미터는 되어 보이는 낭떠러지에 아래에는 수풀과 큰 돌들이 한가득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엄마가 쓰러져 있던 바로 옆에는 물이 조금씩 흐르고 있었다고 한다. 

자칫 물이 있는 곳으로 떨어졌으면 더 위험할 뻔했다는 것이다. 


아빠가 엄마를 일으키려 허리를 잡으니 통증으로 소리를 지르셨다고 한다.

그래서 119에 신고를 하고 구급대원들이 도착을 했는데 낭떠러지라 바로 구조가 되지 않고 소방차에 있는 사다리를 이용해 들 것으로 올렸다고 했다. 


언제 사고가 났는지, 얼마나 오랜 시간 그렇게 혼자 계셨는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구급대원들이 도착 후 에도 사다리를 기다리고 구조를 한 후 

영천의 병원에서 진료가 되지 않아 대구로 오는 동안 또 시간이 지체되었다. 


사고 후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혼자 얼마나 그 고통을 견디고 계셨을지.... 

"엄마"라고 부르면 눈물이 터져 나올까 봐 엄마를 불러 보지도 못했다. 


사고 현장에 계셨던 아빠의 말씀으로는 그 위치는 도저히 사고로 떨어질 만한 위치가 아니었다고, 어떻게 그곳에서 그렇게 사고가 난 건지 알 수가 없다고 하셨다. 


엄마는 그곳에서 어쩌시다가 사고를 당하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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